'김만배 인터뷰' 신학림 압수수색... 검찰, 뉴스타파 겨냥하나

이병한 2023. 9. 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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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윤석열 만난 적 없다" 조우형 진술로 김만배 녹취록 보도, '허위 인터뷰'로 뒤집기

[이병한, 김종훈 기자]

 지난 2021년 9월 15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의 대화에서 '박영수 변호사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이는 지난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의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 뉴스타파 갈무리
  
20대 대선 사흘 전 공개돼 정국을 뒤흔들었던 언론 보도가 1년 6개월이 지나 다시 소환되고 있다.

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밝힌 혐의는 허위 인터뷰 관련한 금품 수수(배임 수·중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지난 2022년 3월 6일, 신 전 위원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화한 내용이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됐는데, 이 보도가 거짓이며 그 대가로 김씨가 신 전 위원장에게 돈을 줬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돈 규모는 1억65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 전 위원장은 금전 거래 사실은 인정하면서 보도와 연결시키는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정당한 책 계약"이라는 입장이다. 돈이 건네진 시점은 인터뷰 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를 했던 <뉴스타파>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내부 관계자는 "약 한 달 전쯤 압수수색이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번에 갑자기 신 전 위원장 개인에게 (압수수색이) 들어왔다"면서 "다음은 회사로 올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조짐은 지난 7월초부터 감지됐다. 지난 7월 5일 <중앙일보>는 '[단독] "네가 양해해줘" 尹에 누명 씌우기 전 말맞추기한 김만배'라는 제목을 통해 김씨가 문제의 인터뷰 직전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조우형씨와 말맞추기를 시도한 정황을 검찰이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핵심 내용은 2021년 9월 조씨가 김씨로부터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윤석열이 커피 타줬다고 말 할 테니 (네가) 양해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조씨는 2011년 중수부 수사 당시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 없다"며 그 밑에 있는 박아무개 검사만 봤다고 진술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보도와 오늘 압수수색 상황을 종합하면, 김씨가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신 전 위원장과 허위 인터뷰를 했고, 그 과정에서 대가로 돈이 오갔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그런데 상황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허위 인터뷰?] 핵심은 검찰 부실수사 의혹... 지엽적 부분으로 전체 뒤집기

시간을 거슬러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 보도에서 윤 대통령 관련한 김씨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길지만 전문을 인용한다.
 
= 김만배 "얘가 다른 기자를 통해서 찾아와. 조우형이가 나를..."
- 신학림 "조우형이 찾아온다고?"
= 김 "응. (조우형이) '형님, 제가 이렇게 수사 받고 있는데 다른 기자분들이 해결 못해주는데... 형님이 좀 해결해 주세요' 그래서... 그래? 그런데 형이 직접 (검찰에) 가서 얘기하기는 어렵다. 내가 법조기자 오래 했는데, 내가 솔직히 (수사 검사들을) 다 아는데, 내가 검사를 찾아가거나 대검(대검찰청)에 가서 '○○(당시 대검 소속 검사)야, (조우형이) 내 동생이니까 (해결)해 줘라'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냐. 내가 돈 받고 해주는 지 알지. (내가 윤석열한테) '석열이 형, (조우형이) 내 동생이야'라고 어떻게 말하겠냐. 그 당시에 윤석열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 박○○이 주임검사야. 그래서 내가 박영수(변호사)를 소개해줘."
- 신 "아, 조우형한테?"
= 김 "응. 박영수 변호사를..."
- 신 "나름대로 거물을 소개해 줬네."
= 김 "왜냐하면 나는 형, 그 (검찰의) 혈관을 다 아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 신 "응. 통할 만한 사람을..."
= 김 "통할 만한 사람을 소개한 거지."

... (중략) ...

- 신 "누가? 박○○ 검사가?"
= 김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이러면서..."
- 신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
= 김 "응. 박○○ (검사가) 커피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 신 "박영수 변호사가 윤석열 검사와 통했던 거야?"
= 김 "윤석열은 (박영수가) 데리고 있던 애지."
- 신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 김 "통했지. 그냥 봐줬지. 그러고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구속)시키고, 김양 부회장도 골인(구속)시키고 이랬지."

현재 상황은 위 대화에 나온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이러면서..."라는 김씨 발언을 조씨의 검찰 진술("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 없다")을 근거로 거짓말이라고 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당시 보도의 핵심은 윤석열 당시 중수부 검사가 피의자 조사를 위해 출두한 조우형씨에게 '니가 조우형이야?'라고 말했는지 여부가 아니다. 핵심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장동 대출 관련자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다. 조씨가 조사 당시 윤 검사를 실제 봤는지 여부와 별개로, 김씨의 발언은 조우형의 부탁을 받은 김만배가 박영수를 통해 윤석열에게 영향을 미쳤음을 말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검사였고, 당시 검찰은 조씨를 조사했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했으며, 이후 2015년 조씨는 재수사 끝에 징역형을 받은 것은 팩트다.

또한 이 보도가 검찰의 시각대로 '허위 인터뷰'가 되려면 김씨의 발언만 뒤집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과 또다른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 등 뒤집어야 할 발언이 많다. 조씨는 대장동 사건이 터진 직후인 2021년 10월 언론 인터뷰에서 "(2011년 중수부 수사 당시 검사가) 대장동에 대해서는 물어본 기억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내용은 당시 JTBC를 통해 보도됐는데, 취재한 기자가 현재 <뉴스타파>로 옮긴 봉지욱 기자다.

또 남 변호사는 대장동 사건 수사 초기인 2021년 11월 19일 검찰 조서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제 기억으로는 일주일 안쪽으로 2회 조사가 있었는데 저, 김만배, 조우형이 2회 조사 출석 전에 대법원 주차장에서 만났었습니다. 그때 김만배가 조우형에게 "오늘은 올라가면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면 된다. 물어보는 질문에 다 협조하면 된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조우형이 검찰에 출석해서 2회 조사를 받고 나왔는데 실제로 주임검사가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고 했고, 첫 조사와 달리 되게 잘해줬다고 말을 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현재 자신의 기존 진술을 상당 부분 뒤집으며 김만배씨로부터 들었거나 시켜서 그랬다는 입장이지만, 위 진술은 김씨로부터 들은 게 아니라 자신의 직접 경험이다.
[금전 거래?] 있었다 해도 핵심은 인터뷰 대가성 여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2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장동 관련 범죄수익은닉혐의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검찰의 수사는 김만배-신학림 두 사람 사이의 금전 거래가 '허위 인터뷰'의 대가라는 점을 규명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전 거래 자체가 바로 인터뷰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 전 위원장은 "책 계약을 정당하게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신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자택에서 취재진과 만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오랜 연구를 통해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 책을 발간했는데, 2021년 9월 인터뷰를 마친 후 김씨가 근황을 물어 '혼자 연구작업을 해서 책을 썼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후 "김씨가 선지급금으로 300만 원을 준 뒤 책을 가져갔고, 이후 책을 보고는 '1억이 아니라 10억의 가치가 있다'며 책값과 부가가치세를 더해 1억6500만 원을 뒤이어 입금한 것"이라는 게 신 전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검찰에 계약서와 노트북, 관련 저서 등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와 기자들의 금전 거래 자체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한겨레> 기자와는 총 9억 원의 금전 거래가 있었고, <중앙일보> 기자와는 1억9000만 원, <한국일보> 기자와는 1억 원이 오갔다. <채널A> 기자는 명품 신발을 받았다. <머니투데이>, <조선일보>, <서울경제> 등 상당수 기자들은 화천대유 또는 천화동인에 고문 등으로 이름을 올리고 보수를 받았다. 평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김씨는 기자들뿐 아니라 검사와 판사들에게도 돈을 자주 썼던 것으로 알려진다.

신 전 위원장과 김씨는 한국일보사에서 같이 근무한 사이다. 신 전 위원장이 약 10년 선배로서, 김씨가 많이 따랐다는 게 주변의 평이다. 신씨는 오랫동안 재벌가와 정관계, 언론계 인사들이 결혼으로 얽힌 관계를 추적해왔다.
 
 1일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에서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검찰 수사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다음은?] 촉각 곤두세우는 뉴스타파 "곧 회사로 밀고 들어오지 싶다"

한편 '올 것이 왔다'는 게 <뉴스타파>의 내부 분위기다. 문제의 보도는 지난 대선 사흘전 보도돼 파문이 컸다. 이 외에도 이 매체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대장동 녹취록 및 수사기록 전문 등 현 정권과 검찰에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오고 있다. 수년간 뉴스타파 전문위원으로 일했던 신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로 계약이 종료된 상황이다.

2021년 대장동 사건이 터지자 JTBC에서 조우형씨 인터뷰를 첫 보도한 이후 <뉴스타파>로 옮겨 지속적으로 대장동 의혹을 파고 있는 봉지욱 기자는 신 전 위원장 압수수색 소식에 자신의 SNS를 통해 "드디어 뉴스타파에도 검찰의 마수가 뻗치기 시작했네요, 곧 회사로 밀고 들어오지 싶습니다"라고 올렸다. 그는 "이리 무리하게 삽질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겠죠"라며 "대장동 특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보도를 했던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는 "준비를 좀 해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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