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음식 매개 질병', 실상 알면 놀란다

김형욱 2023. 9. 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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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포이즌: 음식에 감춰진 더러운 진실>

[김형욱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포이즌> 포스터.
ⓒ 넷플릭스
 
얼마 전 백종원 대표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강력하게 경고하며 권고했다. 여름철 식중독 주의 사항으로 달걀 껍데기를 만졌다면 귀찮더라도 바로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말이다. 달걀 껍데기에는 식중독을 유발하는 주요 병원성 세균인 '살모넬라균'이 번식하기 쉽기 때문에, 달걀을 만지고 손을 씻지 않은 채 음식을 조리하거나 조리기구를 만졌을 시 살모넬라 식중독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선 살모넬라균 대규모 오염 사태가 매년 빠짐없이 등장하는데 지난 2008년 토마토 오염 파동, 2009년 땅콩 제품 오염 파동, 2010년 달걀 5억 개 리콜 파동, 2018년 달걀 2억 개 리콜 파동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적게는 수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씩이 하루가 멀다 하고 살모넬라균 식중독에 걸린다. 여러 면에서 세계 최강대국의 면모를 과시하는 미국에서 왜 그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포이즌: 음식에 감춰진 더러운 진실>이 미국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음식 매개 질병의 실체를 제대로 들여다보려 했다. 미국 정부와 식품 업체들은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이야말로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식품 안전망을 갖췄다"라고 천명해 왔는데, 과연 그럴까? 이 다큐를 보면 '미국이야말로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지 않은 식품 안전망을 갖췄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잭 인 더 박스' 대장균 식중독 사건 이후

30년 전인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워싱턴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대장균 식중독이 발생해 수십 명의 아이들을 덮쳤다. 사망한 아이들도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어 전전긍긍하던 차 '잭 인 더 박스'의 덜 익은 햄버거와 관련이 있다는 게 밝혀진다. 햄버거는 섭씨 60도 이상에서 조리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회사 측은 주정부의 규정을 알면서도 무시한 채 햄버거 패티를 덜 익혔다.

문제는 덜 익힌 패티 때문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패티를 이루는 소고기 자체가 오염되어 있었다. 소고기 오염은 주로 도축 과정에서 일어나는데, 육류 업계 전체가 당연히 그럴 수 있으며 소비자가 구입해 잘 구워 대장균을 없애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즉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었다. 하지만 소고기 겉면과 수많은 소의 고기 조각을 갈아낸 분쇄육의 경우 얘기가 완전히 달랐다.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잭 인 더 박스 식중독 사건 후 정부는 발 빠르게 나섰고 대장균을 불순물로 규정했고 육류에서 검출되면 회수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하여 소고기 업계는 영구적으로 바뀌었다. 요즘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소고기는 안전한 식품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 않은가? 심지어 생고기를 먹어도 괜찮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른 식품의 병원균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햄버거보다 신선 식품이 더 위험한 이유

그렇기에 이젠 햄버거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은 패티가 아니다. 양파, 상추, 토마토 등 이른바 '신선 식품'들이다.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채소보다 고기가 몸에 더 안 좋다고 알고 있지 않은가? 더불어 채소는 생으로 먹는 게 좋고 고기는 무조건 익혀 먹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 않은가? 이 다큐를 보고 나면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을 탑재하게 될 것이다.

더 근원적으로 파고들어 가면 상추 자체가 위험한 게 아니라 '가축' 때문이다. 밀집 사육을 하는 가운데 어느 한 마리가 대장균을 지녔고 대변을 통해 배출되어 하천이나 관개 수로로 흘러들고 그 물이 채소에 물을 주는 데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루트는 업계 사람이나 정부 관련 부처 사람들에겐 상식 중 상식일 것이다. 문제는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 업계 사람과 역시 알면서도 규제하지 않는 정부 관련 부처다.

물론 그들은 주장할 것이다. 철저히 지키고 있고 또 철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이다. 미국에선 이런저런 형태의 연방 기관 15개가 식품 안전 규제를 담당한다. 그들이 각각 권한을 갖고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너무나도 세세하고 복잡하게 나눠져 있다 보니, 문제가 생기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쁘다. 이른바 '자유'의 나라 미국의 수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입과 규제는 자유와 대치되는 개념이 아닌가. 문제는 자유를 넘어 방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니 말이다.

식재료 업체와 정부 관련 부처의 잘못된 기본 전체

잎채소 관련 질병뿐만 아니라 미국인을 괴롭히는 식재료로는 닭과 달걀이 있다. 주로 가금류와 가금류의 알에 많이 존재하는 살모넬라균 말이다. 주지했다시피 미국에선 살모넬라균으로 인한 역대급 달걀 리콜 파동이 수차례 발생했었다. 이른바 '세계 최고의 식품 안전 공급망'을 자처하는 미국에서 왜 유독 식중독 파동이 많이 일어나는 걸까? 식재료를 안전하게 공급하면 될 일인데?

미국 식재료 업체의 기본 전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조심해야 한다'는 마인드. 애초에 생산 과정에서 철저하게 하면 될 것을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다 보니 대충 하는 것이고, 업계에서 엄청난 돈을 로비 자금으로 뿌리니 정치권에서 규제 법안을 통과시킬 의지가 부족한 것이다. 결국 돌고 돌아 책임은 소비자에게로 돌아온다.

이 다큐도 명확한 해결책을 내지 못한다. 업계를 대표하는 업체의 대표, 정부 관련 부처 핵심 관계자를 불러놓고 질책성 멘트를 날려도 꿈쩍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어쩔 수 없고 자기들은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는 운 나쁘게 감염되고 누군가는 운 좋게 감염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계속 투쟁하고 누군가는 계속 떼 돈을 번다. 그리고 소비자는 업계와 정부의 바람(?)대로 스스로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

다분히 미국 중심적인 이야기였지만 우리나라라고 크게 다를지 아니면 대동소이할지 모르겠다. 다만 그동안 입증된 건 있다. 소비자가 똘똘 뭉쳐 압박하면 생산자 또는 공급자는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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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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