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청 채용 서류 도난 당하자 직원 차량에 집까지 뒤졌다

윤성효 2023. 9. 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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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상대 자수 압박도... 노조 "직원 인권 짓밟아" 비판에 해당 간부 사과

[윤성효 기자]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
ⓒ 윤성효
 
경상남도청 본관 2층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던 '제3회 경상남도 지방전문경력관 임용시험' 관련 문서가 도난 사건의 범인이 경찰에 체포된 가운데 절도 발생 직후 "간부들이 직원들을 범죄자 취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시험 응시생이었던 30대 남성은 지난 8월 30일 0시 45분경 사다리를 이용해 경남도청 본관 건물 2층에 침입해 캐비넷에 보관되어 있던 공무원 임용시험 관련 서류를 훔쳤다. 경남도청 인사과 직원들은 서류가 없어진 사실을 알고 이날 오후 6시 30분경 경찰에 신고했다.

창원중부경찰서는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하고, 이날 오후 11시 55분경 창원진해 거주지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승용차에 보관하고 있던 서류를 회수했다.

경남도청 내부 반발... "직원들 범죄자 취급한 간부들은 당장 사과하라"

그런데 이번에는 도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경남도청 간부들이 직원들을 범죄자 취급했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1일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직원들을 범죄자 취급한 00국 간부들은 당장 사과하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문제는 서류 도난 사건 과정에서 우리 도청의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이라며 "00국은 서류를 찾기 위한 정상적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 본인의 동료직원들을 범죄자 취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글쓴이는 간부들이 직원들을 모이게 한 뒤 몇시까지 자수하라고 요구했고, 자수를 하지 않자 직원들의 자동차 열쇠를 수거해 개인 차량을 뒤졌으며, 개인 집까지 수색했다고 전했다.

글쓴이는 "해당 간부는 자백한 자가 나오면 범죄를 덮을 수 있는 판사의 권한을 부여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도청이 구멍가게인가"라며 "직원들의 업무가 남의 차를 뒤지는 일인가? 이것도 직권 남용 아닌가? 요즘 소위 '검찰독재'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서 관련 수색을 진행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00과는 법원과 검찰의 권력을 한꺼번에 가진 집단인가"라며 "그렇다면 감사실은 왜 있는것인지 묻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직원들의 집을 수색한 것에 대해서도 "가족이 그 현장에 있었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가족은 자신의 아들, 딸, 엄마, 아빠가 범죄자 취급을 받은 것을 알면 밤에 잘 수 있겠나"라며 "우리 도청은 과연 인권이 존재하는 곳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경찰도 이렇게 마구잡이식 수사를 하지 않는다. 정당한 사유와 이유가 있어야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되고, 특정된 자택을 수색할 수 있다"라며 며 "(해당 간부들이) 자신들은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 하위직들은 그냥 맘대로 범죄자로 낙인찍어도 찍소리도 못할 줄 안 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결정한 자들은 책임을 져야 하고, 부당함에 맞서지 못한 간부들과 위법의 소지가 있는 지시에 동조하고 행동을 한 직원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경남도청공무원노조 "직원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았다"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기자회견.
ⓒ 윤성효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늦은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범인이 경찰에 검거되기 전, 경남도는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인권을 침해했다"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당시 외부 침투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내부 소행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손 치더라도, 사무실에 있는 개인 캐비넷을 뒤지는 것으로도 모자라 개인 차량과 자택까지 조사한 것은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라며 "경남도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며, 직원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았다.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이어 "서류 절도 범인이 잡혔으면 그만이다는 식으로 넘어가서는 안된다"라며 "그 과정에서 위법한 행위를 하거나 권한을 넘는 부당한 행동을 했다면 철저히 가려내서 조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남도 자치행정국장 "직원들에게 힘든 조치, 사과드린다"

경남도청도 사건 해결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조치가 이뤄진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면접을 보고 오면서 차량에 서류를 두고 내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강제라기 보다 직원들 끼리 빨리 찾아보자는 의미에서 점검한 차원이었다"면서 "모든 직원들의 집에 간 것은 아니고 혹시나 업무 관련 서류를 집에서 보기 위해 가져가다가 섞여 있을 수가 있어 몇 사람의 집에 가 보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보통 물건을 잃어버리면 이리저리 찾아보고 온 집안을 다 뒤지듯이 하지 않느냐, 그런 차원이었다"라며 "직원들끼리 자발적으로 조사 차원에서 했는데, 일부는 기분이 나빴을 수 있다. 일부 간부는 사과를 했다"라고 밝혔다.

경남도 자치행정국장도 사과글을 통해 "서류 도난 사건으로 인해 걱정을 끼쳐 드린 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라며 "무엇보다 도난 서류를 빨리 찾아야 했기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고, 서류를 찾는 과정에서 직원들게 힘든 조치와 언행을 한 점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는 "서류를 찾기 위한 목적 이외의 다른 의도는 없었지만 직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점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는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라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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