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이 부른 인구 증가, 삼천포를 도시로 만들었네
[뉴스사천 하병주]
▲ 삼천포와 진주 사이에 자동차를 운행했던 삼진자동차가 개통에 즈음해 기념 촬영한 사진. 1910년대 중반쯤으로 추정된다. 사진=사천시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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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에 68명이던 삼천포(옛 수남면·문선면으로 제한)의 일본인 거주 인구는 이듬해인 1908년에는 100명을 넘어섰다. 일부 일본 어민들이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 없이 임의로 이주해 오면서다. 이해 5월에 일본인회가 조직된 데 이어 11월에는 일본인 소학교가 들어섰다. 1910년과 1911년에 일본 오이타(大分)현과 에히메(愛媛)현 어민들이 신수도와 팔포에 각각 이주해 오면서 1911년의 삼천포 거주 일본인은 109호에 444명으로 늘었다.
삼천포에서 일본인 증가는 전체 인구 증가로 이어졌다. 1907년에 5730명이던 삼천포 인구는 1910년에 7532명에 이르렀다. 이를 두고 <사천시사>에서는 '개항 초기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사천군 전체 인구의 약 30%를 차지한다'는 식으로 해설을 달고 있다.
▲ 한국수산지 제2집(1910년)에 실린 삼천포항의 지도. 삼천포가 개발되기 전의 모습으로 해안선이 자연 그대로 살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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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6월에는 경성직거자동차부가 처음으로 자동차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1916년에는 오노회조부가 자동차부를 개설해 진주-삼천포 사이의 노선 경영권을 이어받았으며, 점차 노선을 넓혀 나갔다. 진주까지 운임은 1원 65전으로 꽤 비쌌다. 같은 시기, 부산까지의 선박 운임은 1원 80전이었다.
▲ 1928년에 제작된 삼천포항 잔교 건설 도면. 삼천포항의 일부 매립 계획이 드러나 있다. 지금의 삼천포중앙시장 쪽은 여전히 바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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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들의 오랜 청원 끝에 조선총독부는 1927년에 김삼선 부설을 결정한다. 삼천포-진주-산청-안의-거창-지례-김천을 잇는 노선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실행되지 않는다. 1931년에 일본이 만주와 전쟁을 일으키면서다. 전쟁에서 이긴 일본이 만주를 중심으로 대륙 철도 건설에 열을 올리면서 김삼선은 늘 뒤로 밀렸다.
그러다 1940년에 이르러 새로운 상황을 맞는다. 일본은 부산항과 시모노세키항을 잇는 바닷길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자 대안 항로를 만들려 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신설 노선 중 하나가 삼천포항-하카타항. 이 무렵 조선총독부에서는 김삼선 대신 대전에서 삼천포를 잇는 대삼선(삼천포-진주-산청-함양-장수-무주-금산-대전)으로 노선 계획을 검토한다.
▲ 1937년에 제작된 삼천포항 수축 설계 도면. 삼천포항 주변으로 매립 계획이 넓게 반영돼 있다. 바다 매립에 따라 한내천을 직강화해 팔포를 가로지르도록 설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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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매립지는 삼천포중앙시장 주변이다. 대략 77번 국도의 동쪽, 나무전길의 북쪽, 건어시장길과 중앙시장1길의 서쪽, 중앙로와 갈대샘길의 남쪽이다. 이곳은 당시 갯벌과 갈대숲이었다. 매립지의 북동쪽 끝자락에 있는 갈대샘이 그 흔적이다. 이곳을 메우기 전까지는 한내천의 끝은 여기에 닿았다. 그러나 바다를 메우면서 새로운 물길이 필요했고, 조선총독부는 팔포지구를 잘라내어 오늘날과 같은 새 물길을 만들었다.
▲ 삼천포 상수도 공사 준공식 소식을 보도한 1933년 11월 8일자 부산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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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의 삼천포 구항 주변 모습. 사각으로 반듯하게 구획된 곳은 바다를 메워 새롭게 만들어진 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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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삼천포는 일제 강점이라는 불운한 시기에 성장했다. 수탈에서 나아가, 한반도를 오롯이 그들의 땅으로 삼고자 한 야욕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러나 그 성장의 흔적 곳곳에 삼천포 사람들의 피와 땀이 녹아 있음은 변하지 않을 사실이다. 취재 과정에 안타까웠던 건 일제의 기록 외에 우리의 기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승자와 지배자가 아닌 평범한 삼천포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 어려운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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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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