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외교원 60년…박철희 원장 "한국 외교, 비정상의 정상화로"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1일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 개회사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국제 질서가 급변하는 가운데 그간의 관성적인 외교 정책만으론 ‘글로벌 중추 국가(GPS)’ 비전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박 원장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외교안보 싱크탱크”를 국립외교원의 목표로 제시하며 “심기일전의 각오로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말했다. 국립외교원은 외무공무원을 교육·양성하는 기관이자, 외교부 산하 연구 기관이다.
박 원장은 과거 한국의 외교 정책을 비판적 관점에서 평가하며 “지난 몇 년 동안 외교원도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정체돼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흔들리는 동맹외교, 한반도 중심의 외교 구상, 국제적 책임과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자세” 등을 문제의 핵심으로 꼽았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대표되는 남북 관계 중심의 외교 정책을 추진한 탓에 한·미 동맹에 악영향을 끼쳤고, 국제사회 속 한국의 입지가 협소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3월 취임한 박 원장은 그간 외교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외교원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쇄신 작업을 이어왔다. 우선 윤석열 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과제를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기존 아시아태평양연구부는 ‘인도태평양연구부’로, 경제통상개발연구부는 ‘국제통상경제안보연구센터’로 바꿨고, 대통령실·외교부가 추진하는 주요 외교 정책을 뒷받침하는 기능을 강화했다. 또 4강(미국·중국·일본·러시아)에만 초점을 맞췄던 신임 외교관 교육 과정에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경제안보·우주·사이버 등 신외교 영역을 추가해 현장 밀착형 커리큘럼을 꾸렸다.
박 원장은 또 이날 기념식에서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한 글로벌 중추 외교”를 강조했는데,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통해 당부한 “글로벌 중추 국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60년을 준비하기 위한 역량 결집”과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외교 노선의 모호성은 가치와 철학 부재를 뜻한다”며 “상대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지 못하는 외교는 신뢰도, 국익도 결코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경쟁 속 전략적 모호성을 추구했던 전임 문재인 정부의 외교 기조를 비판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박 원장 역시 60주년 기념 특별 대담에서 “지금처럼 세상이 변하는 시기에는 한국이 어느 편에 서야 할 지 정확한 좌표 설정이 필요하다”며 “지난 정권이 연장됐다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 법치, 인권 등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수호를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며 “국립외교원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선도적인 외교정책 싱크탱크로서 미래 인재들을 길러내고, 맡은 역할과 책임을 훌륭히 수행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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