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모호한 외교는 철학의 부재…공산주의 세력이 반일 선동"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외교 노선의 모호성은 가치와 철학의 부재를 뜻한다”며 “상대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지 못하는 외교는 신뢰도, 국익도 결코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이 이른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외교라 불려왔던 지난 정부들의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단절 선언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이어 “(국립외교원은) 대한민국 외교의 이념과 가치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이에 입각한 연구와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며 “우리의 자유는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그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 반국가 세력이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있다”며 “캠프 데이비드에서 도출된 한·미·일 협력체계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보편적 가치와 규범이란 명확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한다”며 “개별 사안에 대한 전술적 모호성을 가질지라도 특정 국가 사이에서의 줄다리기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국립외교원 기념식’ 참석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50주년 기념식 참석 이후 10년 만이다. 외교부 산하 기관인 국립외교원은 외교관 교육기관이자 정부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다. 기념식에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 박철희 국립외교원장 및 외교원에서 교육을 받는 외교관 후보자들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외교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뒷받침해 온 원동력”이라며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존중하는 나라들과 함께 안보와 경제, 정보와 첨단기술의 협력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해야 된다”고 말했다.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지난 몇 년간 흔들리는 동맹 외교, 국제적 책임과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수동적 자세로 인해 국립외교원도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정체돼 있었다”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해 심기일전의 각오로 모든 역량을 결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 뒤 외교관 후보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선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에 따른 외교 수행이 중요하다”며 “전문성과 외국어 능력 배양에 있어서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 뒤 대통령실로 돌아와 내달 5일~11일로 예정된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에 매진했다. 대통령실은 순방의 핵심 목표로 ‘부산 엑스포’유치 활동을 꼽고 있다. 11월 파리에서 열릴 세계박람회기구(BIE) 최종 투표를 앞두고 다자회의 계기 10개 이상 국가와의 양자 회담을 통해 지지를 확보하겠단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경쟁국인 사우디에 비해 열세인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3분의 2 이상 득표하지 못할 것이라 보고 곧바로 이어질 결선 투표에서의 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윤 대통령도 참모들에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 윤 대통령은 내달 중순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국빈 초청해 원전 및 방산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UAE를 국빈 방문했다.
한편 1일 발표된 갤럽 조사(8월 29일~31일 만 18세 이상 1002명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3%로 지난 조사 대비 1%포인트 내렸고, 부정평가는 59%로 2%포인트 올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긍정평가 이유 1위는 외교(19%)였고 부정평가 이유 1위(21%)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였다. 일본 오염수 방류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크게 출렁이지 않았지만, 오염수 방류에 따른 해양·수산물 오염에 대해 75%의 응답자가 “걱정된다”고 답해 정부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 절반가량(46%)도 우려를 표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최근 윤 대통령의 반국가주의 세력 발언 등 이념 관련 언급으로 30% 정도의 지지층이 결집한 상태”라며 “오염수 대응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변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수석 “尹정부 출범 뒤 외국인 투자 역대 최대”
이날 브리핑에서 최상목 경제수석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코로나 19 대출 부실 관련 9월 위기설에 대해 “큰 틀에서 볼 때 위기라고 볼 상황은 절대로 아니다. 9월 위기설은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9월 중 부동산 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민간과 공공으로 나눠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은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1년 치를 합치면 364.5억불로 역대 연간 최대 유치금액을 뛰어넘는 규모”라고 강조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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