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정치개혁 '짐' 된 국민의힘
[곽우신, 남소연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 남소연 |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 아무런 진전도 이뤄내지 못했다. '전국 단위'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 나아가 '의원정수 축소'라는 정치혐오적 주장도 견지했다. 시민사회계와 야권의 지속적인 요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권고, 김진표 국회의장의 노력에도 국민의힘은 정치 개혁의 짐이자 걸림돌이 되는 모양새다.
"계속 의견 수렴하면서 협상하겠다... 의원 감축도 노력"
국민의힘은 1일 오전 정책의원총회를 열었다. 비슷한 시각, 더불어민주당 역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면서 거대양당에게서 지지부진한 선거제 개편 논의의 물꼬가 트이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편과 정치개혁 이슈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데 반해, 국민의힘은 기존 입장에서 그다지 바뀐 게 없었다. 그나마도 당론으로 확정된 것도 아니었다.
윤재옥 원내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원회 의장은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아예 선거제 관련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원내대표는 "오늘 의총에서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가 그동안의 정개특위 차원에서 협상해온 과정과 내용을 의원님들께 보고를 했다"라며 "관련해서 의원님들이 의견을 많이 물어보고, 듣고 그렇게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협상할 때, 오늘 의총에서 논의한 내용들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겠다"라며 "계속 의원님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협상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의총을 통해 확정되거나 변화한 부분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 그는 "저희 당은 초기부터 전국 단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라며 "우리 당은 지금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당시에도 선거법을 강하게 반대했고, 병립형 비례제로 가는 데 대해서는 우리 당 안에서는 특별한 이견이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국민의힘은 당내 일각은 물론 김기현 당 대표까지 나서서 비례대표제 폐지 목소리를 내는 등 통일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윤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추가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민주당 등에서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과거로의 퇴행'이라고 지적하며 반발하는 데 대해서도, 윤 원내대표는 "그래서 양당 간에 절충점을 찾아야겠다"라고만 이야기하며 말을 아꼈다. 의원정수 축소에 관해서도 "의원 감축을 주장해왔기에, 협상 과정에서 감축을 위해서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의 보고를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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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개편을 두고 여러 쟁점 사항들이 있지만, 이처럼 국민의힘이 내부 입장 정리에만 차일피일 시간을 끌면서 국회 내 논의는 계속 답보 중이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통해 '지역구 소선거구제 유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중지를 모았다.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는 47석으로 분배된 현행 의석 분포도 지역구를 다소 줄이고 비례대표를 소폭 늘리는 방향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아직까지도 확정된 안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띄우면서 여당도 이에 호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것마저도 잠시뿐이었다. 소선거구제를 유지할 건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건지, 아니면 도시와 농어촌 지역을 다르게 적용하는 '도농복합'으로 갈 건지조차 여당은 명확히 정해진 게 없다.
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상 선거제도 개편은 물 건너 간 게 아닌가 싶다. 관심을 갖는 의원이 많지 않다"라며 "그냥 위성정당 방지조항 정도만 정리하고, 나머지는 현행대로 치르지 않을까 싶다"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선거제도를 개편한다고 해서 지금 현역 의원들 중에 득을 볼 의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다들 몸을 사리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불확실한 개편보다, 예측가능한 현행대로 선거를 치르는 게 더 낫다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의원정수 축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다"라며 "실제로 의원정수 축소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사실상 논의의 판을 흐트러트리기 위해 일부러 꺼내는 이야기가 아니겠느냐"라고도 전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분명 문제점이 있는 제도이지만, 소수정당을 배려하고 민의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겠다는 취지의 제도"라며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는 퇴행이자 악화라고 봐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엄 소장은 "국민의힘은 선거제도가 바뀜으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분열의 요소가 새롭게 생기는 걸 꺼리는 분위기로 보인다"라며 "국민의힘이 저렇게 나오는 상황에서, 민주당이라고 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관철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봤다. "양당이 '위성정당 방지'를 명분으로 세우고, 사실상 과거 제도로 회귀하는 방향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라는 예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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