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 몰려온 이재명 단식 풍경…文 "응원 보낸다" 與 "방탄쇼"

김정재, 황수빈 2023. 9. 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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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무기한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위한 출석을 두고 검찰과 종일 신경전을 벌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1회 국회(정기회)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앞 단식 농성 천막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대변인을 통해 “검찰 조사에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며 “검찰이 고집하는 오는 4일 오전에 출석해 조사받겠다”고 밝혔다. 다만 “조정이 불가능한 일정을 고려해 4일에는 1차로 오전 조사를 실시하고, 다음 주 중 협의해서 추가조사를 받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검찰은 “오전 2시간 만에 조사를 끝낼 수는 없으며, 준비된 조사를 다 진행하겠다고 변호인에게 알렸다”며 “일반적인 피의자의 출석과 조사처럼 응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맞섰다. 이후 양측은 “조기 출석 의사를 밝혔는데도 검찰이 출석 일정을 거부했다”(강선우 민주당 대변인)라거나 “오늘 오후 이 대표측 변호인이 9월 4일 출석은 어렵다고 통보했다”(수원지검)고 전하는 등 종일 신경전을 펼쳤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이례적으로 국회 본청 앞 단식 농성 천막에서 열렸다. 이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많은 의원이 ‘꼭 이렇게 단식을 해야 하나’ 묻는데, 제 답은 ‘이거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라며“조금이라도 퇴행이 완화되고 정상적인 국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아침까지 1박 2일간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갖고 이 대표에 힘을 보탰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국민이 공감하는 국정운영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정기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직후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4~5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전쟁하는 형국이라 더 이상 선택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 걱정 끼쳐서 죄송하다”고 했고,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 마음으로 응원을 보낸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국회 비상행동 결과보고'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저지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향후 본격적인 지지층 규합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민주당 원외 지역 위원장들과 ‘제1차 윤석열 정권 폭정저지 민주주의 회복 촛불 문화제’를 연 뒤, 2일 오후 4시에는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제2차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한다. 민주당은 4일과 5일에도 ‘촛불 문화제’를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SNS를 통해 “윤석열 정권이 국민을 향해 선전포고했으니 민주주의를 지킬 촛불을 들어달라”며 직접 참여를 독려했다.

'이재명 단식'에 싸움터 된 국회. 연합뉴스


다만 전날(31일) 진행된 단식 투쟁 농성장은 이른바 ‘개딸’이라 불리는 이 대표 지지자들과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한 데 모여 어지러운 모습이었다. 보수 유튜버들은 이 대표를 향해 “단식 전에 법인카드로 먹은 초밥부터 뱉어내자” “이제 그만 감옥 가자”고 외쳤고, 이에 이 대표 지지자들도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쥴리야, 오빠 왔다” 같은 성희롱성 발언을 퍼부으며 대응했다. 양측이 충돌할 때마다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들이 뜯어말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광경은 이 대표가 당대표실로 복귀하던 11시까지 약 6시간가량 이어졌다.

이 대표가 단식 투쟁 중 검찰과 출석일 신경전을 벌이자 여권은 “방탄용 단식쇼”라고 비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번 단식쇼는 검찰 수사를 막아보겠다는 또 다른 사법 방해 행위”라며 “단식을 통해 자신을 향한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개딸들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무언의 압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냉소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비명계 한 의원은 “그 누가 봐도 본인 사법리스크 때문에 개딸들 총동원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비명계 의원도 “정기 국회에서 유리한 야당의 이슈를 다 잡아먹는 악수(惡手) 중의 악수”라고 꼬집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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