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데자뷔?…대표팀 '벤치 복귀' 차두리 코치, 클린스만호 '구원투수' 될까

권동환 기자 2023. 9. 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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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차두리가 다시 한 번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직을 맡게 되면서 출항 초기부터 논란에 휩싸이며 축구팬과 국민들 외면을 받고 있는 클린스만호의 반전 동력이 될지 주목받고 있다.

축구계에선 7년 전 '슈틸리케호' 때 차 코치가 전력분석관이란 이름으로 대표팀 벤치에 발을 들여놓았던 상황과 비슷하다는 말도 나오는 중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일 남자 축구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 개편을 알리며 "차두리 대표팀 테크니컬 어드바이저가 9월 유럽 원정부터 내년 카타르 아시안컵까지 코치로 보직 변경한다. 각급 대표팀 경험이 풍부한 이재홍 피지컬 코치도 대표팀에 가세했다"고 발표했다.

위르겐 클린스만이 감독직을 맡아 이끄는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 개편은 예고된 사항이었다. KFA 관계자가 지난달 31일 "마이클 김 코치가 대표팀에서 떠난다. 이미 8월부터 코치진 보직 관련 개편이 논의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마이클 김 코치가 떠나는 것으로 결정됐다"라고 전했기 때문이다.

캐나다 국적 마이클 김 코치는 지난 2018년 8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던 당시 국가대표팀 코치에 선임돼 5년간 대표팀과 함께 했다. 그는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 코치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K리그 제주유나이티드, 대전 하나시티즌, 중국 상하이 등에서 코치직을 역임했다.



마이클 김 코치는 지난해 말 카타르 월드컵이 끝나고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에도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끄는 새 대표팀에 유일하게 합류, 월드컵 16강에 오른 벤투호와 2026 월드컵을 향해 달려가는 클린스만호를 이어줄 가교 역할을 했으나 약 6개월 만에 대표팀을 떠나게 됐다.

클린스만은 마이클 김 코치에게 스카우트로의 사실상 보직 강등을 권유했으나 김 코치는 느닷 없는 제의를 숙고한 끝에 거절하고 사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FA 관계자는 31일 마이클 김 코치 사임을 전달하면서 "이번 코칭스태프 개편으로 새 코치가 들어올 예정이나 외국인 코치가 들어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코치진 내부에서 보충은 있을 거다. 마이클 김 코치도 10월까지는 기존 업무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KFA가 거론한 '내부 보충'이 바로 차두리 테크니컬 어드바이저 겸 FC서울 유스 강화실장의 코치 승격이었고, 1일 공식 발표가 났다.

지난 3월 클린스만 부임 이후 대표팀 어드바이저로 활동한 차두리는 그동안 어드바이저로서 감독과 선수단 사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K리그 환경과 선수들에 대한 조언을 해왔지만 대표팀 소집 기간 훈련에 함께 나서거나 경기 벤치에 직접 앉지는 않았다. 이번에 클린스만 요청으로 코치로 보직이 변경 됨에 따라 대표팀 훈련과 경기 지도에 참여하게 됐다. 벤치에도 직접 앉는다.



차 코치는 1일 "대표팀이 오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64년 만의 우승컵을 들어 올려 한국 축구의 한을 풀었으면 좋겠다"라며 "내가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축구에 기여하는 방법을 언제나 고민해왔는데 A대표팀 코치인 만큼 클린스만 감독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라고 대표팀 합류 소감을 전했다.

KFA는 차 코치 외에 2011년부터 대한축구협회 피지컬코치로 일하며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고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대표팀과 함께한 이재홍 피지컬 코치를 새로 영입했다.

이 코치는 최근 FC서울 피지컬 코치를 거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5년 전 러시아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에서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코치와 협업했었는데, 클린스만호에서는 베르너 로이타드 피지컬코치와 손발을 맞춰 대표팀 선수들의 체력 향상을 도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코치는 이강인이 지난 여름 PSG 입단 직전 국내 개인 훈련 중 부를 정도로 피지컬 코치로서의 실력을 인정받는 편이다.


다만 클린스만호가 취임 초부터 경기 내용과 결과는 물론 감독의 해외 미디어 잦은 출연 및 재택 근무 논란 등 온갖 설화에 휩싸여 십자포화를 맞는 상황이어서 차 코치가 이런 논란을 상쇄하기 위한 방패막이가 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 축구의 소중한 자산인 차 코치를 보다 아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차 코치 부임에 대해 한국 축구가 벼랑 끝 위기에 몰리던 2016년 10월 그가 국가대표 전력분석관으로 선임됐을 때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많다. 당시 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진행 중이었는데, 2016년 10월 11일 이란 원정 경기에서 0-1로 무기력하게 패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2015년 말 현역 은퇴했던 차 코치가 전력분석관 직함을 달고 소방수로 영입됐다.

이 때 차 코치는 유럽축구연맹(UEFA) B급 라이선스까지 취득했지만 아직 대표팀 코치에 필요한 A급 자격증을 따지 못해 코칭스태프에 합류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KFA는 차두리를 '전력분석관'이란 이름까지 만들어 임명했고, 벤치에 앉아 대표팀에 필요한 소통 역할을 수행했다.

'편법' 논란이 있었지만 이용수 당시 KFA 기술위원장은 차 코치를 전력분석관으로 데려온 이유에 대해 이란의 베테랑 미드필더 자바드 네쿠남을 거론했다. A매치 151경기 출전으로 이란 대표팀 최다 출장자인 네쿠남이 은퇴 후 대표팀에서 코치로 활동, 선수들과 감독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맡은 것을 인상 깊게 봤고, 한국 대표팀에선 차 코치 외엔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했던 셈이다.



이 전 위원장이 "네쿠남을 보면서 차두리를 떠올렸다. 타이틀만 전력분석관을 달았을 뿐 벤치에서 대표팀에 필요한 소통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전력분석관으로 임명된 차두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때까지 유효한 단기 계약을 맺었다. 차두리가 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슈틸리케호는 11월 A매치 친선경기 2연전 우즈베키스탄전, 캐나다전을 모두 승리하면서 팀에 활기가 감도는 듯했지만 2017년 3월 중국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하면서 월드컵 본선에 가지 못할 수 있는 벼랑까지 몰렸다.

결국 차 코치는 중국전 한 달 뒤 4월 자진사퇴하면서 불과 6개월 만에 전력분석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대해 KFA 측은 당시 "슈틸리케 감독이 독일에 가서 UEFA 지도자 수업 중인 차 분석관을 다각도로 설득했음에도 차 분석관 사의가 확고했다"라며 "대표팀 일을 맡기엔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도 두 달 뒤인 6월 최종예선 도중 경질을 통보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무능이 '차두리 효과'보다 더 컸던 것이다. 차 코치가 온 뒤 기성용, 손흥민 등 당시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반기며 팀의 분위기를 바꾸는 동력이 됐으나 지휘자의 능력이 없는 것까지 보완하진 못했다. 차 코치는 이후 같은 해 가을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을 물려받을 때 코치로 다시 들어와 이듬해 6월 러시아 월드컵까지 코치 생활을 했다.



슈틸리케호를 비춰보면 지금 클린스만호의 상황과 닮은 점이 있다.

클린스만은 한국 대표팀 부임 후 2무 2패를 기록, 외국인 감독 데뷔 후 최다 경기 연속 무승 기록을 세우는 등 초반부터 결과가 좋지 않다. 여기에 지난 4경기를 보면 손흥민을 프리롤로 둬 공격에 활로 찾은 것을 제외하곤 수비 불안과 선수 관찰 부족 등으로 유기적인 시너지가 나지 않고 있다.

물론 슈틸리케 전 감독이 취임 후반기 차 코치를 불렀던 점은 다르지만 대표팀 감독이 실력은 물론 여러 설화로 위기 상황에 몰린 것은 비슷하다. 당시에도 슈틸리케호의 카를로스 아르무아 수석코치가 '슈틸리케 감독의 말동무'라는 전력 외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에 더해 클린스만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힌 한국 상주 약속을 정면으로 어긴 채 미국에서 재택근무를 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또한 미국 ESPN 축구프로그램 패널에 거의 정기적으로 출연해 해리 케인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 조언을 하거나, 리오넬 메시의 미국 프로축구 활약을 거론하면서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거의 프리랜서 하듯이 하고 있다"라는 비판에도 직면한 상태다. 간단한 부업을 해도 급여를 주는 회사의 허락을 맡거나 엄격한 제한을 받는 게 보통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차 코치가 전술이나 선수단 조련을 물론 코칭스태프에 대한 대외 이미지 개선의 역할까지 자의반 타의반으로 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클린스만호는 오는 9월 4일 인천공항에 소집돼 영국으로 출국. 8일 웨일스와 맞대결을 가진 뒤, 13일에 사우디아라비아와 A매치 친선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그간 미국에서 재택근무를 하던 클린스만은 1일 모나코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추첨 행사 등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김민재와 케인이 출전하는 바이에른 뮌헨-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전을 본 뒤 한국을 곧장 영국에 가서 대표팀과 만난다.

새로 클린스만호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차두리 코치와 이재홍 피지컬코치는 현지 훈련 및 경기 준비를 위해 본진보다 하루 앞서 3일 웨일스로 출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슈틸리케호와 달리 이번엔 차 코치가 대표팀의 첫 승과 아시안컵 우승, 그리고 대외적인 이미지 변화까지 이뤄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대한축구협회 제공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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