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가현 이시야마데라 절을 찾아서

박현국 2023. 9. 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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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을 돕는 절로 유명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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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국 기자]

8월 31일 오전 시가현에 있는 이시야마데라(石山寺) 절에 다녀왔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큰 비와코 호수물이 빠져나가는 세타가와강 서쪽에 이시야마데라 절이 있습니다. 그래서 절에서 세타가와 강 물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이시야마데라 절은 석산(石山)이라는 말 그대로 돌 위에 지은 사찰입니다. 이 돌은 화산암 가운데 하나인 규회석입니다.
  
  이시야마데라 절 본당 앞입니다. 모녀가 절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 박현국
 
이시야마데라 절에 들어서자 곳곳에 어머니와 딸로 보이는 사람들을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심히 지나쳤지만 뒤에 절을 나오면서 그 까닭을 깨닫았습니다. 

이시야마데라 절은 747년 요헨(良変)스님이 지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요헨 스님은 이시야마데라 절이 있는 시가현 출신으로 도다이지 동대사 절 주지로 동대사 대불을 완성시킨 스님입니다. 대불 완성을 눈 앞에 두고 대불 마무리를 위해서 노력했지만 좀처럼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요헨 스님은 시가현 돌 위에 절을 지으면 대불을 완성할 수 있다는 계시를 받고 이시야마데라 절을 세워서 도다이지 동대사 대불을 완성시켰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주술적 힘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시가현에 새로운 절을 짓고, 그곳 사람들의 민심을 얻어 많은 시주와 공물을 얻고 그것을 이용해서 동대사 대불을 완성시켰다고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시야마데라 절은 교토 기요미즈데라 절처럼 무대식 건축입니다. 절벽 위에 무대를 나무로 설치하고 본당을 지었습니다.
ⓒ 박현국
 
이시야마데라 절은 무라사키시키부가 겐지모노가타리 소설을 쓴 곳입니다. 절 본당 한쪽에는 무라사키시키부가 작품을 쓰는 모습을 재현 놓은 곳도 있습니다. 무라사키시키부는 왕궁의 궁녀로 생활하면서 후배 궁녀들을 가르칠 목적으로 왕궁의 생활과 일상 그리고 그들의 계보를 글로 써서 정리했습니다. 겐지모노가타리는 최초의 대하 장편소설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절에서 사는 스님들은 한자를 읽을 줄 아는 식자층이었습니다. 스님들의 수행의 방편으로 불경을 읽고, 외우고, 독경을 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무라사키시키부 역시 당시 식자층의 도움을 받고 절에 있는 자료를 사용하기 위해서 오래된 절인 이시야마데라 절에 머물면서 겐지모노가타리를 썼을 것입니다.
 
  양쪽이 여의윤관음보살상입니다. 비불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습니다. 누리집이나 특별 공개 포스터를 참고했습니다. 가운데 사진은 보살상 수리 때 나온 태내불입니다. 태내불 관음상은 고구려 영향으로 보입니다.
ⓒ 박현국
 
이시야마데라 절은 왕궁이 있던 교토에서도 가깝고, 오래된 절로 많은 스님과 자료가 있기 때문에 무라사키시키부는 일찍이 이곳에 정착해서 작품을 썼습니다. 절 옆으로 유장하게 흐르는 세타가와 강물을 바라볼 수 있고, 바위 위에 굿굿하게 세워진 절은 작품을 구상하고 쓰는데 안성맞춤이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이시야마데라 절은 무라사키시키부를 만족시키고 평안하게 문필 작업을 완성시켰다는 소문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시야마데라 절은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을 돕는 절이라고 알려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친정어머니가 임신한 딸이나 임신을 희망하는 딸을 데리고 같이 와서 본당에서 여의윤관음보살 불상에게 기원을 합니다.
 
  이시야마데라 절 본전 천장에서 우미량 보를 볼 수 있습니다. 우미량은 백제시대 건출물에서 흔히 사용되었습니다.
ⓒ 박현국
 
이시야마데라 절에는 우리나라 백제시대 건축에서 흔히 사용되었다는 우미량(牛尾樑)을 볼 수 있습니다. 우미량은 주심포 건물에서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단차가 있는 도리를 계단형식으로 상호 연결하는 보를 말합니다.

직선 부재가 아니고 소꼬리처럼 곡선으로 만들어져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크기가 작으며 다른 보처럼 기둥을 연결하는 것도 아닙니다. 수덕사 대웅전 종단면은 종도리를 기준으로 양쪽에 각각 세 개씩 우미량 여섯 개가 걸려있습니다.

이사야마데라 절에는861년 무렵 발해 사신 이거정(李居正)이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가구영험불정존승다라니(家具霊験仏頂尊勝陀羅尼)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절 옆에 있는 비와코호수는 우리나라 동해안과 가깝기 때문에 발해에서 동해를 통해서 일본에 들어 와 비와코 호수를 지나고 이시야마데라 절에 머물렀다가 나라로 이동하면서 남겼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시야마데라 절 다보탑은 1194년에 지어진 것으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되었습니다. 아래층은 사각형이고 위층은 원형입니다.
ⓒ 박현국
 
참고누리집 및 참고문헌> 이시야마데라 절, https://www.ishiyamadera.or.jp/, 2023.9.1, 김왕직, 알기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 출판 동녁, 2007, 최성은, 평원·영양왕대 고구려 불교조각에 대한 고찰, 한국고대학회 63, 2020.
가는 법> JR오사카역이나 교토역에서 비와코선 전차를 타고 이시야마 역에 내려서 게이한 전철 이시야마행 전차로 갈아타고 이시야마 역에 내려서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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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우리말과 민속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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