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손 내밀고, 일본엔 '오염수' 때린다…중국 '밀당 외교'
최근 한·미·일을 상대로 한 중국의 외교 접근법은 ‘맞춤형 대응’으로 요약된다.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드러난 3국의 대중(對中) 압박 기조에 맞서 중국은 한·미·일과의 양자 관계를 각기 달리 가져가는 모양새다. 한·중 간에는 소통 채널을 복원·신설해 접점을 넓히고, 미 고위급 인사의 방중을 계기로 조성된 미·중 해빙 무드를 부각하는 식이다. 반면 일본에 대해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세워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갈등 끝 '관리모드'?…소통 재가동
중국은 지난달 29일 한·중 경제공동위원회에 이어 지난달 31일 한·중 외교장관 통화에서도 대화와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한·미 동맹 강화→한·일 관계 개선→한·미·일 공조 강화’로 이어지는 외교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원해진 한·중 대화를 재개하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외교안보대화·인문교류촉진위원회 등 각 협의체를 가동하고,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 1.5트랙’ 대화를 조기 개최하는데 뜻을 모았다.
이날 통화에선 또 한·중 외교장관이 상대국을 번갈아 방문하는 ‘셔틀외교’ 추진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한·중 외교장관은 지난 7월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 때 별도의 대면 회담을 열긴 했지만, 서로 상대국을 방문해서 만나는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해 8월 이후 열리지 않았다.
한·중·일이 연내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는 점도 한·중 관계의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3국 정상회의가 성사된다면 순회 의장국인 한국에 3국의 정상급 인사가 모인다. 관례상 중국에선 리창(李强)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는데, 이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 및 한·중 정상회담의 동력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美 겨냥한 견제구 "외부 요소 간섭"
중국 측 보도자료에는 “일본 핵 오염수 방출과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국 외교부의 보도자료엔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다. 중국이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굳이 오염수 문제를 꺼내 든 건 최근 격화된 중·일 갈등의 여파로 풀이된다.
'오염수 레버리지' 끌어올리는 中
실제 중국은 한·미 양국과 대화·협력 기조를 강화하는 것과 달리 일본에 대해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세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31일에만 4차례에 걸쳐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을 올렸을 정도다. 특히 화 대변인은 네 번째 게시글에 “엎질러진 물은 담을 수 없다”는 표현을 사용해 “일본은 너무 늦기 전에 (오염수 방류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양 방류의 과학적·객관적 근거를 강조하며 ‘오염수 외교’에 공을 들이는 일본 입장에서 중국의 이같은 공세적 태도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전면적인 수입 금지 조치에 이어 후쿠시마 당국과 도쿄전력 등에 협박성 전화가 폭주하는 상황은 자칫 오염수 방류에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태평양도서국과 동남아 국가 등의 대응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일본으로선 주요20국(G20) 정상회의에서 별도의 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해 중국을 설득하려던 계획도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G20 정상회의에 불참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당초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G20 정상회의 참가국들과 개별 정상회담을 개최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과학적 근거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계획이었다고 지난달 30일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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