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손흥민 다음은 누구? 한국인 유럽파들의 UCL 도전

이준목 2023. 9. 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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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세계 최고의 국제클럽대항전'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향한 한국인 유럽파들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유럽축구연맹은 9월 1일(한국시간) 프랑스 모나코에서 2023-24 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 추첨식을 진행했다.

올시즌에는 김민재( 바이에른 뮌헨)와 이강인(PSG), 오현규, 양현준, 권혁규(이상 셀틱) 등 총 5명의 한국인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김민재의 뮌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코펜하겐, 갈라타사라이와 함께 A조에 속했다. 이강인의 파리 생제르망(PSG)은 G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AC 밀란,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함께 F조에 편성됐다. 한국인 영건 3인방이 속한 셀틱은 페예노르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라치오와 함께 E조에 편성됐다.

한국인 유럽파가 속한 팀 중에서 전망이 가장 밝은 것은 단연 뮌헨이다.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 등과 더불어 유럽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뮌헨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6차례나 정상에 오른 강호다. 가장 최근 우승은 2019-20시즌이었다. 다만 지난 시즌에는 8강에서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에게 덜미를 잡히며 탈락했다.

올해 UCL A조는 뮌헨과 맨유(잉글랜드)의 2강 체제가 예상된다. 맨유가 강팀이기는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이끌던 1990-2000년대 전성기만큼의 위용은 아니다. 코펜하겐(덴마크)와 갈라타라사이(터키)는 뮌헨-맨유보다는 확실히 한 수 아래의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뮌헨에게는 나쁘지 않은 무난한 조 편성이라는 전망이다.

뮌헨은 올시즌을 앞두고 김민재와 해리 케인 등을 영입하며 각각 최전방과 후방의 무게를 더했다. 다른 빅리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경기수와 일정이 다소 여유롭고 리그 내 별다른 대항마가 없다는 점에서 UCL에서 좀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유리하다. 유럽축구 현지 언론들은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디펜딩챔피언 맨시티의 '대항마'가 될 만하다며 뮌헨을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김민재는 유럽 진출 3년 만에 급성장을 거듭하며 이탈리아 세리에 A 우승-아시아 역대 최고이적료 신기록 등 새로운 역사를 수립했다. 내친김에 뮌헨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거머쥐게 된다면 한국과 아시아 출신 수비수로서 이제껏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게 된다.

반면 이강인의 PSG는 다소 쉽지 않은 행보가 예상된다. 도르트문트는 독일의 명문이자 2022-23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뮌헨과 막판까지 우승을 다퉜던 저력의 팀이다. AC밀란은 이탈리아 세리에A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손꼽히는 전통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소유로 '오일머니'를 등에 업고 전력이 급상승한 뉴캐슬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확실한 1강은 없지만 반대로 만만한 팀도 없다. 전문가들은 어쩌면 F조가 이번 대회 최대 '죽음의 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올시즌 PSG의 전력에도 물음표가 붙고 있다. PSG는 2010년대 이후 검증된 스타급 선수들을 끌어모아 호화전력을 구축했으나, 자국리그에서의 압도적인 면모와 달리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번번이 우승에 실패했다. 2019-20시즌 준우승으로 최고성적을 기록한 이후로는 UCL 성적이 꾸준히 하락하며 최근 2시즌 간은 연속 16강(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에서 무기력하게 조기탈락했다.

올시즌 UEFA랭킹은 6위로 높지만 PSG는 내실을 보면 리오넬 메시와 네이마르 등 슈퍼스타들이 잇달아 팀을 떠나며 전력이 약화됐다. 계약기간 만료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에이스 킬리앙 음바페가 우여곡절 끝에 잔류했지만 구단과 갈등을 빚으며 마음이 떠난 모습을 보였기에 얼마나 축구에 집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지 언론들도 올시즌 PSG를 우승후보로 평가하지 않고 있으며, 죽음의 조에서 16강진출조차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부상을 당하여 주춤한 이강인은 PSG에서 먼저 치열한 주전경쟁을 이겨내야만 한다.

'오·현·규' 트리오가 버틴 셀틱은 '언더독'으로 분류된다. 셀틱은 1966-67시즌 영국 클럽 최초로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에서 정상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이후로 스코틀랜드리그의 위상이 낮아지며 셀틱도 자국리그 밖에서는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 시즌도 자국에서는 리그와 컵대회 3관왕을 차지했으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별리그 2무 4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최하위로 탈락했다. 셀틱의 UEFA랭킹은 57위에 불과하다.

셀틱이 속한 E조에서 가장 강력한 팀은 역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가 꼽힌다. 꾸준히 유럽클럽대항전 무대를 밟고 있는 단골손님이고 2010년대 이후 준우승만 2회, 유로파리그 우승은 3회나 했을 만큼 경험이 풍부하다.

라치오(이탈리아)도 지난 시즌 나폴리에 이어 세리에A 준우승, 페예노르트(네덜란드)는 에레디비지에 우승을 차지했을 만큼 만만치 않은 팀이다. 난이도가 다른 조보다 더 높은 것은 아니지만 셀틱의 전력상 1승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인 영건들이 스코틀랜드리그보다 수준이 높은 유럽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얼마나 기회를 받고 활약을 보여줄지가 관심사다.

역대 한국인 유럽파 중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선수는 단연 박지성과 손흥민이다. 박지성은 맨유 시절인 2007-08시즌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2008-09시즌과 2010-11시즌에는 선발로 출전하여 결승무대를 밟았다.

토트넘의 손흥민은 2018-19시즌 박지성에 이어 다시 한번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두 번째 한국인 선수가 됐다.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 통산 최다 챔피언스리그 최다 출장(55경기)-최다골(19골)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많은 축구팬들은 한국인 선수들이 유럽클럽대항전의 빅매치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기 위하여 밤잠을 설치곤 했다. 아쉽게도 박지성과 손흥민은 없지만, 올해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또다른 후배 스타들이 '꿈의 무대'에서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이어갈지 많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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