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재판 지연 동의 못해, 국민 감동 주는 재판하려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8년 이른바 ‘사법농단’ 때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담화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와 면담한 내용을 ‘거짓 해명’한 혐의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선 “수사가 정당한 절차로 진행되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이달 24일 퇴임을 앞둔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때(2018년 담화문을 낼 때)가 임기 중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며 “추가 조사가 여러 번 있었지만 결국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기소된 판사들에게 속속 무죄가 선고되고 있는 점에 대해선 “무죄 판결이 나고 (판사들이) 징계 절차에 회부된 부분 등과 관련해서는 결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2020년 5월엔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게 국회 탄핵안 의결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표를 반려하고도 이를 부인했다가 임 부장판사 측이 녹취록을 공개하며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은 이듬해 2월 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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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가 정당한 절차라면 성실하게 임할 것"
퇴임 후 검찰 소환 가능성을 묻는 말에 김 대법원장은 “수사가 진행 중인 내용이라, 거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원론적으로는 수사가 정당한 절차라면 성실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시에 여러 가지 불찰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송구하다는 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균용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가 김 대법원장 임기 중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선 “(사법부 신뢰는) 저도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다. 어느 대법원장이 그것을 추구하지 않겠느냐”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신뢰가 무너졌다는 데 방점이 있다’고 재차 묻자 “부족하고 모자란 게 있었다면 그건 후임 대법원장의 몫”이라며 “좀 더 나은 법원을 만들기 위해 일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 후보자가 고향 후배(부산)라며, 과거 같은 대법관 밑에서 재판연구관으로 함께 근무한 일도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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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지연, 고등부장 폐지 탓 아니다"
김 대법원장 임기에 악화한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해선 “물론 신속과 효율성도 중요하겠지만, 충실한 심리를 통해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재판을 하도록 노력하고자 했다”며 “근본적으로 법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코로나로 재판 기능이 제한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와 ‘법원장 후보 추천제’ 등 김 대법원장이 도입한 정책이 재판 지연을 심화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관이라는 직을 수행하는 사람이 승진제도가 있을 때는 성심을 다하고, 없으면 안 한다는 것은 법관 생활 오래 한 저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 법원장 추천제로 되는 법원장도 사법행정에 관해 충고와 조언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분을 뽑을 시스템을 갖췄다고도 했다.
임기 중 가장 뿌듯한 업적은 형사 전자소송 도입, 가장 아쉬운 일은 상고제도 개선 불발을 꼽았다.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40년 간 법관이라는 일만 해서, 다른 사람들은 뭐에 즐거움을 느끼는지,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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