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해협, 한반도 문제와 연계될 수밖에... 능동적으로 나서야"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기자]
한반도를 둘러싼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8월 한미일 정상이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열었고, 북중러는 그들대로 뭉치고 있다. 세계가 신냉전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신냉전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박 교수가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 흐름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8월 28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 |
ⓒ 연합뉴스 |
-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움직임이 있는 것 같아요. 현재까지의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우리가 이 변화를 제대로 읽으려면 한반도 문제도 중요하지만, 세계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같이 읽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한반도가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확인되는 것처럼 이 세계 질서의 전초 기지죠. 강대국 간의 경쟁과 이해가 맞닥뜨리는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 있는 건 분명하죠. 그 대표적인 사례 중에 하나가 그것으로 인해서 한반도가 여전히 분단된 상태에 있다는 거예요. 꼭 강대국 책임만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런 강대국 간의 이해가 서로 부딪히는 지역이기 때문에 그만큼 통일이 어려운 것도 분명한 거고요. 그런 측면에서 이 세계 질서와 더불어 한반도 질서를 봐야 되는데, 세계 질서가 변화의 시기에 있죠."
-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요?
"어떻게 이걸 읽어내야 될지 굉장히 어려워요. 제가 최근에 이 부분에 대해서 논문도 쓰고 계속 연구하고 있는데 굉장히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죠. 그런데 신냉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어떤 이유 때문이지요?
"사실 냉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죠. 1945년부터 1990년까지 경험했던 미국과 소련의 갈등과 같은 형태의 신냉전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때 갈등 형태로 나타난 것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요. 첫 번째, 자유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대척이 있었죠.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주의 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공산주의 진영이 완전히 갈라져서 말 그대로 탈동조화됐던 상황이죠. 서로 간에 교류도 없었고 따로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었고, 끊임없이 이데올로기 갈등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진영 내에서는 하나로 뭉치는 모습이 있었어요. 그런데 현재 나타나는 현상은 그렇지 않아요. 앞으로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때의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기처럼 완벽하게 진영이 구축돼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삶은 불가능합니다."
- 한국 시각으로 19일 새벽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렸고 결과물이 나왔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1945년 이후에 미국이 주도한, 특히 탈냉전 이후에 계속 주도해 왔던 질서가 흔들리는 과정에서 불확실성과 실질적인 위협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정상이 보여준 세계관과 국제질서에 대한 평가를 보면 그 문제를 거의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바이든 대통령은 현 상황을 '변화의 시대'라고 표현해요. 윤석열 대통령은 '미증유의 복합 위기'라고 얘기를 하고 있고, 기시다 총리는 '법과 질서가 지배하던 자유주의적인 국제질서가 도전받고 있다'고 얘기를 합니다. 그러니까 한미일 3국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이는 거죠.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회복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미일 3국이 처방으로, 원칙으로 얘기했고 그것을 어떻게 다시 회복하고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여러 가지 행동 계획들이 나왔어요. 저는 그게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를 겨냥해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이 뭉쳤다'는 시각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고요. 큰 틀에서 국제질서의 변화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대해 한미일이 서로 세계관을 맞춰봤고, 해결 방안도 같이 맞추다 보니 인도 태평양 지역 내에 그런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 북한, 러시아가 된 거죠."
▲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 박원곤 제공 |
-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자 협의 공약'을 채택해 일본과의 안보 협력 수준을 한 차원 높인 것은 어떻게 보세요?
"안보 협력의 수준을 어떻게 평가했느냐가 중요하죠. 문서가 3개가 나왔는데 세 번째 공약이라는 문서가 있잖아요. '앞으로 한미일이 인도 태평양의 도전이라든지 위협이라든지 그것이 발생했을 때 서로 간에 협의해서 대응을 조율한다'는 게 안보 협력의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얘기 하는데 그 문서를 보면 이건 강제 조항이 아닙니다. 원치 않으면 대화를 안 해도 된다는 거죠. 제가 이 문서를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뭔가 부딪힐 수 있는 지점은 대만, 남중국해 그리고 한반도죠. 저는 이 세 지역에서 한미일이 어떻게 앞으로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만 해협 문제가 한반도 문제와 연계가 됐냐, 안 됐냐 그런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이건 연계가 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인도 태평양 지역을 미국이 '하나의 전국'으로 만들었습니다. 한반도가 됐든 남중국해가 됐든 대만이 됐든 이 지역에서 무력 분쟁이 발생하면 미국은 인도 태평양 지역에 있는 자신들의 자산을 다 활용해서 대응할 거예요. 예를 들어서 대만 해협에 뭔가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미국은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의 전력을 다 활용할 겁니다. 그렇다면 이거는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그래서 '우리가 연루될 필요가 없으니까, 얘기를 하지 말고 이런 걸 다 빼야 된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우리가 능동적으로 이 문제를 얘기한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서 대만 해협에 분쟁이 생기면 미국이 한국한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냐, 그러면 '한국이 이만큼은 할 수 있고 이만큼은 할 수 없다'는 것을 포함해서 다 얘기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명확한 방침과 목표를 세우고 적극적으로 얘기를 해서 불확실성을 제고하는 게 중요하다, 그걸 하기 위한 하나의 기재는 마련됐다고 생각합니다."
- 문제는 남북이 충돌할 때 일본이 개입하는 거 아닌가요?
"그 문제도 지금 말씀드린 틀에서 얘기할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남북 간에 충돌이 있을 경우, 일본이 자국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작전을 '비전투원 소개 작전'이라고 하는데 NEO라고 불립니다. 모든 국가가 다 갖고 있죠. 그럴 경우 일본이 한국의 영공과 영해에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런 문제를 '일본이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얘기할 게 아니라, 협의를 통해서 '이건 안 된다. 그 나머지는 한국과 미국이 알아서 한다'라는 등 구체적으로 얘기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 윤석열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를 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중국, 러시아를 적으로 생각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명백한 대중국 외교 원칙을 밝혔는데요. 그건 문서에도 나오고 대통령이나 안보 고위 관료들의 발언에서도 여러 번 반복됩니다. 중국과의 관계의 가장 큰 원칙은 상호 평등 호혜에 기초한 중국 대중 관계를 만들겠다는 거예요. 이전 같은 경우 사실상 중국에 많은 양보를 했고 중국에 대해 할 말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생각과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걸 고치겠다는 거고요.
그럼에도 중국을 명백한 적으로 돌리거나 중국과 적대하지 않겠다는 것도 원칙 중의 하나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작년에 냈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 태평양 전략을 보면 그 안에 명백하게 중국에 대해서 정의해요.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 전력이 아니라고요. 근데 그건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습니까? 한국이 어떻게 하더라도 중국과 탈동조화는 불가능하고 경제적으로 우리는 중국과 다 얽혀 있어요.
그리고 어쨌든 북한 비핵화를 하려면 중국이 일정 수준 협력해야 하는 것도 분명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고, 유럽의 핵심 미국 동맹국도 다 중국과 어느 수준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윤석열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또 하나, 두고봐야 하지만 올해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이 그것을 주관하는 국가입니다. 그간 한일 관계도 안 좋고, 코로나19이고 해서 계속 못 했는데 이번에 열릴 가능성이 매우 커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이 있긴 했는데 그 이후에도 중국이 한중일 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 없이 여전히 한국이 주도해서 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중국 관광객도 다시 들어오고 있어요."
-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에 중국이 안 좋은 감정 보이지 않았나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 대해서 비판적인 얘기를 했지만, 수위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중국 비판의 수위가 높을 경우,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얘기가 막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말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복 조치가 뒤따르는데 이번에 그런 게 다 없었어요."
- 한중일 정상회담은 열릴 거라고 보세요?
"저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한중일 정상회담에는 시진핑 주석이 오지 않고 중국의 총리가 오죠. 그리고 이건 경제 문제를 많이 얘기합니다. 최근 중국 경제가 굉장히 안 좋아요. 중국이 내부 경제가 안 좋은 상태에서 한국과 일본을 본격적으로 적으로 삼고 보복 조치를 하면 중국 경제가 더 안 좋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도 그걸 제한하고 삼가고 억제할 수밖에 없는 거고, 일정 수준으로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경제 문제를 더 얘기할 여지가 있죠. 한국과 일본 중국은 다 경제적으로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을 빼놓고 중국이 갈 수 없어요."
- 지난달 25일 북한이 정찰위성 쏘아 올렸지만 실패했잖아요. 북한도 인정했고요. 이 과정은 어떻게 보셨어요?
"큰 틀에서 지난 5월 31일 쏘고 실패하고, 북한이 조만간 다시 쏘겠다 해서 쏜 건 맞고요. 이번에 실패했음에도 10월 중으로 또 쏘겠다고 얘기했죠. 전체적인 과정을 보면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에요. 다른 국가가 정찰 위성 발사에 실패했으면 훨씬 긴 시간을 갖고 문제를 확실히 확인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한 후 발사하는데 서두르는 모습이 분명히 있습니다."
- 왜 서두를까요?
"가장 큰 이유는 김정은이 직접 지시한 사업이라는 것이죠. 원래 처음 지시했을 때 북한 우주개발국이 보고한 날짜는 4월 중이었어요. 근데 그게 5월로 넘어간 거죠. 북한 체제상 김정은이 지시한 것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시기와를 맞춰서 성공해야 하는 압박감이 있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2021년 북한이 8차 당대회 때 5대 전략 무기 사업을 발표했고, 그만큼 김정은 입장에서는 강조하고 있는 거거든요. 북한을 우주 개발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표어가 사방에 붙어 있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계속해서 좀 무리해서 이런 위성을 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북한 발표가 맞다면, 상당 부분 기술적인 진보를 이룬 것 같아요. 1단 2단은 다 성공했고 3단도 3단 로켓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모든 로켓이 일종의 자폭 장치가 있거든요. 뭔가 잘못됐으면 스스로 터뜨리도록 하는데 그게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를 합니다. 북한 측의 발표를 우리가 100% 신뢰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종합해 보면 기술적으로는 진보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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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 중복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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