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의 세책사 [신간]
세책업자들은 책을 구매할 능력이 없는 중하층과 여성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여 상업적 이윤을 추구했다. 독자 취향을 고려해 오락적 독서물, 곧 소설과 역사서, 여행서, 교양서 등 다양한 책을 취급해 고객이 지적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는 책을 직접 골라 읽게 했다. 긴 호흡으로 사회와 삶의 문제를 다룬 산문 양식의 허구 서사에 흥미를 느끼며 통속 문학을 대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책을 많이 팔지 못해 작가와 출판사 수입이 줄어든다며 세책업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소설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오히려 인기 소설을 다량 확보해 대여하려는 세책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설가와 출판사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이들 세책업자는 대중의 독서욕을 자극하기 위해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도서 대여 영업을 했다. 세책 문화가 일찍이 자리 잡은 한국과 영국에서는 더 많은 사람에게 책을 여러 권 빌려주고자 장편 소설을 분책해 내놨다. 조선 향목동 세책점에서는 186권에 달하는 ‘윤하정삼문취록’, 117권짜리 ‘명주보월빙’, 10권짜리 ‘춘향전’ ‘창선감의록’ 등 국내에서 창작된 장편 소설을 보유했다. 잉글랜드 무디 세책점은 무려 100여년간 운영되며 약 750만권을 거래했는데, 소설 대여 횟수를 늘리기 위해 3부작 장편 소설을 주로 취급했다. 그 수혜 작가인 월터 스콧은 자신의 작품 ‘웨이벌리’를 필두로 15년 동안 소설 14편을 모두 3권짜리 장편 소설로 출판했다.
아일랜드와 미국 뉴욕 세책업자들은 엄선한 도서 목록을 적은 카탈로그를 직접 제작했다.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가장 먼저 세책 영업을 시작한 윌리엄 에이크만은 1779년 도서 목록 책자를 만들어 책 구독을 신청한 사람들에게 배달해줬다. 오늘날로 치면 일종의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인 셈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5호 (2023.09.06~2023.09.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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