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산재사망, 사측 알리지도 않고 시신 화장 시도"
[윤성효 기자]
▲ 민주노총 경남본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경남본부는 1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이주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고인을 화장하려 시도한 사측의 비도덕적 행위를 규탄한다”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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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고속도로 건설 공사 현장에서 신호수로 일하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미얀마 출신 20대 이주노동자에 대해 회사 측이 유족 측 변호사에게 알리지도 않고 시신 화장을 시도하고, 피해자 어머니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산재 처리를 하지 말자"라고 회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경남본부는 1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고인을 화장하려 시도한 사측의 비도덕적 행위를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이주노동자 P(25)씨 지난 8월 7일 합천군 대병면 소재 함양-울산간 고속도로 제5공구 공사현장에서 사망했다. 이 공사는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하고 계룡건설이 수주했으며, 하청업체인 영인산업이 공사를 진행해 오고 있었다. 이주노동자 P씨는 영인산업 소속의 신호수로 일했다. 그는 당시 25.5톤 덤프트럭 왼쪽 앞바퀴에 머리가 깔려 사망했다.
P씨의 시신은 합천의 한 장례식장에 안치되어 있다. 이후 주한미얀마대사관은 경남이주민센터에 피해자의 장례와 행정절차에 관한 업무 협조를 요청했다. 또 미얀마에 살고 있는 유족인 피해자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과 관련한 민·형사 이의제기를 포함해 일체의 권한을 박미혜·김형일 변호사에게 위임했다.
유족 위임을 받은 피해자 측 변호사와 회사 측 변호사는 배·보상 등에 대해 협의를 진행해 오고 있으며,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한국미얀마연대·경남미얀마교민회에 따르면, 유족 측은 "합의 없이 장례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회사 측이 시신 화장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박미혜 변호사는 "사측은 유족 측 변호사와 경남이주민센터에 알리지 않고 화장하려고 시도한 사실이 있다"라며 "사측이 9월 2일 진주에 있는 화장장에 화장 절차를 예약까지 마친 것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또 사측은 산재가 아니라 일반교통사고로 처리하자고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변호사는 "사측은 주한미얀마대사관의 노무관을 통해 피해자의 어머니와 영상통화를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회사가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산재처리를 하지 말자'는 내용으로 회유했던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런 시도는 사고가 명백한 산재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산재사건이 아니라 마치 일반 교통사고인 것처럼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시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얀마에 있는 피해자의 어머니는 한국 법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적정한 보상금이나 한국의 산재보험 시스템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상태"라며 "사측과 미얀마대사관의 노무관이 유족 대리인을 배제한 채 접촉하여 전달한 이야기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박미혜 변호사는 "외국인 노동자도 사람이다. 인간의 죽음 앞에서 돈을 적게 쓰기 위해,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최소한의 도리마저 버려서는 안된다"라며 "국적을 이유로 사측의 법적, 도의적 책임이 경감되거나 축소되는 일이 생겨서는 안될 것"이라고강조했다.
김형일 변호사는 "노동자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산재가 아니라 교통사고라고 하면 안된다. 회사는 대한민국 안에 있는 게 아니냐"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회견문을 통해 "사측의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 당장 유족과 고인에게 사과하라"며 "고용노동부와 검찰, 사법당국은 철저히 조사하여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측 변호사는 "배·보상에 대해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전체 액수에 있어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라며 "화장 부분은 잘 모른다. 대사관에서 미얀마 어머니와 통화를 한 것으로 아는데,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모른다"라고 밝혔다.
영인산업 현장 관계자는 화장 시도와 피해자 어머니 통화 내용에 대해 "모르겠다"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경남이주민센터, 경남미얀마교민회는 지난 8월 30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이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 적용 등에 관한 조사를 신속하고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 지난 8월 7일 아침, 합천에 있는 함양-울산 고속도로 건설 공사 현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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