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문' 얘기까지 꺼냈다...이재용이 포옹한 '50년 고향친구'
“어젯밤 코닝 회장님과 저녁 식사를 하는 중에 창문 밖을 보니 슈퍼문이 떠 있더라고요. 그걸 보며 함께 겪었던 많은 일들, 가슴 뭉클했던 순간들이 생각나면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오후 충남 아산 탕정 디스플레이시티 코닝정밀소재 2단지에서 열린 ‘코닝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축사에서 “우리는 이미 오랜 고향 친구인 셈”이라며 “함께한 지난 50년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빛나는 50년을 열기 위해 협력을 더욱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코닝은 50년 전 지구 반대쪽에 있는 가난한 나라의 3류 기업 삼성의 손을 잡아줬다. 삼성은 전자산업의 첫발을 떼 겨우 배불뚝이 흑백TV를 만들던 회사였지만 코닝은 삼성의 꿈을 믿고 담대한 도전을 함께 했다”며 “삼성은 그 덕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두 기업이 이뤄낸 성취는 신뢰와 우정이란 소중한 유산과 웬델 윅스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이 있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축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이 회장에게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은 악수와 함께 뜨거운 포옹으로 답했다. 이날 이 회장과 윅스 회장은 처음만난 순간부터 헤어질때까지 1시간 30분 동안 총 5번의 포옹을 했다.
1851년 미국에서 설립된 특수소재 업체인 코닝은 1973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과 손잡으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두 회사는 브라운관 유리 업체인 삼성코닝을 설립해 국내에 ‘TV 대중화’를 여는 주역이 됐다. 이어 1995년 삼성과 절반씩 투자해 삼성코닝정밀유리를 세우고 액정표시장치(LCD) 기판 유리 제조를 시작했다. 2007년에는 삼성코닝정밀유리와 삼성코닝을 합병했다.
삼성은 이후 2013년 10월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했던 삼성코닝 지분 42.6%를 코닝에 전량 매각했지만, 또 다른 합작사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 지분은 여전히 보유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코닝과 한국의 50년 역사가 담긴 기념 영상이 소개됐으며, 이 회장은 윅스 회장과 나란히 앉아서 이병철 회장이 등장하는 이 영상을 함께 시청했다.
웬델 윅스 회장도 이날 환영사에서 “오랜 벗이자 훌륭한 리더 이재용 회장의 현명한 리더십으로 인해 그간의 여정이 가능했다”며 이 회장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이 회장의 선견지명으로 시장의 트렌드가 변했고, 이로 인해 코닝은 역량을 발휘해 전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50년간 변하지 않은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코닝이 한국에 대해 맺은 약속과 우리가 한국 인재들에게 가진 신뢰”라고 말했다.
코닝은 한국 진출 50주년을 맞아 아산에 ‘차세대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구부러지는 유리) 통합 공급망을 세계 최초로 한국에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용융부터 성형, 후가공 처리까지 벤더블 글라스 생산을 위한 전 과정이 한 곳에 이뤄진다. 이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5년간 한국에 첨단 소재 개발과 제조역량 확대에 15억달러(약2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코닝에 따르면 이러한 벤더블 글라스 통합 공급망을 구축한 기업은 현재까지 없다.
코닝은 이를 통해 폴더블폰 본고장인 한국에 벤더블 글라스 공급망을 구축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코닝은 현재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인 갤럭시 Z폴드5와 Z플립5 등에 최첨단 소재 기술로 만든 고릴라 글라스 빅투스2와 벤더블 글라스를 공급하고 있다.
이수봉 코닝정밀소재 대표는 “코닝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계획하고 있는 차세대 첨단 디스플레이 투자가 성공적으로 양산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집중해 기여할 것”이라며 “나아가 디스플레이 외 반도체, 전장, 바이오 등 한국 정부와 삼성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핵심 사업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재·부품 핵심 전략 기술을 적기에 개발하도록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태흠 충남도지사, 박경귀 아산시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태흠 지사는 기념식에서 “한국과 50년, 충남과 20년을 함께 한 코닝을 도민들은 ‘우리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충남은 ‘우리 기업 코닝’이 만들어가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전폭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지사는 지난 4월 미국 뉴욕 출장에서 코닝을 방문해 충남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행사 이후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으로 옮겨 최주선 삼성 디스플레이 사장과 오찬을 함께 하며 사업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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