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소득보장안은 어디에…” 소득대체율 빠진 ‘연금개혁안’ 논란

김은빈 2023. 9. 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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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
보험료율 18% - 수급 개시 연령 68세로 ‘더 내고 늦게 받기’
“소득대체율 없는 보고서, 노후소득보장 목표 상실” 비판 거세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공청회를 열고 연금개혁 관련 최종보고서 초안을 공개했다.   사진=김은빈 기자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국민연금 개혁 밑그림이 공개된 가운데 노후 보장성 강화를 위한 소득대체율 조정 관련 내용이 빠져 파장이 일고 있다. 보고서가 편향됐다며 위원이 사퇴하는 등 ‘반쪽 보고서’ 논란이 일면서 시민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공청회를 열고 연금개혁 관련 최종보고서 초안을 공개했다. 보험료율을 12%, 15%, 18%로 단계적으로 올리고 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66세, 67세, 68세까지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보고서에는 소득대체율 관련 내용이 빠지면서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본래 목적을 잃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소득대체율은 연금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로, 올해는 42.5%이며 2028년엔 40%로 낮아질 예정이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은빈 기자

재정계산위원회 위원이었던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날 공청회에 앞서 열린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 기자회견을 통해 “어제(8월31일)부로 위원직을 사퇴하고 사퇴서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전달했다”며 “이번 재정계산위원회에서는 재정 안정화 방안을 다수안으로, 보장성 강화 방안을 소수안으로 하자는 대단히 독선적이며 무리하고 편협한 주장을 했다”고 설명했다.

재정계산위 논의 과정에서 소득대체율을 두고 위원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탓이다. 위원회 내부에서 소득대체율 인상을 ‘소수안’, 유지안을 ‘다수안’으로 보고서에 표기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해온 위원 2명이 반발하며 보고서에서 소득대체율 부분 삭제를 요구했다. 

남 교수와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공청회 보고서는 소득대체율 인상안이 빠진 반쪽짜리 보고서이자 우리 사회 연금개혁 논의의 중요한 한 흐름인 보장성 강화론을 배제한 편향된 보고서”라며 전날 위원직을 사퇴했다.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외치던 일부 위원들이 사퇴하자,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연금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재정계산위 보고서는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목표가 상실됐다”며 “재정계산위 보고서는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혼란과 불신을 부추기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득대체율 상향은 빠지고 더 내고 늦게 받은 연금개악안만 담긴 보고서를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며 “국민 불신을 조장하고 연금개악을 부추기는 재정계산위원회를 규탄한다”고 질타했다.

미래세대-일하는시민의 연금유니온이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대응 연금개혁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은빈 기자

연금유니온도 규탄에 나섰다. 이들도 코엑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이 대립하는 논의 지형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연금체계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연금 취약층과 미래세대의 눈으로 연금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행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올리기 보단 불안정한 노동시장 속 연금 가입률이 떨어지는 청년, 여성 그리고 최근 증가하고 있는 프리랜서 등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아 소득대체율이 낮은 계층을 위한 ‘실질소득대체율’ 인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청회에는 재정계산위의 연금 개혁안에 반발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소득대체율 상향 없는 보험료 인상 반대한다’, ‘더 내고 덜 받고 더 늦게 받는 연금개악 반대’ ‘소득대체율 올려’ 등의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든 채 참석하기도 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 관계자들이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재정계산위원회 규탄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김은빈 기자

공청회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소득대체율에 관한 의견이 엇갈렸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갑작스럽게 보험료를 12%에서 18%까지 올린다고 발표해놓고 소득대체율은 떨어지고 있는데, 그에 대한 대안이 없다고 한다”며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에만 치우친 지금과 같은 안을 제시하는 것은 재정계산위의 활동 목적에 충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일갈했다.

반면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대체율 인상은 보장성 방안, 재정건전성 정책수단 강화는 재정 안정화 추구라고 이분화해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방법은 소득대체율 인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짧은 가입기간 가입자나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연금 보장성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은 일부 위원들의 사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에 관해 발제, 토론이 이미 이뤄졌고 심지어 들어갈 문구도 다 만들었다. 그러나 문구 표시 방법에 있어 위원 간 의견 차 때문에 보고서에 싣지 못했다”며 “최종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득대체율에 관한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오는 10월 국민연금 개혁 방안인 종합운용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우리 정부는 미래세대를 위해 17년간 미뤄왔던 연금개혁의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인구·경제 여건에 대한 과학적이고 치밀한 분석을 기초로 제대로 된 연금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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