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탈진·열사병 환자 3배 늘었다…올 여름 역대급 무더위 부작용

문희철 2023. 9. 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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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소방서 폭염구급대가 폭염에 지친 시민을 응급처치하고 있다. [사진 서울소방재난본부]

올해 폭염 관련 응급 질환 의심 환자가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1일 소방청에 의뢰해 확보한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119 구급 활동 상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 온열 질환 신고로 소방관이 출동한 건수는 23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44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폭염 현장 구조·구급 활동 실적

서울시 온열 질환 의심 환자 발생 현황. 그래픽=김영희 기자

특히 서울시는 올해 폭염 환자가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올해 5월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온열 질환 의심 환자 158명이 발견됐다. 이 중 114명을 119구급대로 응급 이송했고, 44명은 현장에서 응급 처치했다. 연령 별대별로 보면 60대 이상이 90명으로 가장 많았고(57.0%), 월별로는 8월에 집중(97명·61.4%)됐다.

올해 온열 질환 의심 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유형별로 보면 열탈진 환자가 104명(65.8%)으로 가장 많았다. 열탈진은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려서 수분·염분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탈진하는 현상이다. 지난해(34명)와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열 스트레스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 갑자기 더운 환경에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기립성 실신(열실신) 환자는 15명, 과도한 신체 활동 등으로 염분이 소실해 신체에 갑작스러운 통증을 동반하는 근육 경련(열경련) 환자는 14명이었다.

서울 노원소방서 폭염구급대의 폭염 대비 활동 장면. [사진 서울소방재난본부]

특히 온열 질환으로 인해 생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었던 응급 환자 발생 건수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119구급대가 이송한 온열 질환 환자 중 심정지 환자는 40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심정지 환자(9명)의 4배에 달한다.

서울시에서도 올해 열사병 환자가 24명으로 집계됐다. 열사병은 체온을 조절하는 신경계가 외부 열 자극을 받아내지 못해 기능을 상실하는 질환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열사병 환자는 7명이었다.

폭염 환자 158명 발생…114명 이송

서울 양천소방서 폭염구급대가 폭염에 대비해 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소방재난본부]

이처럼 올해 온열 환자가 급증한 건 엘니뇨 등 영향으로 여름이 길어지고 고온 현상이 지속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4년 만에 엘니뇨 현상이 발생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높게 유지되는 기후 현상이다. 폭염과 홍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함유근 전남대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지구 온난화 영향을 받아 극한 호우·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극한 호우 빈도가 높아지고 동시에 비가 오지 않는 날도 늘어나는 현상은 지구 온난화 징후”라고 설명했다.

올해 유독 높았던 습도도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철 서울시 일별 평균 습도는 70%를 넘나들었다. 기상청이 지난 5월 폭염 특보 발효 기준을 ‘최고기온’에서 ‘최고체감온도’로 변경한 배경이다. 절대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도 습도가 높아 체감온도가 높으면 폭염 특보를 발효하는 방식이다.

한편 서울시는 폭염 긴급 구조·구급대가 올여름 4632회 순찰했다. 폭염 경보 시 소방펌프차 등을 동원해 취약 지역 현장 확인을 진행한 건 3493회였다. 아울러 취약지역인 12개 쪽방촌에 86회 차례 93t을 살수해 무더위를 식혔다.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올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예년보다 온열 질환 의심 환자가 대폭 늘었다”며 “폭염 특보가 발령되면 바깥 활동은 줄이고 폭염 취약 시간대 야외 작업은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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