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미지의 달' 이젠 안녕

2023. 9. 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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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지금까지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얼마나 될까? 정답은 넷.

가장 최근에 성공한 나라는 인도인데 달의 남극을 착륙 지점으로 삼아 화제를 모았다.

이 중 유일하게 달의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나라는? 정답은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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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사 경쟁에 신비로움 잃어
핑크 플로이드 '다크 사이드…'
50년 전 음악, 현재 예견한듯

퀴즈. 지금까지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얼마나 될까? 정답은 넷. 러시아(당시 소련)를 시작으로 미국, 중국, 인도가 성공했고 일본이 다섯 번째 나라가 되려고 시도 중이다. 가장 최근에 성공한 나라는 인도인데 달의 남극을 착륙 지점으로 삼아 화제를 모았다. 그렇다면 두 번째 퀴즈. 이 중 유일하게 달의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나라는? 정답은 중국이다.

우주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은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앞이나 뒤나 어디에 착륙하든 무슨 차이지? 고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웠던, 우리가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는 이유를 기억하는 사람도 꽤 있을 거다. 조석 고정 혹은 조석 잠금으로 부르는 현상 때문인데, 자구와 달 사이의 상호 중력 작용으로 달의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같아진 거다. 그래서 달의 뒷면은 지구에서는 절대 볼 수 없고 탐사선을 착륙시키기도 당연히 더 어렵다.

달의 뒷면은 미지의 세계를 상징하는 표현이기도 했다. 지동설이 등장하기 전 옛날 사람들이 지구의 형태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달의 뒷면에 대해서도 다양한 상상력이 동원되었다.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먼 우주에서 날아온 로봇이 불시착하는 장소가 달의 뒷면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나치가 달의 뒷면으로 피신해 비밀기지를 지어놓고 지구를 침공하려 한다는 황당한 설정의 영화(아이언 스카이)도 있었다.

달의 뒷면을 소재로 삼은 창작물 중에서 최고로 꼽는 건 프로그레시브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앨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The dark side of the moon)’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은 상당히 난해하여 집중력과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으면 온전히 즐길 수 없다. 이 앨범도 그렇다. 6분, 7분이 넘는 노래들이 혼돈과 불안을 고조시키는 연주곡들과 계속 이어진다. 모호하고 심오한 노랫말도 이어져, 사실 43분짜리 노래 한곡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요즘 귀에 착 달라붙는 노래들이 대부분 3분 안팎임을 생각하면 몹시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어려운 음악이 대중적으로 얼마나 큰 인기를 얻었는지를 보면 어리둥절해진다. 총판매량이 무려 4350만장. 록 음악으로 분류되는 앨범 중 가장 많이 팔렸고 모든 장르를 통틀어도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Thriller)’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린 기록을 지키고 있다.

1973년에 발매된 이 앨범의 50주년을 맞아 음질을 향상시킨 리마스터 앨범이 올 초에 발매되었다. 인도 탐사선이 올해 달의 남극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것도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믿고 싶다. 나는 달에 묻혀 있는 광물이나 강대국들이 벌이는 달 탐사 경쟁보다 이 앨범이 더 가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구의 자원으로 모자라 달까지 파헤치겠다는 발상은 광기다. 이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가 하필 인간의 광기인 걸 보면, 핑크 플로이드는 50년 전에 지금 상황을 예언한 것일까?

달의 뒷면은 더 이상 신비롭지 않다. 달의 뒷면을 창작의 소재로 삼는 영화나 음악도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을 거다. 그 전에 이 앨범이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음악이든 영상이든 짧게 더 짧게 만드는 것이 대세인 요즘 43분짜리 콘셉트 앨범을 통째로 듣는 일은 감상보다 도전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감사하게도 핑크 플로이드 측에서 유튜브에 리마스터 앨범을 통째로 공개했으니 공짜로 들을 수 있다. 도전?

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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