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베테랑의 몸’ 외 5권
◆베테랑의 몸=수십 년간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일이 몸에 밴다. 수면 리듬, 자세, 업무 용어, 인간관계, 관심사 등이 몸의 일부를 이룬다. 그런 최적화된 몸을 지닌 이들은 세상은 베테랑이라 부른다. 기록노동자인 저자는 체화된 기술과 일이 빚어낸 베테랑 12인의 몸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세공사, 조리사, 로프공, 어부, 마필관리사, 세산사, 조산사, 수어통역사 등을 인터뷰해 담담한 문장으로 질병·체형·자세·표정 등 몸의 변형과 어투·걸음걸이 등의 습관과 일의 태도를 꺼내 보인다. 일의 노하우를 묻는 말에 “보면 아는데” “하면 되는데”라고 말하던 그들은 한결같이 ‘함께’를 강조했다. 혼자 하는 일 같아 보여도 그렇지 않다며 모두 “우리가 일한다”는 태도를 강조했다. (희정 지음·한겨레출판)
◆화폐의 미래=국제통화기금(IMF)과 브루킹스연구소 등에서 근무했던 국제금융 전문가인 저자는 디지털 화폐에 초점을 맞춘다. 암호화폐로 대표되는 핀테크 혁신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 펼치고 있는 정책과 대비책에 집중한다. 사실 아직 암호화폐는 여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거래소 해킹으로 수백만 달러가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유명인의 트윗에 가치가 널뛰는 등 투기와 조작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중국, 스웨덴 등 다수 국가가 정부주도디지털화폐(CBDC)를 통해 규제안을 마련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그 기회와 위기를 포괄적으로 조명한다. (에스와르 S. 프라사드 지음·김영사)
◆간호의 경제학=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돌봄서비스에 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간호사의 역할 논쟁도 그 일환.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계속되지만 좀처럼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건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 경제학자인 저자는 간호사의 처우와 환경 등을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수익을 높이기 위해 간호사 수를 줄이는 데다 온갖 잡무를 떠안는 상황에서 ‘태움’ 같은 악습까지 존재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의료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오랜 시간 저평가되어 온 간호서비스의 특수성을 살핀다. 간호사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진료수가제도 등 비현실적인 구조적 특성을 고찰하면서 경제학 관점에서 바람직한 해결책을 제안한다. (츠노다 유카 지음·호밀밭)
◆빛섬에 꽃비 내리거든=스님과 신부가 의기투합해서 만든 시화(詩畵)집이다. 그림은 프랑스 도미니코수도회 소속 신부로, 세계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로 알려진 김인중 신부가 맡았다. 유럽에선 사제보다 화가로 더 잘 알려진 그의 작품은 붓과 큰 나이프 등으로 판유리 위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 780도로 구워낸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을 비롯해 전 세계 45곳에 그의 작품이 설치됐다. 현재는 카이스트 초빙석학교수로 재직중이다. 작품에 시를 입힌 건 북한산 형제봉 아래 자리한 심곡암의 주지 원경스님이다. 조계종 무료급식소(사회복지원각)를 운영하는 종교인이자 시인인 그는 김 신부의 작품을 보고 떠오르는 이미지와 영감을 활자로 형상화했다. (김인중 외 1명 지음·파람북)
◆1%를 읽는 힘=저자는 삼성과 GE 등에서 위험관리 전문가로, 금융사에서 투자 담당자로 근무한 경력을 지닌 자본시장 분석가다. 오래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무엇을 지표로 삼는지, 시장 보는 눈은 어떻게 키우는지, 쏟아지는 뉴스에서 양질의 정보를 어떻게 선별하는지 등을 소개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정보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신만의 관점이 중요한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정작 그 능력을 갖춘 건 소수. 저자는 ‘산술적 균형’이 아닌 ‘생각의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자신만의 관점을 갖출 수 있다며 자신이 경제 이슈에서 기회를 발견해 알맞은 전략으로 성과를 이룬 경험과 노하우를 전한다. (메르 지음·토네이도)
◆우발적 충돌=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저자는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마찰을 ‘우발적 충돌’로 간주한다. 지난 수년간 양국이 ‘거짓 서사’로 대립하지 않았다면 무역·기술 전쟁, 신냉전 위기를 겪지 않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거짓 서사는 애초에 양국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특정 목적을 향해 대중 인식을 유도하기 위한 논리를 뜻한다. 저자는 중국 때문에 무역 적자가 증가했고, 자국민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미국의 주장, 자국 성장을 미국이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 모두 ‘거짓 서사’로 간주한다. 자신의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 그런 현상을 분석함과 동시에 서로에게 득이 되는 관계 구축 로드맵을 제안한다. (스티븐 로치 지음·한국경제신문)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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