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본 한류, 안에서 본 한류 [기고]
지난 달 25일에 부산울산경남언론학회 (회장 유승관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는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방송문화진흥회의 후원을 받아 ‘지역과 한류’ 학술세미나를 개최하였다. 그동안 한류 관련 학술 세미나는 전국적인 규모의 학술대회나 외국의 국제적인 학술대회에서 한 꼭지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는 장소로 볼 때 주로 서울에서 한류 관련 학술 행사들이 많이 개최되었다. 이에 부울경언론학회는 지역 내에서 한류를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하여 지역 활성화를 이룰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해 ‘지역과 한류’ 학술세미나를 개최하였다.
동남아 북미 중국에서 본 한류 현상
이날 발표자로 성신여대 심두보 교수, 캐나다 밴쿠버의 사이몬 프레이저 대학 진달용 교수, 광운대 오창학 교수가 발제를 맡아 한류의 동향을 살펴보았고 부산과 다른 지역의 연구자들이 한류 연구에 대해 토론자로 나섰다. 심두보 교수와 진달용 교수는 해외에서 널리 알려진 한류 연구의 권위자들이고, 오창학 교수는 중국에서 한국 대중문화를 수용하는 양상에 관해 심층적인 분석과 검토를 하는 발표를 하는 등, 이번 한류 세미나는 다른 학술대회에서 보기 드문 자리가 되었다.
우선, 심두보 교수는 ‘한류를 어떻게 정의하고 질문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본인이 싱가포르에서 교수 생활을 하면서 목격한 동남아시아에서 한류의 확산에 관해 요약, 소개하면서 한류는 ‘한국의 대중문화의 초국가적인 이동 유통과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외국 수용자들의 팬덤이라는 두 개의 서로 밀접히 관련된 층위로 구성된 문화현상’이라고 정의내렸다. 이러한 정의에 입각해서 한류를 ‘정부가 주도한 문화의 수출 행위라고 보는 시각’이 간과하는 외국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국 대중문화를 수용하는 양상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두 번째 발표자 진달용 교수는 ‘서구 미디어 이론과의 조우:한류의 관점(Encounters with Western Media Theory: Korean Wave’s Perspective)’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한류 현상과 같이 비서구의 대중문화가 국제적으로 유통과 소비되는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의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형성된 서구의 기존 이론적 틀이 가진 한계를 지적했다. 아울러 한류 현상과 같은 새로운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이론 틀을 마련해야 하고 그를 위해서는 다양한 학제간 연구, 국내 및 외국 학자와 연구소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류 현상 설명할 새로운 이론틀 마련해야
마지막으로 오창학 교수는 ‘저성장 시대 슬로리듬의 흐름과 한류 확산 전략: 중국을 중심으로’라는 발제에서 중국은 사드 배치와 한한령 전후로 높았던 한국 드라마의 수입 비중이 대폭 축소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아울러 현재 중국의 압축적 경제성장으로 인해 취업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중국 청년들이 한국의 N포세대와 유사한 무기력함을 겪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삼시세끼와 같은 느린 템포의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 교수는 서울처럼 급속히 발달된 이미지보다는 편안함과 휴식을 제공하는 관광상품이 중국 관광객을 유인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점을 주장했다.
세 발표자는 각각 동남아시아, 북미, 중국이라는 각 지역에서 본인들이 목격한 한류의 전파 현상을 바탕으로 각각 한류의 정의와 이론화, 그리고 한류의 지속과 확산을 위해 고려해야할 점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주로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연구자와 전문가들이 본인들의 관점에서 각 연구자의 발표와 기존 한류 관련 논의의 특성을 살펴보고 한류의 이론화와 대중문화 정책에 반영할 만한 점들을 제기하면서 토론에 임했다.
부산의 경험과 시각 담은 한류 연구 부족해
기존의 학술 행사는 대체로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렇게 각 학자들이 자기들이 경험했던 지역의 수용양태를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를 종합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자리는 많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학술행사는 그런 자리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도 한류 관련 학술행사에서는 한류 현상이 일어나는 현지의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는 연구자들의 발제가 더 등장해야 한국에서도 어느 지역에서는 어떤 이유로 한국 대중문화를 수용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번 학술행사에서 아쉬웠던 점은 부산 지역에서 부산의 문화계가 한류 현상과 어떤 관련을 맺을 지에 관한 연구 발표는 없었다는 점이다. 이 점은 부산국제영화제를 포함, 다양한 국제 문화행사가 부산에서 이루어지지만 여전히 대중문화 생산과 국제적 유통의 중심은 서울과 수도권이기에 상대적으로 부산 지역에서는 이와 관련된 성과나 활동이 부족했던 점과 관련이 있다. 앞으로 지역 문화계의 활동을 다룬 연구 발표가 부산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개최될 한류 관련 학술행사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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