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북유럽을 만든 비밀

양석원 2023. 9. 1. 10: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대를 걸친 교육 철학 빌둥과 폴케빌둥에 대하여

[양석원 기자]

쉼과 전환을 위한 안전한 실험실 만들기를 모토로 하고 있는 자유학교는 올해 봄에 이어서 가을에 두 번째 덴마크 인생학교(아래 폴케호이스콜레)에 와 있다. 가을학기는 약 4월 정도이지만 한 달의 프로그램 기간으로 한국인 6명이 한 달 동안 폴케호이스콜레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2016년 가을, 처음으로 덴마크 사회를 간접적으로 접하고 난 다음 자유학교는 삶을 위한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는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를 소개하기 위해서 1주~2주 동안의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으로 덴마크 인생학교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금의 북유럽 사회가 있기 전의 서사가 항상 궁금했다. 지금의 북유럽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닌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폴케호이스콜레의 교육 철학과 북유럽과의 연관관계도 여러 가지 질문거리를 떠올리게 했다.

북유럽 모델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 다양한 이야기가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복지제도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진보주의자, 자유시장 개방 관련한 모든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는 자유주의자, 단일 민족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민 제한론자.

하지만 북유럽 국가들은 그들이 몹시 가난했던 1800년에 민족적으로 동질적이었고, 경제 성장은 복지국가가 수립되기 훨씬 전인 1870년 직후에 시작되었다. 당시에 북유럽은 유럽 내에서 최빈국에 속하는 나라들의 모임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북유럽 국가들을 이룬 비밀은 무엇인가? 19세기 북유럽 엘리트들은 나라가 번영하려면 그들 중 가장 교육을 덜 받은 사람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어 평생 학습을 사회의 자연스러운 구조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세대를 걸친 교육 정책이 지금의 북유럽을 만든 비밀이라는 것.

덴마크와 스웨덴에 공동 저자는 노르딕 비밀('The Nordic Secret')이라는 책에서 빌둥(Bildung)과 폴케빌둥(Folk-bildung) 으로 그 비밀을 소개하고 있다. 
  
빌둥(Bildung)이란?
 
 빌둥의 다양한 해석
ⓒ 양석원
 
독일에서 교육을 뜻하는 독일어 단어는 두 가지다. 하나는 '에어치훙(Erziehung)'이고 다른 하나는 '빌둥(Bildung)'이다. 독일인들은 빌둥이라는 단어를 훨씬 더 많이 쓴다. 우리가 생각하는 '교육'의 의미로 빌둥을 사용하는 것이다. 빌둥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쌓아나간다'는 의미가 강하다. '형성'에 가까운 의미로 성숙한 사람이 되는데 필요한 '교양(Bildung)'을 의미한다. 

빌둥은 철학과 교육이 개인의 태도에 녹아들어 인격적, 문화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스스로를 갈고 닦는 것으로, 이러한 성숙은 더 큰 사회 속에서 정신(mind), 마음(heart), 정체성(identity)을 조화시켜 전인적인 자기다움(selfhood)을 형성하는 것이다.

빌둥 철학은 중세 시대의 신학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의 이성과 경험을 강조하며 신앙과 이성을 조화시키려는 시도로 이는 사회에서 개인의 역할과 가치를 강조하며, 개인의 자율성과 인간의 역량을 더욱 중요시하는 사회적 변화를 유발해서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의 이동'으로의 변화를 만들었다. 
 
 18세기 독일의 사회변화
ⓒ 양석원
 
18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 독일은 교육 철학의 중심지로 여겨졌다. 이 시기에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와 요한 귀드로프 폰 헤르더(Johann Gottfried Herder) 등의 철학자들은 인간의 지적이며 도덕적인 발전을 중요시하는 교육 철학을 강조했다. 교육이 지식뿐만 아니라 인격을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며,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강조했다.

이는 지식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람들이 이성과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를 개혁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었고, 독일 사회에서 교육체제와 공공 교육 기관의 발전에 빌둥 철학은 계몽주의(Enlightenment)의 기반이 되었다. 또한, 예술과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였으며, 개인의 감정과 경험을 표현하는 예술적인 움직임이 발전이 낭만주의 등의 문화적 혁신이 빌둥의 철학적 아이디어와 상호작용하여 독일 문화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촉진하게 되었다. 

독일의 빌둥이 북유럽의 폴케빌둥으로 

1848~50년 독일 연방의 지원을 받은 슐레스비히홀슈타인과 덴마크 사이의 전쟁(1864년 최종 중단)은 덴마크 국토 면적의 40% 손실과 부의 감소를 초래했다. 모순되게도 독일 전쟁 패배는 덴마크의 도약, 특히 농부들의 자기계몽에 의한 번영의 출발점이 되었다. 폴호이스콜레의 확장에 더불어 그들은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구축했는데 그것이 바로 협동조합 운동이었다.

그들은 함께 조합이 운영하는 목장, 도축장, 구매조합(소비자 조합), 보험, 은행 등을 만들었다. 이 모든 조합은 각각 모든 조합원이 의사결정에 있어서 같은 영향력을 갖는다는 연대와 공동체 원칙을 토대로 설립되었다. 조합에서의 투표권은 각자 얼마나 많은 자산을 가졌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1인 1표"라는 원칙에 따라 주어졌다. 이는 각 개인이 특별하고 비교할 수 없는 객체로 존중받는 대중교육과 폴호이스콜레의 원칙과 함께한다.

폴호이스콜레 운동에도 급작스러운 변화가 찾아왔다. 10년도 채 안 되는 동안 50개의 폴호이스콜레가 덴마크 나머지 지역에 새롭게 설립된 것이다. 덴마크 역사, 문화, 언어, 지역 등 강한 민족주의 정신으로 무장되었다. 덴마크에서는 신학자이자 시인, 정치인 그룬투비(N.F.S Grundtvig, 1783–1872)가 이 운동을 이끌었다.

공교육이 가르쳤던 것은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성경에 대한 지식과 같은 '죽은 지식'이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더욱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민들은 삶에 대하여, 그들이 사는 세계에 대하여, 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다른 사고방식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깨우쳐야 함을 강조했다. 

덴마크 최초의 폴케호이스콜레가 설립된 지 20년 후인 1864년, 최초의 노르웨이 폴케호이스콜레가 개설되었고, 1868년 스웨덴 최초의 폴케호이스콜레, 1889년 핀란드 최초의 폴케호이스콜레가 차례로 개설되었다. 덴마크의 폴케호이스콜레 운동은 현대 덴마크 민주주의와 복지 국가의 기초를 다지는 데 한 역할을 담당했다. 

오늘날의 폴케호이스콜레

두 세기가 지난 지금도 역할은 조금씩 달리하고 있지만 폴케호이스콜레의 교육 철학과 실천은 지켜지고 있다. 가장 우선 법으로 교육철학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폴케호이스콜레에 대한 법률

이 법률은 삶의 깨달음, 대중의 깨달음 및 민주주의 교육 및 훈련의 발전을 목표로 가르침(교수) 및 친교(펠로우십)를 제공하고,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폴케호이스콜레에 적용된다. 

교육의 특성은 포괄적이고 일반적이어야 한다. 개별 주제 또는 주제 그룹은 독특한 특성을 지닐 수 있지만, 결코 일반성을 희생하지는 않는다. 학교 활동은 스스로 선택한 기본 가치에 따라 구성된다.

폴케호이스콜레 있는 학생들은 일종의 갭이어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를 갖고 있다. 폴케호이스콜레에서 만난 친구들 열에게 물어보면 아홉은 아직 진로계획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는 답을 하고 있지만, 이 시간을 통해서 찾아보려고 노력한다고 답한다.
기숙 생활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때문에 학교 운영에 전반적인 내용을 매일 그리고 자주 토론을 통해서 결정을 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데도 참여한다. 수업을 맡은 선생님들은 교과서를 활용하기보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는 방법을 사용한다. 시험도 치지 않고, 국가에서 정한 교과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과목에 있어서도 큰 제약이 없다. 전인 교육을 중심으로 해야하고 특별한 직업 교육을 목표로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에 대한 법률
ⓒ 양석원
 
시대를 관통했던 하나의 독일의 시대정신이 빌둥이었고, 개인의 빌둥이 북유럽으로 넘어와서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빌둥으로 새로운 분화하였다. 그렇다면 빌둥과 폴케빌둥을 잇는 그 다음 모습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까? 바로 그 질문으로부터 새로운 빌둥의 시기를 맞이했으면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