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흉상에 발 빼는 국힘... "당론 정할 사항 아냐"

곽우신 2023. 9. 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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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과 정부 움직임에 지원사격 안 하는 여당... "우리 당은 지켜보겠다"

[곽우신, 남소연 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당론으로 정할 사항은 아니다."

국민의힘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에 계속해서 거리를 두고 있다.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가 홍 장군의 과거 소련 공산당 활동 이력을 문제 삼아 적극적으로 이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해군 홍범도 함의 명칭 변경도 검토할 만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도 국무위원들에게 관련 화두를 던진 상황이다.

용산 대통령실과 정부가 이처럼 목소리를 높일 때, 평소의 여당이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사격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흉상 이전 문제에 한해서는 한 발 빼며 상당한 온도 차를 보이는 모양새이다.

"육군사관학교가 입장 냈다... 그 과정을 지켜보겠다"
 

1일 당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도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육사 내 항일독립운동가 흉상 이전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여당은 이날 현재까지 관련해서 공식 논평조차 전혀 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흉상 이전에 반대 목소리를 연일 높이고 있고, 국회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재옥 원내대표는 관련 질문이 나오자 "동상 문제는 어제 육사에서 입장이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홍범도함 문제는 음… 어쨌든 장관이 (국제방위산업 전시회 참석 후) 돌아와서, 국방부 장관이 여러 의견을 종합해서 정리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다"라고만 이야기했다.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 측으로 대답을 떠넘긴 셈이다.

윤 원내대표는 "당론으로 정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육사에서 이전과 관련해서 입장을 발표했고, 동상이 위치하고 있는 기관에서 입장을 발표했으니까, 또, 육사에서 여러 가지 또 과정을 거쳐서 하겠다 이런 취지로 이야기했으니까, 그 과정을 지켜보겠다"라고 반복했다.

야당의 반발에 대응할 생각이 있는지 추가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육군사관학교에서 육사생도들을 교육하는 교육 목표가 있다"라며 "거기에 동상이 설치된 인물들의 여러 가지 이력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평가해서, 학생들 교육 목표에 부합하는지, 이런 것들을 판단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육사 차원에서 판단해서 과정을 거쳐서 하겠다고 하니, 우리 당은 지켜보겠다"라며 별다른 개입이나 대응을 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정말 잘못된 일" vs. "지극히 정당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대출 정책위의장, 윤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
ⓒ 남소연
당내 개별 인사들 사이 의견은 선명하게 엇갈렸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신원식 의원이나 북한 고위 공무원 출신인 태영호 의원은 공개석상에서 홍범도 흉상 이전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유승민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이준석 전 대표, 김웅 의원 등 비주류는 흉상 이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 나선 천하람 전남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건 정말 잘못된 일"이라며 "현실적으로, 역사적으로도 잘못된 일이고 정치적으로도 잘못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잠수함을 홍범도함으로 명명했잖느냐"라며 "우리가 해군의 함정에 과거 인물의 이름을 명명한다라고 하는 거는 아주 작은 단위로 보면 군에서, 그리고 넓게 보면 우리 사회 전체에서 그분을 영웅으로 인정했다는 얘기이다. 근데 이걸 어떻게 뒤집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지금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니까 국민의힘 지지층 일부는 따라갈지 몰라도 원래 같으면 저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꼭 육사에서 빼야 된다'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1%나 될까 싶다"라고도 반문했다.

반면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같은 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그분의 행적을 보면 우리 대한민국 국군의 기원으로 삼는다든가 하기에는 굉장히 문제가 많은 분이라고 옛날부터 생각을 했다"라며 "문재인 정권 때 그분을 모셔 와서 마치 우리 국군의 최고 영웅인 것처럼 만드는 데에서 이 사건이 잘못되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초급 장교를 양성해서 국군의 기간으로 삼는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는 그런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조치는 지극히 정당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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