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돌 한돌 공들여 쌓아 올린 돌탑, 고금도 덕암산

완도신문 정지승 2023. 9. 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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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공원 숲길 따라 각양각색 돌탑, 고금주민 휴식공간으로 계획 및 활용

[완도신문 정지승]

ⓒ 완도신문
 
요즘 사람들은 복잡한 생활패턴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갖는 것이 대세다. 그래서인지 여유가 생기면 공원, 강변, 숲속, 해변 등을 거닐면서 재충전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여름의 끝자락, 바닷가 산책이 조금 누그러질 때쯤 잠시 산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숲속을 거닐면서 숲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환경과 시설을 갖추어 놓은 곳이 산림욕장이다. 이름난 산이 있는 주변에 주로 갖춰져 있는 게 보통이지만, 섬 중에 산림욕장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에 나섰다.

고금도 덕암산 꽃누리 생태공원이다. 오래전 완도군이 시행한 사업인데, 생태공원 숲길 따라 길을 걷다보면 각양각색 돌탑이 보는 이에게 재미를 더한다. 이곳은 섬 풍경과 농촌풍경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구조이고 사방이 섬으로 둘러싸여 마치 요새와도 같다.

생태공원 내 돌탑의 모양이 다양하고 하나하나 쌓아올린 공력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엄지척'이다. 주변 분위기와도 제법 어울리게 모양새를 갖췄다. 경계를 둘러친 돌담형태의 지대는 오밀조밀한 성터의 느낌으로 눈에 담긴다. 주변으로는 그네와 평상이 놓여 있어 쉼터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거기에 간이화장실까지 겸비했다. 

이곳은 10여 년 전 고금면사무소에서 노인일자리 창출 사업일환으로 주변의 돌을 모아 공사를 진행했다. 생태공원 사업과는 별개로 벌인 것인데,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들여 마을 노인 분들과 행정이 힘을 모아 숲속 깊숙한 곳에 공원을 만든 것이다. 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휴식처를 제공하고자 한 목적이 컸다고. 

거북의 등짝처럼 갈래갈래 붙여 놓은 돌탑의 생김새와 여러 독특한 패턴은 보는 이의 눈길을 끈다. 하나하나 돌을 쌓아올리면서 다양한 문양을 구사했다. 보면 볼수록 쌓아올린 정성과 정감어린 돌탑의 모양에 감탄사가 이어진다.

그런데, 생태공원 관리 차원에서 제초제 살포 사실이 발각돼 행정이 발칵 뒤집힌 사례도 있었다. 공원도로에 제초제를 뿌렸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 사실이 감춰지고 축소되어 더 큰 위험과 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지역신문으로 제보가 잇따랐다. 이런 경우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가용리 편백나무 숲에서 완도군 나무은행에 이르는 구간에 운동이나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은 임도 주변 초목의 잎을 절대 만지지 않도록 엄격한 주의가 요망되기도 했다. 지금도 잡초 무더기로 생태공원관리가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그래서 주민들의 관심과 보호가 절실히 필요하다.
 
ⓒ 완도신문
완도군은 가용리 지역 외 고금도 덕암산 주변에 국비와 군비 총 15억 원을 투입해 15종의 야생화를 심고 목재계단을 설치하여 꽃누리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그 사업과 별개로 행해진 돌탑공원, 고금도의 거석문화와도 연관성이 있어서인지 덕암산 돌탑 산림욕장은 섬의 분위기와 너무도 잘 어울린다. 

인근의 가교리 청용리 덕암리 일대에 분포한 고인돌 군락도 의미가 크다. 고금도는 도서지방 최대의 고인돌 밀집지역이다. 서남산과 남서부 해발 10~30m 경사면을 따라 모두 5개 군락 87기 정도가 조사된 바 있다. 거석문화권역을 활용한 덕암산 돌탑공원은 고금도가 선사시대의 유적이 특별하다는 의미도 부여했다. 

덕암산 임도는 산중에서 바다와 다시 만나는 길이다. 임도 따라 단풍나무며 후박나무가 줄지어 섰다. 덕암산 전망대에 오르면 약산도 삼문산과 생일도 백운산이 한눈에 조망된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날엔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하나가 된다. 거북바위를 지나 장군바위에 오르면 이백 미터 채 못 미치는 정상에서 바라보는 주변경관이 삼백육십도 거대한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9월이면 산길 따라 붉은색 꽃무릇도 피어난다. 돌탑과도 딱 어울릴만한 풍경이다. 계절이 깊을수록 숲속엔 오색물결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예덕나무 같은 활엽수 잎이 노랗게 또는 붉게 물들면 숲은 최고 절정에 이를 터다. 어디 그뿐일까. 섬에서 느끼는 숲속풍경은 계절에 상관없이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고요함이다.

산책길,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더없이 안성맞춤. 길을 걷다가 숲속 어디쯤에서 아침나절 피어난 이슬 맺힌 들꽃을 만나는 것도, 이슬방울에 빛나는 햇살을 몸소 느껴보는 일도, 소소한 행복으로 다가올 것이다. 조석으로 찬 기운이 느껴지는 때, 덕암산 돌탑공원 산책을 서둘러 권하는 이유다. 공들여 쌓아올린 만큼 돌탑이 어우러진 숲길이 오래도록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더불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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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문화예술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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