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지구인이 끝내 멸종하지 않는 이유
[김은미 기자]
'고독'이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로 홀로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고독(loneliness)은 주관적 심리상태인 반면, 고립(Isolation)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있는 객관적 상태를 의미한다. 대체로 고립되어 있을 때 고독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고독은 연결된다'라고 하니 이 책의 정체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 <고독은 연결된다> 책표지 |
ⓒ 구름의시간 |
작가의 두 번째 책 역시 그가 읽은 스물아홉 권의 책을 다시 읽고 함께 읽은 후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각각의 책은 각각의 독서를 통해 다시 태어난다'는 소설가 보르헤스의 말을 증명해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부제로 선택한, 작가 삶의 방향이자 지향점이 된 '이타적 에고이스트'라는 다소 모순된 단어는 모성의 양가성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나는 책을 읽다가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만나 책을 잠시 덮는 순간을 좋아한다. 숨을 고르고 문장에서 받은 정신적 타격을 가다듬는 순간을. 그러한 문장을 만날 때 머릿속이 환해지는 기분이 든다. 엉켜 있던 생각이 풀리고 설명할 수 없던 무언가를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얻은 만족감이 밀려온다. 읽고 싶은 책과 읽을 수 있는 책의 격차를 좁혀가는 나의 모습을 볼 때 나는 내가 덜 실망스럽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있을 테지만, 마음에 드는 나의 모습을 자주 만나면 나를 좀 더 긍정할 수 있을 것 같다. (32쪽)
함께 읽기의 힘, 고독은 연결될 수 있다
작가는 '나, 고독, 사랑'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문학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책이 지닌 모든 면을 남김없이 보고 싶다는 의지로 밀도 있는 독서를 했음을 바로 알아챌 수 있다. 작가는 '책 읽기라는 고독한 작업이 같이 읽는 사람들과 연결될 때, 고독은 쓸쓸함이 아닌 찬란함으로 채워(7쪽)'진다고 믿는다.
이 책의 행간에서는 작가가 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읽는 행위를 얼마나 즐기는지 뚜렷하게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 읽기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책 읽기는 홀로 하는 행위이지만 그 행위를 누군가와 함께할 때 연결된 고독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존재를 인식하고, 안부를 주고받고, 즐거움을 공유하면서 외로움, 공허함, 무력감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읽기라는 행위는 고독 속에서 이루어지는데 누군가 같은 책을 읽는 공통의 경험을 쌓으면서 고독은 연결될 수 있다. 책 읽는 지구인이 멸종 위기에 있을수록 더욱 연결되어야 한다. 연결된 고독은 고독 공동체를 이룬다. 고독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은 고독 공동체의 일원이다. 느슨하고 흐릿한 공동체이지만, 그것이 바로 공동체의 유지 비결이 될 수 있다. (87쪽)
도서관이라는 우주
코로나 팬데믹은 도서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도서관 문이 팬데믹 위기 단계에 따라 열렸다 닫혔다 반복되었다. 도서관 애호가들에게는 막막한 단절감을 안겨 주었다. 그들에게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책과 시간을 보내는 다채로운 방법을 체험하는 곳이었으니 상실감이 매우 컸을 것이다.
귀로 듣고 전자책으로 읽는 독서가 익숙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의 물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는 '종이라는 물성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부패되고 훼손되지만, 종이책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다(77쪽)'라고 말한다. 우주를 유영하듯 문장들 안에서 나만의 언어를 체화해 가는 과정을 통해 살아있는 도서관과 만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 읽는 지구인이 끝내 멸종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책의 힘 아닐까? 책 읽기는 혼자 있는 힘을 길러주고 그 힘은 책 읽는 지구인을 지켜주리라(82쪽)'라고 작가가 말한 것처럼 지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도서관 안에서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책 읽기에 진심인 이타적 에고이스트가 온기와 지성과 애정을 담아 구성한 품위 있는 독서 에세이. 이 책을 통해 연결된 고독이 쓸쓸함이 아닌 찬란함으로 채워질 수 있다고 믿는 독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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