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쏘아 올린 작은 공…노사갈등 핵심 '정년연장'

오유교 2023. 9. 1.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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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가 5년만에 파업을 예고하면서 정년 연장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가 이번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양보할 수 없다며 요구한 안건이 기존 만 60세였던 정년을 64세로 늘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정년연장 요구를 수용한 대기업은 없다.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에 따른 임금 체계로 전환하거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유도하자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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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정년 64세로 늘리라고 요구
정년연장이 노사갈등 최대 현안으로 부상
피할 수 없는 트렌드…임금피크가 대안으로

현대차 노조가 5년 만에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정년 연장을 둘러싸고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이번 임단협(임금단체협상)에서 양보할 수 없다며 요구한 안건 가운데 하나가 기존 만 60세였던 정년을 64세로 늘리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65세가 되기 전까지 일을 해야 소득 공백기가 없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현재 63세이며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높아진다. 세 달가량 진행한 교섭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중간에 교섭이 결렬된 적도 있다.

(사진=현대차노조)

노사갈등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정년 연장

노동계는 그동안 정년 연장을 줄곧 주장해왔다. 한국노총은 최근 법을 개정해 정년의 하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동의 청원'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 노조 역시 수년째 정년 연장을 요구해오고 있다.

안현호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지난 7월 교섭에서 “사회적 분위기나 주위 환경을 볼 때 정년 연장은 빗겨나갈 수 없는 문제”라며 “회사도 부담이 있겠으나 결단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동석 대표는 “(정년 연장이) 사회 통념상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며 “고객과 국민에게 고통을 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열린 교섭에서 정년 연장 안건에 대해 이 대표가 “절대 불가”라고 선을 긋자 노조 측 교섭위원이 회의 도중 전원 퇴장하는 일도 있었다.

현대차 사측이 정년 연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소수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을 연장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비칠 우려가 있고, 정치적으로 맞물린 상황에서 혼자서 결정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전동화 등 산업전환에 따라 제조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터라 정년을 늘리는 게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정년 연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등 세대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섣불리 결정할 수 없다고 내세운다.

2021년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완성차 3사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민연금과 연계한 정년연장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직 정년 연장 요구를 수용한 대기업은 없다. 비용부담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정년을 현재 만 60세에서 65세로 늘리면 추가 고용 비용이 연간 15조9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직접 비용만 14조4000억원이며 4대 보험료 같은 간접비용을 추가하면 이 정도 부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신규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0년 조사를 보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법안이 시행(2016년)된 이후 정년 연장으로 1명의 고령층(55~60세) 고용이 증가할 때 청년(15~29세) 고용은 평균적으로 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연장 해법…현실적 대안은 임금피크

정년 연장은 피할 수 없는 숙제다. 한국은 곧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45년 고령 인구 비중이 37.4%로 일본(36.7%)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다. 고령 인구를 위한 최고의 안전장치가 정년 연장이다. 올 초 정부는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하는 등의 계속고용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할 방침을 밝혔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2019년 3763만명에서 2050년 2419만명으로 줄어든다는 점에서도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앞으로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생산가능인구의 상한선을 올리지 않으면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일할 사람 부족으로 파산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정년 연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면 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에 따른 임금 체계로 전환하거나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유도하자는 말이 나온다. 전자의 경우 한국의 문화 특성상 쉽지 않기 때문에 후자에 무게가 쏠린다.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일정 기간 연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부터 임금을 줄이는 제도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자료를 보면 정년제 도입 기업 중 중소기업은 21.8%, 대기업은 52%가 임금피크제를 운용하고 있다.

임금피크제의 원조는 '고령화 선배국'인 일본이다. 정년 폐지나 정년 연장, 계약사원으로 재고용 등의 방법으로 65세까지의 고용확보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다. 일본 기업은 노사 합의를 통해 평균 55세를 전후해 임금의 20~30%를 줄이고 60세 이후에는 절반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정년 연장은 글로벌 트렌드다. 독일도 현재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과 영국은 아예 정년 제도가 없다. 연령에 따른 차별이라는 이유로 없앴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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