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MVP] ‘타율 0.526’ 김재호 “수 싸움 맞아, 하루하루 재밌고 행복”

차승윤 2023. 9. 1.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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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KBO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가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무사 대타로 나온 김재호가 솔로홈런을 치고 홈인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하루하루 나가는 게 재밌고, 행복해요. 그래서 성적도 잘 나오는 게 아닐까요."

김재호(38·두산 베어스)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회춘이라는 평가를 넘어 커리어하이를 찍을 기세다.

김재호는 지난 8월 22일부터 27일까지 6경기에서 타율 0.529(17타수 8안타) 5볼넷 8득점 13루타를 기록했다. 출루율(0.667)과 장타율(0.765)을 합친 OPS는 1.432에 이르렀다. 주간 득점과 출루율 1위였고 타율·볼넷(이상 2위) 안타(공동 3위) OPS 4위 등 타격 주요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본지와 조아제약은 김재호를 8월 넷째 주 주간 MVP(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2023 KBO 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24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3회초 1사 김재호가 솔로홈런을 치고 홈인해 고영민 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한 주 '반짝 활약'이 아니다. 김재호의 방망이는 여름 내내 뜨겁고 정교했다. 6월부터 매달 3할 이상의 월간 타율을 기록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지치기는커녕 더 좋아졌다. 후반기 타율 0.400, 8월 타율은 0.435에 달한다. 시즌 성적 역시 타율 0.348, 출루율 0.447, OPS 0.877을 기록 중이다. 득점권 타율도 0.326에 달한다. 63경기 198타석만 소화했을 뿐이지만, 타격감은 개인 최고 기록(2018년 타율 0.311) 못지않다.

본지와 만난 김재호는 "하루하루 경기장에 나서는 게 재밌고 행복하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뛰니 성적도 잘 나온 것 같다"며 "일간스포츠로부터 상을 받은 건 수년 만에 처음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2023 KBO 프로야구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1회말 무사 1루 신민재의 내야땅볼 때 1루주자 홍창기를 2루에서 포스아웃시킨 김재호가 1루로 송구하고 있다. 타자주자는 세이프.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김재호는 리그를 대표하는 '꾀돌이' 중 한 명이다. 강한 힘, 빠른 발, 강철 어깨는 없으나 상대의 노림수를 정확히 읽고 대처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불혹에 가까운 나이에도 맹활약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시즌 초엔 대타, 대수비로 나와 낯선 투수들에 대처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출전이 많아지고 수 싸움 등 계획적인 부분들도 잘 맞아떨어지면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활약 비결을 설명했다.

현재 두산 팀 타선에서 그의 역할은 막중하다. 1번 타자 정수빈의 뒤를 받칠 2번 타자를 찾지 못했던 두산은 김재호가 2번에 안착한 후 상위 타선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중이다. 발은 느려도 출루와 정교함으로 중심 타선 앞에 밥상을 잘 차려낸다. 두산 왕조 시절(2015~2021년) 수비의 중심이었던 그가 이제 팀의 공·수 모두 지탱하고 있다.

2023 KBO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가 1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2회말 1사 1,3루 김재호가 1타점 적시타를 치고 1루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김재호는 "왕조 때 두산에 좋은 선수들이 정말 많았다. 내 역할이 크지 않아 부담이 덜했다"라며 "요새는 체력적으로는 힘들어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나. 묵묵하게 체력이 되는대로 (경기에) 나가고 있다. 성적도 좋으니 또 계속 나가게 된다"고 웃었다.

김재호는 꾀돌이답게, 베테랑답게 욕심부리지 않고 2번 타자 임무를 충실히 해낸다. 그는 "2번 타순이다 보니 1번 타자가 출루해 나온 기회를 중심 타자까지 연결해야 한다"며 "상대 수비 위치를 미리 판단하고 상황에 맞춰 밀어 치거나 일부러 당겨치기도 한다. 최대한 짧은 스윙으로 기회를 이으려고 하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높은 출루율에 대해 그는 "최근 내 타격감이 좋으니까 상대 투수들이 어렵게 승부하기도 한다. 상대 노림수를 내가 역이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2023 KBO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가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무사 대타로 나온 김재호가 솔로홈런을 치고 홈인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8월 30일 기준 두산은 5위 KIA 타이거즈를 반 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다. 김재호는 "가을야구가 당연히 목표"라며 "팀 상황이 힘들지만,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본다. 어떻게든 가을야구에 가야 한다. 투수들이 최근 고전하지만, 타자들이 더 힘을 내서 투수들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 부상자가 더 나오지 않는다면 5강 싸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분전해야 하는 건 20년 차인 자신도 마찬가지다. 김재호는 "나 역시 체력적인 부분을 잘 준비해야 한다. 남은 기간 최대한 많이 출전하고, 후배들에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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