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새만금, 어쩌면 그냥 두는 것이 '빅 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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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에 잼버리를 얹고 1170억원의 예산을 타냈으나 4분의 3인 870억원을 조직위원회가 운영비로 쓴 건, 새만금사업 추진사를 돌아보면 그럴 수 있었겠다 싶어진다.
잼버리 현장이 계획과 딴판이었던 것도 새만금에 붙인 사업이니 어련했을까 싶다.
철새떼나 내려앉을 국제공항을 비롯한 새만금 기반시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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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에 잼버리를 얹고 1170억원의 예산을 타냈으나 4분의 3인 870억원을 조직위원회가 운영비로 쓴 건, 새만금사업 추진사를 돌아보면 그럴 수 있었겠다 싶어진다. 잼버리 현장이 계획과 딴판이었던 것도 새만금에 붙인 사업이니 어련했을까 싶다. 새만금은 36년전 사업안 발표 이후 지금까지 허황한 계획으로 단물만 빼먹어도 그러려니 했고 배가 산으로 가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생색내기 사업이기 때문이다.
1987년 전두환 정부가 만든 새만금간척 농지조성계획은 거국적 관심사는 아니었다. 그해 노태우 대통령 후보 공약집에도 귀퉁이 구색용이었다가, 유력언론사 기자가 인터뷰에서 "지역 공약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면서 이슈가 됐다는 후일담이 있다. 노 후보는 그해 12월10일 군산 유세장 마이크 앞에서 새만금은 최우선 국책사업이라고 외쳤다.
막상 노태우 정부 출범 후 3년간 경제기획원은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금고를 열지 않았다. 요즘 용어로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불합격이다. 그러다가 1991년 1월 김대중 평민당 총재 영수회담 요청으로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시작됐다. 그런 김대중 정부가 환경단체 반대로 방조제 공사를 중단했다가 지역 반발이 불붙자 재개한 역설이 있다.
간척지 농지조성 사업이 정치적 지역개발 사업으로 변질하자 정부와 정치권의 장밋빛 공수표가 너도나도였다. 2004년 농림부는 새만금을 연 300만명이 찾는 세계적 생태관광단지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담당자는 여당 중진의원 출신 장관 의지이니 반드시 실현된다고 장담했지만, 장관 퇴임 후 관광단지 계획서는 담당자 서랍에서 영영 나오지 않았다.
동북아경제중심지 조성, 국제상품거래소 건립, 우주항공연구소 유치 등등 새만금을 뉴욕이나 실리콘밸리로 만들 청사진이 그 뒤로 수없이 나왔으나 무엇도 첫 삽을 뜨지 못했다. 사업타당성 미달이었다. 역설적으로 그 덕에 새만금 간척지는 콘크리트 유령도시화하지 않고 남아 있다. 방조제 건설과 간척 외에는 대규모 재정 투입도 없었다. 농림부와 기재부가 국민 세금으로 자본금 1조4000억원을 출자한 새만금개발공사는 설립 후 작년까지 5년간 누적 매출액 89억원, 누적 영업손실 385억원이다. 이익이 없지만 손해도 소액이다.
철새떼나 내려앉을 국제공항을 비롯한 새만금 기반시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발표했다. 이 결정으로 내년 새만금에 쏟으려던 수천억원의 국민 세금이 일단 국고에 남게 됐다. 한 총리는 "빅 픽처를 다시 그리라"고 지시했는데, 새로 그릴 그림은 무리한 개발보다 여유있는 기다림이기를 바란다. 현재 타당한 사업이 없다는 건 새만금개발공사 실적이 알려준다. 수질개선과 환경유지에 힘쓰면서 진짜 쓸모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백년대계를 기대한다.
마땅한 종목이 없는 주식투자자는 현금을 들고 기다리는 게 최선의 투자라고 한다. 새만금도 같다. 땅을 쓸 확실한 용도가 없으면 미래를 위해 남겨두는 게 최선이다. 현금은 시간이 흐르면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줄지만, 국토는 사라지거나 가치가 줄어들지 않으니 기다려도 된다.
이동혁 사회부장 d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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