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 2라운드…해외시장서 진검승부[K-라면 60주년]

김흥순 2023. 9. 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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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동남아·러시아 등 시장확대 주력
K-콘텐츠 타고 판매량·매출 등 호조
시설 투자·영업 강화로 주도권 경쟁

반세기 넘는 기간 서민의 소울푸드를 넘어 ‘국민 음식’으로 사랑받은 라면은 이제 ‘K-푸드’의 선봉장으로 해외시장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웹툰, 쇼트폼 등 K-콘텐츠에서 라면을 소재로 한 장면이 지구촌에 소개되면서 현지인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은 결과다. 국내 주요라면 기업들은 해외에서 실적이 향상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현지 생산라인을 확충하거나 수출과 마케팅 비중을 높이면서 ‘2라운드 진검승부’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농심, 미국 시장 발판 외연 확장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등 주요 업체는 라면이 주목받는 해외시장에 생산라인을 확충하거나 수출물량을 확대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농심이다. 지난해 해외 매출이 12억4300만 달러(약 1조6400억원)로 회사 전체 매출액의 37%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대표적으로 미국 시장에서는 ‘신라면’을 필두로 한 주력 제품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현지 라면시장 점유율 1위 등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농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 기준 25.2%로 일본 토요스이산(47.7%)에 이어 2위였다. 2017년 일본 닛신을 제치고 3위에서 한 계단 순위를 끌어올린 뒤 선두와 격차를 좁히고 있다.

농심은 일찌감치 해외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1996년 중국 상하이 공장을 시작으로 칭다오 공장(1998년), 선양 공장(2000년) 등을 세웠고, 2005년과 지난해에는 미국에 각각 제1공장과 2공장을 설립했다. 일본과 호주 등 각국에 판매법인도 구축했다. 앞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1971년부터 라면을 수출하면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뒤 현지에서 직접 사업을 운영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바꾼 것이다.

미국 제2공장 설립의 효과로 농심은 지난해 현지 매출 4억9000만 달러(약 6500억원)를 올렸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2030년까지 미국에서 매출 15억 달러를 달성하고, 현지 라면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2025년께 미국 제3공장 건립도 착수할 계획이다. 또 중남미로 라면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인구 1억3000만명, 연간 라면시장 규모 10억 달러로 추정되는 멕시코를 겨냥한 전담 영업 조직도 신설했다.

농심 관계자는 "멕시코 시장에서 적극적인 영업과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수년 안에 현지 톱3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현지 법인 강화로 경쟁력↑

삼양식품은 2012년 출시한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도 날개 돋친 듯 팔리며 인지도를 높였다. 이 회사의 면 스낵 부문 해외 매출은 2020년 3606억원에서 지난해 6027억원으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해외 매출 중 70% 이상이 불닭 브랜드에서 발생할 정도로 수출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삼양식품은 해외에 라면 생산공장을 두지 않고 수출 물량 전부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수출액은 2017년 1억 달러에서 지난해 4억 달러로 늘어 우리나라 라면 수출액의 약 50%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현지 판매 법인을 설립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9년 일본을 시작으로 2021년 미국과 중국에 법인을 세웠고, 올해 4월에는 인도네시아 법인을 추가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2025년까지 해외 매출에서 현지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7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진라면을 필두로 한 라면 사업이 국내에서 성과를 내는 것과 달리 해외에서는 경쟁사 대비 성적표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내수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라면뿐 아니라 소스나 가공식품 등 다른 사업 부문을 고르게 추진하는 까닭이다. 해외 라면 사업은 베트남과 북미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회사의 해외 매출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해외사업을 강화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미국 법인인 ‘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 산하에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를 설립했다. 북미에서 제품 판매뿐 아니라 생산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팔도는 러시아에 라면 사업 해외 법인 2곳(코야·도시락루스), 베트남에 법인 1곳(팔도 비나)을 두고 있다. 러시아에서 팔도 ‘도시락’은 수년째 현지 용기면 시장 1위를 달린다. 점유율이 60%에 달한다. 2006년 베트남에 개설한 팔도 비나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현지 라면과 달리 끓여 먹는 한국식 라면 ‘코레노’를 선보여 인기를 얻었다. 하노이의 팔도 비나 공장에서는 코레노를 비롯한 제품을 생산하고 베트남뿐 아니라 대만, 중국,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미얀마 등 인근 나라에 수출도 한다.

팔도 관계자는 "현재 가동 중인 북부 공장만으로는 현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내년 상반기 베트남 남부에 신공장을 건축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설비가 준비되면 수출국을 미국, 유럽, 호주, 싱가포르 등으로 확대 추진할 예정"이라고 피력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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