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의 극우 편향, '권력중독' 탓이다
[이충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8월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 "우리 모두 윤석열"이라고 환하게 웃었지만 속내가 꼭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윤 대통령의 극단적 이념 편향 연설에 속앓이를 한다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중도층 떠나가는 소리가 들린다"는 하소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여권 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우편향 행보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추측이 무성하다. 특이한 건 얼마 전까지 총선을 겨냥한 지지층 결집 의도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고개를 갸우뚱한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보수 진영에서도 눈을 찌푸릴만큼 거칠어진데다 '홍범도 지우기' 같은 지지층 균열 정책이 갑자기 튀어나와서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총선 승리보다는 자신의 신념 관철에 더 신경쓰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극우적 태도 형성 시기도 여야를 막론한 논쟁거리로 등장했다. 한편에선 성장기 때부터 보수적 성향이 충만했는데 검사 시절엔 가려져 드러나지 않았을뿐이라는 견해가 있는 반면, 대통령으로서 지켜본 신냉전 질서와 북한의 위협에 대한 우려가 표출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아무튼 밀턴 프리드먼의 사상에 깊이 감명받아 늘 그의 책을 끼고 다녔다는 윤 대통령 말에서 유추하듯 원래의 성향이 대통령이 된 뒤 강화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취임 1년 만에 극우 전사가 된 윤 대통령
사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역사와 이념을 고리로 한 퇴행적 행보를 보였다. 유세 현장에서 야당을 겨냥해 "좌파 혁명 이론에 빠진 몽상가"라고 강한 색깔론을 폈고, 또 다른 연설에서는 "저는 누구보다 공산주의를 싫어하고 안보관이 투철하다"고 외쳤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극단적 경향성을 드러내리라고 생각한 국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어쩌다 취임 1년 만에 "실용보단 이념"을 부르짖는 극우의 '전사'가 됐을까.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문제에 대해 "누군가 해야할 일이라면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사 논쟁으로 가는 게 좋지 않다는 분들도 있지만, 잘못된 것을 가만히 놔둬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나아가 "이념은 방향이다. 싸우지 않으면 강해질 수 없다"며 '이념 전쟁'을 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고 한다. 지금이 '역사 전쟁''이념 전쟁'을 할 때라는 자기 확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임기 후반에 접어들면 '역사와의 대화'를 시도했다.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후에 역사로부터 평가받겠다는 생각에 빠져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로 치닫곤 했다. 윤 대통령에게는 그 시기가 앞당겨진 모습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이래 줄곧 30%대 중후반을 맴돌고 있다. 그 자신은 "지지율은 의식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왜 국민들이 인정해주지 않느냐"는 섭섭함이 있을 법하다. 그런 억하심정이 철지난 반공 신념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심리학자 데이비드 와이너는 저서 <권력 중독자>에서 "권력에 중독된 인물은 자신의 가치에 대한 과대망상적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왜 자신이 이룬 위대한 업적에 대해 찬사를 보내지 않는가 하는 생각 때문에 자주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그에게 자기 잘못은 애초부터 존재할 수 없는 것이며, 책임을 다른 이에게 뒤집어씌울 방도를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을 대입하면 현재의 극우편향 행보가 어느 정도 설명된다.
걱정되는 건 윤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정치와 미래가 맡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질서 재편이 가속화되는 지금 이념을 전면에 내세우는 지도자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유독 윤 대통령만이 국제 현실과 동떨어진 채 과거로 줄달음치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이념에 사로잡혀 허깨비와 싸우는 모습이다. 이러다 '극우 전체주의'로 치닫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나온다.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 대통령이 나라를 어디로 이끌려는지 심히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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