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김경일 교수의 '죽음을 준비하는 지혜'

조인경 2023. 9.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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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오로지 인간만이 무덤을 만든다.

이처럼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고 죽음을 준비한다는 건 다른 어떤 동물들에게도 찾아보기 어려운 인간만의 능력이다.

김경일 교수는 "외롭지 말라. 많이 감사하고, 많은 감사를 받으며 먼 훗날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할 기회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정작 잘 준비해야 할 죽음에 대해서는 힘들고 끔찍하다는 이유로 상상을 거부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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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오로지 인간만이 무덤을 만든다. 고대 무덤에는 죽은 사람이 쓰던 물건을 함께 넣어주기도 했다. 무덤에는 시신뿐 아니라 죽은 후에도 세상이 존재하기를 바라는 소망, 세상을 떠난 영혼이 어딘가로 향한다는 믿음도 같이 묻혀 있다. 이처럼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고 죽음을 준비한다는 건 다른 어떤 동물들에게도 찾아보기 어려운 인간만의 능력이다. <마음의 지혜> 말미에서는 우리가 죽음 그 자체보다는 죽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경일 교수는 "외롭지 말라. 많이 감사하고, 많은 감사를 받으며 먼 훗날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할 기회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글자 수 910자.

인간은 상상을 좋아하는 동물입니다. '당신은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요. 부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거죠. 하지만 내 가족이 다치거나 핵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을 상상하라고 하면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우리 뇌가 너무 끔찍한 일에 대한 상상은 거부하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죽게 될까요? 내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을 상상해 본 적 있나요? 무척 힘든 일입니다. 상상하는 것 자체로 이미 괴로운 일이에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우리는 늘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봅니다. 특정 기간 동안 방영된 미디어에서 '출산', '결혼', '죽음' 중 어느 장면이 가장 많이 나오는지 조사한 결과,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건 '죽음'이었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결혼식 장면이 나오는 영화는 어쩌다 한 번 본 것 같고, 아이가 태어나는 장면을 제대로 찍은 영화는 별로 못 봤던 것 같아요. 하지만 웬만한 영화에서 주인공은 꼭 죽습니다. 주인공이 살더라도 누군가는 죽어요. 로맨스 영화에서도 죽고, 액션 영화에서도 죽습니다. 전쟁 영화에서는 수천수만 명이 죽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수 있지요.

축복해야 할 일, 축하해야 할 일, 삶에서 소중한 순간들을 우린 늘 상상합니다. 상상은 뇌가 그 일을 구체화하고 학습하며 준비하는 과정이에요. 하지만 정작 잘 준비해야 할 죽음에 대해서는 힘들고 끔찍하다는 이유로 상상을 거부하지요. 그래서 우리 인간의 죽음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장기간 투병을 한 환자나 급성질환으로 세상을 떠나신 분들이나 죽음 앞에서는 모두 당황스럽고 아쉽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학습하는 것은 아닐까요? 죽음을 조금이라도 더 잘 준비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김경일, <마음의 지혜>, 포레스트북스, 1만88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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