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극언'에 與 "예의 좀 갖추라"…아수라장된 예결위
이종섭 '장관런' 논란 재부상에 한덕수
"국무위원 모욕"…野 "싸우러 왔나"
'이재명 단식'에 '국회 중단' 우려도↑
여야와 국무위원들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극한 대치를 벌였다. 특히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문제,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을 고리로 한덕수 국무총리 등과 갈등을 빚으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에 수 차례 "예의를 지켜달라"는 요청이 이곳저곳에서 분출하면서 이번 예결위가 정책질의보단 정쟁에 집중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는 31일 예결위를 열어 전날에 이어 이틀째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했다. 이날 여야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정율성 역사공원 사업 논란 등을 고리로 이념 대립을 이어갔다. 아울러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문제와 해병대 채 상병 사건 등을 두고도 첨예한 갈등이 벌어졌다.
갈등은 예결위 초반부터 분출됐다. 민주당이 한덕수 총리를 상대로 홍범도 흉상 이전·해병대 채상병 사건 등과 관련해 호통식 추궁을 이어가자 언성이 높아진 것이다. 질의자로 나선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오전 예결위 회의에서 '홍범도함 개명'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에 대한 한 총리의 생각을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국방부 차관이 더 잘 설명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답변했지만, 기 의원은 곧바로 "차관은 책임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고, 국방부 장관은 총리가 허락해서 출장을 갔다"고 맞받았다.
앞서 전날 열린 예결위에서 민주당은 2일까지 방산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국제방산전시회에 참여하는 우리 기업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폴란드로 출국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향해 "정부 부실 지적을 피해 국민으로부터 도망가는 '장관 런'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표현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전날 논란에 이어 이날 재차 공세가 가해지자 한 총리는 기 의원을 향해 "도망이 아니라는 건 이해해 주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기 의원은 "그런 걸로 시비 붙이면 안 된다"고 쏘아붙였고, 한 총리도 "그것은 국무위원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발했다.
기 의원은 같은 당 소속 의원인 서삼석 위원장에게 한 총리의 태도 문제에 대해 항의했고, 결국 여야 예결위원들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서 위원장의 중재로 질의는 재개됐지만 한 총리는 "의원은 총리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계속 방해를 하고 있다. 시간을 달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기 의원은 재차 "더 이상 어떻게 시간을 주나"라고 공세를 지속했고, 한 총리는 "그것 봐라. 또 안 듣지 않나"라고 맞받았다.
한 총리와 기 의원은 질의시간이 끝나고 마이크가 꺼진 이후에도 논쟁을 멈추지 않았다. 한 총리가 "일방적인 주장만 하고 시간 다 됐으니 이제 내려가지 않겠나"라고 말하자 기 의원은 "국회에 싸우러 나왔나"라고 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처럼 예결위가 과열되자 전날에 이어 예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날 예결위에서 한 총리는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논란을 거론하며 "우리 정부가 도쿄전력의 입이 됐다"고 비판한 위성곤 민주당 의원을 향해 "굉장히 일방적인 말로 예의가 없는 것이다. 어떻게 도대체 정부가 국민을 위해 얘기한다는데 도쿄전력(의 입)이냐"며 강하게 항의한 바 있다.
이날 예결위에선 여당 간사인 송언석 의원이 오후 회의 시작 전 "질의하는 쪽이나 답변 과정에서 좀 더 예의를 갖췄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과열된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민주당은 한 총리에게 집중적으로 오염처리수 방류에 대한 정부 입장과 대응 방안을 추궁하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를 방어하는데 집중하는 전선이 형성됐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원전 사고는 현재진행형이다. 일본은 여러 가지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가장 싼 (방류) 방안을 선택했는데 이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가 됐을 때 우리나라의 국익은 무엇이냐"고 캐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그 행동 자체를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것이 바로 지난 정부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그러한 문제는 일본의 주권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말씀하신 그 근거"라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도 "'찬성'이라는 표현도 적절치 않고, 오염수 방류 문제를 대한민국이 주권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인가"라며 "지금 처리돼서 방류되는 이 오염수가 인체에 유해하다던가 어떤 기준을 초과한다던가라는 부분을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한다면 판에서 이길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달곤 의원은 "최근 수협 조합장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았는데 '정치인 오염수 때문에 못 살겠다. 정치인이 오염수의 진원' 이렇게 이야기한다"며 "우리가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오염수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최근 광주광역시가 추진하고 있는 정율성 역사공원 사업 논란을 두고도 대립이 펼쳐졌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정율성 역사공원 사업 논란에 대해 '매카시즘'이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대한 견해를 묻자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매카시즘은 근거가 없이 낙인찍는 수법이다. 정율성이 공산주의자인 건 팩트 아닌가"라며 "어제 내게 '공산주의자냐' 이렇게 질문하던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태도가 상당히 안타깝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무기한 단식 투쟁을 선언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택이 '정기국회 블랙홀'로 비화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대북송금 사건 수사가 4일로 통보됐다.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며 "내일이면 정기국회가 시작이고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 심사를 해야 한다"며 "당대표가 무기한 농성을 가버리면 정기국회가 블랙홀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절도죄·사기죄를 짓거나 소환을 받았을 때 단식하면 수사가 없어지겠느냐. 형사 사건은 (단식해도 수사가) 그대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말할 때 단식이 소환 거부의 정당한 사유는 되지 못한다"고 강조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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