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시내버스 회사는 7곳인데 서울 65개..."규모의 경제 필요"

강갑생 2023. 9.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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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시내버스 업계에 사모펀드가 진출한 걸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뉴스1
사모펀드가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서울과 인천, 대전의 시내버스업체들을 인수한 것을 두고 논란이다. 반대하는 측은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안정적인 버스 운영보다는 수익을 올리는 데만 급급해 승객 서비스와 안전 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인천대교, 우면산터널 등 국내의 굵직한 SOC 사업에 투자해 이례적으로 많은 수익을 올려 비난의 화살을 받기도 했던 해외 유명 사모펀드인 '맥쿼리'의 사례까지 겹쳐져 걱정을 키우는 형세다. 이런 우려를 반영한 몇몇 언론보도도 나왔다.

반면 찬성하는 쪽은 현재 대형업체는 몇 개 없고 상대적으로 영세한 군소업체만 난립한 시내버스업계를 바꿔 대형화·효율화하려면 사모펀드를 비롯한 민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상황에서 마침 국내 최대의 교통 학술단체인 대한교통학회(회장 정진혁 연세대 교수)가 지난달 30일 ‘민간자본 버스산업투자의 최근 동향과 향후 전망’이란 제목의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민간자본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사모펀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주제발표는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수가 맡았다. 이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주요 대도시와 일부 기초지자체에서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운송수입을 지자체에 귀속하는 대신 버스회사는 표준운송원가에 따른 운송비용을 정산받는 구조다. 이때 실제 운송수입이 운송비용보다 적기 때문에 지자체가 그 차액을 메워주고 있다. 여기엔 소정의 이윤도 포함돼 있다. 서울시의 경우 보조금 규모가 한해 6000억원을 넘기도 한다.

사모펀드 반대 측은 이렇게 안정적으로 지자체가 운송비용을 정산해주는 걸 노리고 사모펀드가 준공영제 시행지역의 버스업계에 진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사모펀드는 4% 안팎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료 김주영 교수]


버스 승객이 줄면서 지자체의 재정부담이 커지는 것 못지않게 애초 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목표로 삼았던 버스업체의 자발적인 경영개선유도와 대형화 등이 거의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존으로 서울의 시내버스업체는 모두 65개로 7000대가량을 운행 중이다. 업체당 평균 114대꼴이다. 이 가운데 경영 효율화를 위한 버스업체의 적정규모로 평가되는 200대 이상을 보유한 업체는 5개에 불과하다. 50대 이하인 업체도 5개나 됐다. 인천은 평균 56대, 대전은 78대였다.

반면 영국 런던은 시내버스업체가 모두 7개로 업체별로 평균 1200대 넘게 운영 중이다. 미국 뉴욕도 2개 업체가 평균 1800대씩의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홍콩 역시 5개 업체가 1100여대씩을 보유 중이다.

김 교수는 “준공영제의 목표 중 하나인 경영 효율성 향상을 위해선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한 대형화와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 사례로 든 것이 사모펀드다.

[자료 김주영 교수]


현재 국내 시내버스업계에 진출한 사모펀드는 차파트너스가 대표적으로 서울과 인천, 대전 등 3개 지역에서 1690대의 버스를 확보하고 있다. 시장점유율로 보면 서울은 13%, 인천 30%, 대전 14% 수준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국내 버스업체는 소규모 업체의 난립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및 방만경영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며 “사모펀드 등 민간자본의 진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 진출로 인한 대중교통의 공공성 훼손 등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진입과 퇴출기준을 마련하고, 엄격히 경영상황을 점검하는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제발표에 이어 첫 토론에 나선 김정환 도원교통·선진운수 대표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회사의 변화상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기존에 운영하던 2개 회사 외에 차파트너스 등 사모펀드가 인수한 2개 회사의 경영도 맡고 있다.

인수 전 화장실 모습.
개선된 화장실 모습.


김 대표는 “1년 전 사모펀드가 인수한 회사를 처음 방문했을 때 근무환경이 너무 열악한 데다 운행관리 개념조차 없는 걸 보고 놀랐다”며 “정비시설·화장실·휴게실·식당 등을 개선하고, 기존 회사에서 사용 중인 운행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사고율과 비용을 줄이고 배차 정시성도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준공영제의 타성에 젖어서 비효율이 지속되는 버스회사도 적지 않다”며 “사모펀드를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제어할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교통전문가들도 대부분 버스업계에 대한 투자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점산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본에는 색깔이 없다”며 “투자 이후에 어떻게 회사를 잘 운영하고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또 “사모펀드가 버스업계에서 절대 강자가 되면 담합 등으로 인한 요금인상 또는 재정지원 증가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사모펀드와 기존에 탄탄하게 운영해온 버스업체 등이 서로 견제하며 적절한 경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승재 서울시립대 교수도 “투자를 통해 여러 회사가 합쳐지고 대형화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서비스를 향상시킨다면 지하철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 김주영 교수]

수익 극대화라는 사모펀드의 속성을 적절히 제어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준식 한국교통연구원 광역교통연구센터장은 “사모펀드의 시내버스업계 진입으로 인해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버스산업을 위해서 공공의 적정한 관리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의 좌장을 맡은 황기연 홍익대 교수도 “준공영제 지역은 버스업체에 재정이 지원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사모펀드 인수업체의 경영진 선임과 경영상황 등을 견제할 자격이 있다”며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준공영제로 인한 재정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는 지자체가 시내버스업계에 추가로 대규모 투자를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군소업체가 난립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버스업계를 이대로 둘 수도 없는 게 사실이다.

사모펀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다. 사실 기존 버스회사들이 스스로 통합하거나, 자본력이 탄탄한 기업이 진출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게 더 좋은 시나리오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다만 사모펀드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게 분명하고, 앞서 그런 우려를 불러온 사례들 역시 존재한다.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견제장치를 만드는 것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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