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가 본 '9.4 공교육 멈춤의 날' 불법 논란

김행수 2023. 9. 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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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보장, ‘교실에서 교육할 권리’에서 멈춰선 안된다

[김행수 기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운데)이 8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총리-시도교육감 간담회 참석해 9.4 교원 집단행동에 대한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오른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9월 4일을 소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이날 학교 임시 휴업이나 교사의 집단 연가, 병가를 통해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자는 주장이 있어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위한 학기 중 임시휴업일 지정과 교사의 연가, 병가 등의 사용은 명백한 위법활동입니다. 이러한 위법행위가 우리 학교 현장에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는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권리입니다. 공교육은 멈춰져서는 안 됩니다. 
- 2023.8.29. 전국시도교육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한 발언 일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앞둔 교사들의 자발적 추모 움직임에 교육부 장관이 찬물을 끼얹었다. 동참이나 격려는 고사하고 이에 참여하는 학교와 교사들을 징계하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참담하기까지 하다. 교사들의 몸부림은 한마디로 "더이상 죽고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법적 용어인 '교권보장'이라는 말로 순화하여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사상 최악의 폭염 속에서 여름 내내 아스팔트를 폭염보다 더 뜨겁게 달군 교사들의 외침은 이런 절박함의 표현이다.

그런데 교육부 장관과 일부 시도교육감들이 불법 행위 운운하면서 교사들을 협박하고 있다. 학교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불법행위에 대한 징계를 협박하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교사들은 교육부의 이런 행태에 슬픔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전교조와 실천교사모임이 이주호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형사고발한 것은 이런 교사들의 분노와 슬픔의 표현이다. 

이게 대한민국 교권의 현실

  
 9.4 교육멈춤의 날 추모 행사에 대한 교육부 공문 1
ⓒ 김행수
   
 9.4 교육멈춤의 날 관련 교육부 공문 2. 교육부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추모 행동에 대해 불법 운운하며 협박하고 있다.
ⓒ 김행수
 
애초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전국의 많은 학교들이 임시 휴업을 논의하거나 계획하고 있었다. 휴업이 어려운 학교에서는 개별적으로 하루 휴가를 내고 추모 모임에 동참하기로 한 교사들이 수만 명이었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런 학교와 교사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징계, 심지어 파면, 해임 어쩌고 하는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최대 교원단체라는 한국교총 역시 이런 교육부와 뜻을 같이해 교사들의 일과 중 단체행동을 반대하고 있다. 

참으로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말 그대로 '웃픈' 상황이다.

8월의 마지막날인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연휴와 개천절 사이 월요일인 10월 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대통령의 한마디로 전 국민의 일과가 변경된 것이다. 이게 가능한 나라가 2023년의 대한민국이다.

지난 3년간의 코로나 창궐로 많은 국민이 고통을 겪었다. 이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된 이후 고생했다고 많은 시도의 자치 단체들이 소속 공무원들에게 '코로나 위로'라는 명목으로 집단으로 특별 휴가를 주었다. 언론 보도를 찾아보면 인천, 충북, 충남 등 전국 각지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소속 직원에게 위로 휴가를 주었다. 어느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데, 2023년 대한민국 학교에서는 이게 안 된단다. 개교 기념일에 학교를 휴업하는 것은 되는데, 어버이날에 휴업을 하는 것은 되는데, 5.1 노동절에 휴업을 하는 것은 문제 삼지 않지만 동료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의 휴업은 불법이란다. 이게 말이 되는가? 지금까지 어느 대통령도, 어느 교육부 장관도 단위 학교의 휴업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하지 않았다. 그런 사례를 들은 적도 없다. 그런데, 동료 교사의 억울한 죽음을 추모하고,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짐 행동을 하기 위한 휴교는 불법이란다.

대통령과 교육당국이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학교를 교육자치기관이 아니라 말단 행정조직으로만 바라보는 그 분들의 관점을 이보다 정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을까. 

일반인들이 아는 것과 달리 학교는 수업 일수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 안에서 학사 일정을 짜기 때문에 학기 중에 하루 휴업이나 휴교를 한다고 수업 일수나 등교 일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9월 4일에 학교가 휴업을 하면 방학이 하루 짧아지는 것 외에 달라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학생이 학교 안 나오는 날이 하루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날짜만 변경되어 학교를 나오는 것이다. 교사가 더 많이 노는 것도 아니고, 학생이 더 많이 수업을 빼먹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교육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마치 교사들이 학생의 수업받을 권리라는 헌법적 권리를 저버린 것처럼 카메라 앞에서 떠든다. 이것보다 더 큰 교권 침해, 교사 모욕이 있을까?

사유 따져 휴가 제한하는 유일한 기관
 
▲ 묵념하는 교사들 지난 8월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전국교사일동이 연 '국회 입법 촉구 추모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22일부터 매 주말 공교육 정상화와 지난달 사망한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교사의 하루 휴가 역시 비슷하다. 세상 어느 직장의 노동자라도 헌법과 법률로 보장된 휴가권을 가진다. 그 휴가를 언제 어떻게 쓸지는 노동자가 정한다. 물론 직장의 사정에 따라서 조정할 수는 있다. 그런데 날짜를 조정할 수는 있지만 사유를 따져서 휴가가 된다, 안 된다 결정하는 직장은 대한민국에 없다.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

휴가를 사용하는데 사유를 따져서 허가 여부가 결정되는 유일한 기관이 바로 학교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와 간호사들도 휴가 사유를 따져서 허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휴가 중 연가는 그냥 개인적인 사유로 쓰는 것이다. 그냥 쉬고 싶다는 이유로 쓸 수도 있고, 그냥 갑자기 친구가 보고 싶어서 쓸 수도 있다. 물론, 친한 친구나 친척의 경조사가 있을 때도 쓸 수 있다. 그런데 교사는 이게 안 된단다.

학생이 있기 때문에 교사의 휴가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단다. 그런 논리로 따진다면 공무원은 국민이 있으니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휴가를 사용할 수 없어야 한다. 그런 논리라면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휴가를 사용하면 안 된다. 소방관은 언제 불이 날지 모르니 휴가를 사용하면 안 되며 경찰은 언제 범죄가 일어날지 모르니 휴가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은행도 국민이 불편할 수 있으니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휴가가 허용되어야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이런 논리가 성립할 수 있는가? 그런데 왜 교사는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가? 왜 교사는 동료 교사의 죽음을 추모하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하여 자기 휴가를 쓰는 것이 불법인가? 왜?

명백한 교권침해다. 교권침해라고 표현하기 거북하면 교사의 노동기본권 침해라고 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누리는 이런 기본적인 노동권이자 인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교사다. 이런 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대한민국 교사에게 교육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사치라는 말인가?

동료교사의 죽음을 애도하고,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 행동에 참여하기 위하여 하루 휴가를 사용하는 것조차 불법행위로 재단되고, 파면 해임 어쩌고 하는 징계 협박에 시달려야 하는 이 상황보다 대한민국 교사의 교권 처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 또 있을까? 이게 대한민국 교사의 2023년 교권 현실이다.

대통령과 장관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나는 주장한다. 교육당국이 해야 할 것은 9.4 멈춤의 날 행동에 대해 불법 운운하며 징계를 협박할 것이 아니라 학교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것이고, 교사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휴업의 자율적 실시를 인정하는 것이고, 교사의 자발적 휴가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것도 안 하면서 교권 침해에 공감 어쩌고 저쩌고를 입에 올리고, 교권 보장을 입에 올리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다.

적어도 지금 9.4 공교육 멈춤의 날 관련하여 대한민국 교사들의 교권을 가장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교육부 장관이고 교육당국이다. 교육부가 할 일은 불법 운운하며 징계 협박할 것이 아니라 교사의 노동기본권, 나아가 정치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이다.

세상 어느 문명 국가가 교사의 자발적인 정치 후원금을 금지하고, 세상 어느 직업이 선거에 출마하기 위하여 자기 직장을 버려야 하는가? 교사의 교권이 이토록 바닥에 떨어진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들의 정치 기본권이 박탈당한 것이라는 주장을 새겨들어야 한다.

과연 한국의 교사들이 집단으로 아니 개인으로라도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나. 정치 기본권을 가지고 있었다면 교권이 이처럼 떨어졌을까라는 물음에 답해야 한다. 

나는 주장한다. 9.4 공교육 멈춤의 날이 단지 교사 추모에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교권 보장이 교실에서 교육할 권리 보장에서 멈추어서도 안 된다. 진정한 교권 보장은 "교사가 전 국민의 권리인 휴가 하루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노동 기본권과 대한민국 국민의 가장 기본적 헌법적 권리인 정치 기본권을 보장받는 것"까지 나가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의 교권이 보장되고, 그래야 교사의 억울한 죽음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다.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 국회의원, 나아가 대한민국 대통령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대한민국 교사의 교권을 보장하라. 하루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노동 기본권과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정치 기본권을 보장하라. 이것이 진정한 교권 보장의 최소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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