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해임", 이 정도면 협박... 교사가 인권과 교육을 지키는 방법

이상욱 2023. 9. 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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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9월 2일 국회 앞으로, 함께 이 비정상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이상욱 기자]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은 교육계 전체의 아픔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교육부의 '9.4. 불법 집단행동 관련 학사 운영 및 교원 복무관리 철저 요령'.
ⓒ 이상욱
 '9.4. 집단행동' 관련 질의응답 자료.
ⓒ 교육부
 
교육부는 지난 8월 27일 '9.4. 불법 집단행동 관련 학사 운영 및 교원 복무관리 철저 요령'을 교육청에 보냈습니다. 임시휴업을 결정하거나 교사의 연가·병가를 승인한 교장도, 이를 사용한 교원도 모두 파면·해임의 징계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교육공동체의 요구를 무시하고, 학교장의 재량을 교육부의 재량으로 짓밟고, 교장과 교원 사이를 갈라쳐 서로를 불신하게 만드는 이곳이 민주사회인지 의문스럽습니다. 교육부의 엄포를 각 학교로 이첩한 곳은 교육청이었습니다.

앞서 8월 24일 조희연 교육감은 '상주의 마음으로 교육 공동체 회복을 호소합니다'라는 글에서 9월 4일을 '공교육을 다시 세우는 날'로 규정했습니다. 그는 재량휴업일 등 각 학교 사정에 맞는 다양한 방식의 추모를 지지하며, 선생님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우산이 되는 것이 교육감의 책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교육부의 강경 대응방침이 발표된 다음날인 8월 28일 서울시교육청은 이전 것과 결이 다른 입장문('교육공동체 회복'을 위한 4자 협의체를 제안합니다)을 발표했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①공교육을 바로 세우자는 의지는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다르지 않다 ②교육부 역시 교사들의 절규에 공감하고 있다 ③입장과 방식의 차이를 해소하는 방식은 교육적이어야 한다 ④9월 4일이 서이초 선생님을 추모하고 교권을 바로 세우는 전환점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반박합니다.

① '의지'라는 실체 없는 말로 본질을 흐리지 마십시오
② 교사들의 절규를 교육부는 파면과 해임으로 대응한다고 합니다
③ 조희연 교육감이 지지했던 '재량휴업일'은 비교육적인 것입니까?
④ '서이초 교사 사망을 비보도하기로 했었다'고 서울시의회에 보고했던 7월 21일에도 같은 소망이었습니까?

무책임한 말 뒤에 숨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총리-시도교육감 간담회 참석해 9·4 교원 집단행동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잘못을 바로잡고, 부당에 굴복하지 않음을 증명해야 

저는 동료 교사와 이 사안을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호소합니다. 이제 교사는 교사의 목소리를 내어 스스로를 지켜야만 합니다. 교사의 인권을 지키고 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을 다른 누군가에게 이양해서는 안 됩니다.

그 때문에 다음의 이유들로 9월 2일 오후 2시부터 국회 앞 의사당대로~여의공원로·은행로에서 열리는 7차 추모집회에 모이길 제안합니다.

첫째, 우리는 학생들에게 증명해야 합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부당함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부정의에 직면한다면 "참아, 가만히 있어도 잘 될 거야, 권력자가 너를 지켜줄 것이거든"이라고 말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우리는 불의에 맞서 싸워야 해. 우리의 책임이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으면 어떤 것도 바꿀 수 없어'라고 하시겠습니까? 스스로에게 떳떳한 교사만이 학생에게도 떳떳할 수 있습니다.

둘째, 우리는 정부에 증명해야 합니다. 교사가 '핫바지'가 아님을요. 생활 지도가 아동학대가 돼도, 학교 '밖'의 폭력이 학교와 교사의 책임이 돼도, 돌봄이 학교로 들어와 보육까지 껴안아야 했을 때도, 늦은 밤 개인 연락처로 악성 민원을 받을 때도 교육자라는 사명과 희생으로 참고 견뎌왔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아동학대법 개정, 악성민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행정업무 개선과 인력 충원이 교육을 교육답게 하는 '선결 과제'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야 합니다. 쟁취해야 합니다.

셋째, 우리는 스스로에게 증명해야 합니다. 서로를 믿고 연대하고 있음을요. 지난 19일 803명의 학교장들이 거리에서 외치는 교사들의 호소에 동참한다는 '학교장 성명서'에 서명했습니다. 부산 구포초 학부모들은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교육부의 엄포와 훼방에도 추모집회의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뿔뿔이 흩어진 개인은 힘이 없지만, 50만 명의 교원과 시민들이 함께한다면 모든 것이 바뀔 것입니다. 개인이 다른 모든 개인에게 힘이 돼 줄 수 있음을 믿어야 합니다.

교육을 바로 세우는 것은 상식적 행위입니다
 
▲ 묵념하는 교사들 지난 8월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전국교사일동이 연 '국회 입법 촉구 추모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22일부터 매 주말 공교육 정상화와 지난달 사망한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비상식적인 일들이 비정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을 때 그것을 모른 척한다면, 우리는 상식적인 세상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할 자격을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학교장이 재량을 발휘해 휴업일을 제정함으로써 교사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며, 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이야말로 지나치게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일일 것입니다.

협박과 회유, 거짓말에 휘둘려 눈감고 지금 당장의 안온만을 지키려 한다면, 그것이 파면·해임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9월 2일, 뭉치면 살 수 있습니다. 여의도에서 만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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