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끝없는 '공항 욕심'…있는 것도 적자인데 8곳 더 추진

최종권, 황수빈 2023. 9. 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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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개항하는 울릉공항 조감도. 사진 경북도


울릉도·새만금·가덕도 등 8곳 건설 추진


최근 잼버리 대회 파행을 계기로 새만금공항 건설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국에 공항이 추가로 건설될 전망이다. 충남 서산 공항 기본설계비 10억원이 내년 예산안에 반영됐고, 충북도는 청주공항 활주로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최근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플라이강원 사태와 비슷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각 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충남도는 2028년까지 군사 시설인 서산비행장에 민간 항공기 운항을 위한 기반 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활주로를 같이 쓰되, 여객터미널과 계류장을 새로 짓는 방식이다. 당초 532억원이던 전체 사업비를 500억원 밑으로 줄여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는다. 김원종 충남도 미래도로항공팀 담당은 “서산공항이 건설되면 서산·당진과 경기 평택 주민까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충북은 청주공항 시설 투자를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달 31일 “민간 전용 활주로 1개를 더 놓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청주공항은 제 17전투비행단 활주로 2개 중 1개를 나눠쓰고 있다. 민간 항공기가 시간당 쓸 수 있는 이착륙 횟수는 주중 6회, 주말 7회에 불과하다. 민간 전용 활주로를 놓으면 하루 최대 30대가 이착륙 가능하다는 게 충북도 설명이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달 31일 청주국제공항 민간 전용 활주로 관철을 위한 연구용역 추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김영환 “청주공항에 활주로 1개 더 깔아달라”


김 지사는 정부가 17전투비행단에 F-35 스텔스기를 20대 추가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을 활주로 개설 이유로 들었다. 김 지사는 “지금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감내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F-35 전투기 추가 배치는 절대 불가하다”며 “F-35 도입 시기에 맞춰 민간 전용 활주로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군이 안정적으로 활주로를 쓸 수 있고, 민간 공항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인천공항 등 전국에 15개 공항이 있다. 계획을 수립했거나 건설 중인 곳은 울릉공항, 흑산공항, 백령공항, 제주 제2공항, 새만금 신공항, 대구경북신공항, 가덕도 신공항, 서산공항 등 8곳에 달한다.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되면 2030년께 대부분 광역자치단체에 공항이 생긴다.

경북 울릉공항은 2026년 개항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공항부지 조성을 위해 울릉읍과 서면 경계지역에 있는 사두봉 절취 작업과 해상매립 작업을 하고 있다. 전남 신안 흑산공항은 1833억원 들여 1200m 길이 활주로와 계류장·터미널 등 조성을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서해 최북단인 인천 옹진군엔 백령공항을 짓는다. 지난해 12월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뒤 올해 현지실사 등 기본계획수립에 착수했다.
기업회생에 들어간 플라이강원의 항공기 운항 중단이 길어지며 이용객 발길이 끊긴 양양국제공항 대합실이 썰렁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적자 수두룩…지방공항 간 출형경쟁 우려


대구시는 2030년까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건설한다. 군 공항과 민간 공항 건설에는 각각 11조5000억원과 2조6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4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이 통과, 2025년 착공할 전망이다. 전북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은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내년 착공에 차질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가 요구한 580억원 중 66억원만 반영됐다.
지방공항 경영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선교(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2017년∼2022년 6월 기준) 전국 공항 당기순이익 현황’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14개 공항(인천공항 제외) 중 10개가 적자를 기록했다.
새만금공항 조감도. 중앙포토


정치적 입김에 좌우…“객관적 기준 따라야”


전남 무안공항이 839억6100만원으로 누적 손실액이 가장 컸다. 양양공항 732억원, 전남 여수공항 703억원, 울산공항 641억원, 포항경주공항 621억2800만원 등 적자를 기록했다. 2007년 문을 연 무안공항은 지난해까지 16년 동안 총 335만1000여 명이 공항을 이용했다. 지난해 1년간 청주공항 이용객(317만4000여 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강원도와 지역 정치권이 밀어붙여 2002년 개항한 양양공항은 이곳을 모기지로 한 플라이강원이 400억 원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 5월 법원에 회생신청을 했다.

최진혁 충남대 교수(도시·자치융합과)는 “공항 건설 과정에서 이용객 확보나 도시 간 연계성, 접근성 등 객관적 지표보다는 정치 논리로 입지가 선정되면서 경영난을 겪는 공항이 많다”며 “과거 경험과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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