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당할라"…9·4 연가투쟁 '병가 내는 법' 공유하는 교사들
교사 8만여 명이 참가 의사를 밝힌 연가투쟁을 사흘 앞두고 교육부가 징계 등 강경 대응 방침을 거듭 강조하면서 교육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연가투쟁이 예고된 9월 4일은 서울 서이초 교사가 숨진 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연가투쟁은 현행법상 쟁의권이 없는 교사들이 한꺼번에 연가·병가 등을 내고 업무를 거부하는 우회적 파업 방식이다.
교육부 강경 대응에…“기름 부어” vs “징계 우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연가투쟁 참여 교사 수가 8만명까지 집계되던 ‘공교육 멈춤의 날 동참 서명’ 사이트는 최근 폐쇄됐다. 연가투쟁 당일 국회 앞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집회는 교사들의 퇴근 시간 이후로 시간이 변경될 전망이다. 교육부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교사들이 한발 물러나는 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상당 수 교사들은 개인의 선택을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며 교육부의 방침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초등 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는 “그냥 당일에 아프다고 하고 출근하지 않지 않겠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연가는 학교장의 사전 승인이 있어야 하지만, 당일 병가는 진단서 없이도 쓸 수 있는 점을 이용해 집단 행동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경기도의 한 교사는 인디스쿨에 “교육부가 개인의 연가·병가에 대해 충분한 소명자료를 요구하니, 병원 진료 확인서나 영수증 등을 제출해야 선생님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학교 측 공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초등교사는 “교육부가 오히려 연가투쟁을 고민하는 교사까지 참여하게 할 정도로 기름을 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부모 민원이 많은 학교에서 참여율이 높은 거로 알고 있다. ‘공교육 멈춤의 날 동참 서명’ 사이트에서 가장 많은 교사가 서명한 곳도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학교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초등 교사도 “학교별 교사 익명 채팅방에서는 9월4일 연가 제출 방법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9월 4일 임시휴업에 대한 학교장의 징계에 반대하는 서명도 온라인에서 진행 중이다. 31일 오전까지 5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자신을 충북의 한 초등교사라고 밝힌 서명 제안자는 “교육부의 징계 언급은 교사와 학교장을 분열시키는 기만이고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학부모는 “연가 투쟁 지지”
일선 교육청도 무더기 징계 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집회 참석 자제 메시지를 낸 한 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무더기 징계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교권 세우기에 앞장서겠다고 말한 교육감들이 교육부 지침에 따라 교사를 징계하면 결국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공교육 멈춤의 날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이날 교원 단체 교사노조, 신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새로운학교네트워크와 함께 “교사들이 말한 추모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교육부, 교육감, 교원단체, 그리고 9월 4일 행사를 주관하는 선생님들이 모이는 4자 협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학부모들 역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두 명의 초등 자녀를 둔 김모씨는 “우리 아이들 학교 교사들도 몇몇 참여한다는 집계를 봤다. 아직 학교 측에서 재량휴업 방침은 공지하지 않아서 학교를 보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 맘카페에는 “9월 4일 아이의 가정 체험학습 신청서를 냈다. 직장도 안 나가려고 연가를 냈다”며 교사들의 연가 투쟁을 지지했다.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회는 “9월 4일 집회를 휴업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한 학부모 의견을 물은 결과 87%가 찬성했다”며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재량 휴업을 결정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원봉사자로 나서서 학생들을 학교에서 돌보겠다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최민지·장윤서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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