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속하다’가 아리송한 이유는 조선말기와 언어·제도적 단절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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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역개정 성경 가운데 현대인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속하다'이다.
성경이 처음 우리말로 번역되던 조선 말기와 대한제국 시기 사람들은 다 알던 단어인데, 근대화 이후 제도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에 오늘날 특히 젊은 세대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됐다.
대한제국 말기엔 분명 통용되던 단어로 적확하게 번역했으나 이전 시기의 언어와 제도가 현대까지 전달되지 못했기에 현대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성경 단어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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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 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요일 4:10)
개역개정 성경 가운데 현대인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속하다’이다. 요한일서 4장 10절의 저 말씀 중에서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부분을 표준새번역 성경은 “우리의 죄를 위하여”로 표현하고 그냥 넘어간다.
여기서 속(贖)은 조개 패(貝)와 팔 매(賣)가 합쳐진 단어로 재물을 바치고 죄인 신분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조선 시대 경국대전에 수록된 개념으로 노비가 나이와 성별이 같은 다른 종을 대신 내세워 양인 신분을 얻거나, 돈을 내고 주인의 허락을 얻어 노비에서 벗어나거나, 역시 물질적 보상을 하고 곤장을 줄이는 등의 행위를 말하는 법률 용어였다.
성경이 처음 우리말로 번역되던 조선 말기와 대한제국 시기 사람들은 다 알던 단어인데, 근대화 이후 제도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에 오늘날 특히 젊은 세대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됐다.
‘단어를 알면 복음이 보인다’(대한기독교서회)를 저술한 서신혜 한양대 인문학부 교수는 이 ‘속’에 대해 “기독교 교리를 이해하기 위한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에 그려 넣는 용의 눈동자처럼 화목 제물인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贖罪) 속량(贖良) 대속(代贖) 구속(救贖)을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개념이란 뜻이다.
고전문학을 전공한 서 교수는 국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백석대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MDiv) 과정을 마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매주 신우회 예배를 인도했고 한양대 부임 이후엔 용인 화음교회 협동목사로 청년들을 지도했다.
서 교수는 책의 머리말에서 “한자어 때문에 현대 독자가 성경을 읽기 어렵다고 말하는데 그건 주된 이유가 아니다”라며 “조선과 대한민국 사이에 낀 근대 시기에 일어난 언어를 비롯한 여러 제도의 의식적 무의식적 단절 시도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대한제국 말기엔 분명 통용되던 단어로 적확하게 번역했으나 이전 시기의 언어와 제도가 현대까지 전달되지 못했기에 현대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성경 단어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책은 잘못 실수 허물을 뜻하는 건(愆) 절대권자가 사용하던 용서를 말하던 사(赦) 등을 설명한다. 우리말 성경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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