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만들기] 진화한 한·미·일 공조…중국과 ‘충돌 방지책’ 마련해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무엇을 남겼나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 산하 한반도포럼에선 지난달 30일 외교·안보·통상 전문가들이 모여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의 의미와 과제를 점검했다. 참석자들은 “3국 공조의 포괄적 진화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할 기회인 동시에 많은 숙제를 안겼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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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경제 등 ‘포괄적 안보’ 확인
북·중·러와 대립·갈등 소지 부담
중국과 비정치 분야 협력 넓히고
‘북핵 우선순위’는 계속 지켜야
한국 정부의 대내외적 책임 커져
한·일 역사갈등은 계속 관리해야
」
박명림 연세대 교수 모두발언 요약
다만 3국 공조 강화를 한반도 관점에서 봤을 때 상대적으로 북핵 문제가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남북 대화가 단절된 상태를 해소할 새로운 제안이나 해법이 도출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북한의 핵 무력 증강과 이에 대응하는 한국의 국방비 지출 확대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공조가 강화됨에 따라 자칫 한·미 동맹 관계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공약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며 중국을 견제하는 와중에 미·중 관계가 개선될 때 한국의 출구 전략은 무엇인지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하나의 공동체로 나아가는 한·미·일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그간 동맹·우방을 규합해 포괄적인 안보·경제 협의체를 만드는 작업을 지속해 왔는데,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안보협의체), 오커스(미국·호주·영국 간 동맹).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이어 한·미·일 3국 체제는 화룡점정의 의미를 갖는다. 한·미·일은 단순한 협의체를 넘어 장기적으로 전략적 이해와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과거 미국 중심의 큰 질서에 보조적 역할을 하던 상황에서 이제는 이해 당사자이자 책임감 있는 주체가 됐다는 의미가 있다.
3국 공조 강화에 따른 과제와 부담도 적지 않다. 우선 한국은 그간 북핵을 중심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위협에 우선순위를 뒀는데, 앞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나오는 위협이나 도발 역시 신경을 써야 한다. 위협의 수준이 북핵보다 더 엄중한지 등의 변수에 따라 자칫 북핵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 같은 부담은 다양한 도전에 통합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비용이다.
또 3국은 이번에 특정국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위협(threat), 도발(provocation)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역내 평화를 위협하는 문제 행위에 대해 이런 강력한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도 3국 공조가 오히려 오커스보다 강하다고 본다.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가드레일, 즉 충돌방지 장치를 협의하는 것처럼 한·중 간에도 경제나 안보 측면에서 안전장치 협의를 강화해야 한다. 한·중 정상회의 계기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만 문제 연루될 가능성 대비해야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한·미·일 공조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와 가치 지향적이고 동맹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가 만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가 성사됐다고 본다. 한·미·일 공조는 한국 외교의 방향성에 큰 변화를 줄 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안보 위협이 거세지는 정세에서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다만 3국 공조를 통해 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한국의 어젠다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통일 추구는 어떻게 되는지 고민해야 한다. 또 3국 공조로 인해 북·중·러가 밀착한다면 대결선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미·일이 안보를 강화할수록 다른 한편에선 북·중·러 결속으로 인한 안보 불안이 가중되는 안보 딜레마가 생긴다. 미·일과 공조함으로써 생기는 억지력의 이면에선 대만 문제 등에 연루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한국으로선 큰 과제다.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경제통상 측면에서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한·미·일 공조로 중국 시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3국 공조 강화와 별개로 반드시 비정치적 분야에서 한·중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 정상회의 결과물에는 미국과 일본의 관심사는 한반도가 아닌 동남아라는 점이 잘 드러난다. 세계 시장으로서 갖는 중국의 역할이 줄어드는 가운데, 인도는 여러 가지 제한으로 중국을 완벽히 대체하지 못한다. 결국 동남아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카드고, 미·일은 경제적 측면에서 동남아에 큰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대중 관계 관리가 가장 큰 숙제
▶이원덕 국민대 교수=한·미·일 공조 강화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의 한·일 관계 개선이 바탕이 됐고, 그 배경엔 윤 대통령의 전략적 결단이 있었다. 다만 윤 대통령의 결단과 달리 일본은 크게 변하지 않았고, 한·일 간 과거사 문제와 독도 문제, 일본과의 군사 협력에 대한 국민의 반감 등 갈등 요소도 여전하다. 한·일 양국 간 갈등의 원심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미·일 협력 구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기반이 다소 허약하다는 점이 숙제로 남아 있다.
이번 3국 합의를 계기로 한국은 중국 문제를 포함한 지역 문제에 대해 포괄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스탠스로 변화했다. 일견 미국의 요구에 한국이 화답한 것처럼 보이는데, 앞으로 대중 관계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가 새로운 숙제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한국이 순회 의장국을 맡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중·일의 끈을 바짝 당겨서 한·미·일로 인해 생기는 과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아시아에 50여개 국가가 있는데, 흔히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민주주의를 달성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한·일이 소위 세계 최고의 자유주의 연대를 미국과 함께한다는 것은 한국이 외교적·정책적 자율성을 갖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다만 우리는 미·일에 비해 외교 정책에 투입할 자산이 매우 부족하다.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 국면에서도 최고 수준의 교역에 나서고 있고, 일본 역시 중국은 물론 북한에도 공을 들이며 지평을 넓히고 있다. 반면 우리는 자산이 부족한 대신 특정 현안에 집중하는 ‘총력외교’를 특징으로 한다. 최근 국제정치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제는 총력외교라는 컨셉 이외에도 투입 자산 자체를 늘릴 필요가 있다.
한반도 비핵화 통일 과제 점검을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국제사회의 안보 리스크가 점증하는 최근의 정세를 감안할 때 한·미·일 공조 강화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3국 공조 강화에 따른 청구서가 언제,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날아올지 고민이 필요하다.
3국이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며 안보 위협에 대응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비핵화·평화 정착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북·미 간 ‘패키지 딜’ 가능성이 열려있고, 일본은 정상회담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며 북한과의 외교 공간을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운명이 걸린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 통일 문제를 놓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바라보는 일반적 인식은 ‘북핵 대응 강화’이고, 그런 차원에서 이번 정상회의 결과가 성공적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 3국 공조 강화로 인해 겪을 수 있는 복합적인 도전 과제들과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의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한·미·일 공조 강화라는 방향이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또 국민이 동의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3국 공조가 불러올 여러 리스크를 국민에 설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한·일 관계에서 갈등 요소가 여전하다는 점은 한·미·일 체제의 가장 큰 지뢰밭이다. 독도 갈등이나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가 다시 터졌을 때 캠프 데이비드 정신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한·미·일 협력이라는 대의를 앞세워 한·일 간 갈등을 덮어씌울 수 있는지, 이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리=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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