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가계빚 문제 재설정
‘폭탄’에서 ‘부담’으로. 가계부채 문제의 초점이 이렇게 옮겨지고 있다. 전에는 가계부채를 폭탄처럼 위험한 변수로 보는 인식이 다수설을 형성했다. 가계빚에서 금융불안정이 배태되고 한국 경제가 버블 붕괴 후 일본처럼 깊고 긴 침체에 빠질 위험이 경고됐다. 이제 가계부채를 경제를 짓눌러 성장을 저해하는 짐이라고 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접근이 전보다 늘었다.
언론매체 기사와 전문가 기고에서 나타난 이런 초점 이동에는 지난 몇 달간 한국은행이 낸 일련의 보고서가 영향을 준 듯하다. 한은 보고서들은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악영향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에 따른 소비 위축, 그로 인한 경제성장 저하를 들었다. 특히 ‘장기구조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및 연착륙 방향’(7월 17일)은 “현재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불안정으로 이어질 위험은 제한적”이라면서 부정적 외부효과로 ‘장기성장세 제약’을 맨 앞에 꼽았다.
적절한 문제 전환이다. 가계부채가 경제를 망칠 위험이 현실이 되는 경로는 높은 담보인정비율(LTV)이다. 가계가 대출받은 금액이 담보 자산의 가치에 가까울수록 LTV가 100%에 근접한다. 집값이 떨어져 담보 가치는 물론 대출금액보다 밑돌면 금융회사들은 대출 회수를 위해 담보 매각에 나선다. 집값이 더 빠지고, 금융권 부실채권이 증가한다. 금융회사들은 재무건전성을 회복하려고 대출을 조인다. 신용경색과 경기 위축의 악순환이 소용돌이친다.
국내은행 가계대출의 LTV는 지난해 말 지역에 따라 적게는 35%, 많게는 45%였다. 집값이 20% 급락하는 극도의 충격이 발생해 가계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금융회사는 담보 매각으로 대출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 LTV로 절연한 가계빚은 터지지는 않는다. 가계빚 폭탄설은 멀리 꽁꽁 묶어둔 맹수가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격이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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