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평형이 46억 육박, 서울 집값 들썩인다
31일 입주가 시작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가 지난 7월 45억9000만원에 팔렸다. 3.3㎡당 1억3500만원으로, 지난 5월 기록한 직전 최고가(39억2000만원)보다 7억원 가까이 뛰었다. 전용 84㎡ 아파트 중에선 지난해 집값 하락기 이후 첫 40억원 돌파다. 같은 달 종로구 평동 ‘경희궁자이 3단지’ 전용 84㎡는 20억45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4월 세운 최고가(23억원)에 근접하고 있다.
요즘 서울 인기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국민 평형’인 전용 84㎡ 실거래가 기준으로 서초구 반포동에서 40억원을, 강남구 대치·개포동에선 30억원을 각각 재돌파하는 단지가 잇따른다. 종로·동작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는 20억원을 다시 넘기 시작했다.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인 강남권에서 가격이 뛰자, 일부 비강남권에서도 2021~2022년 만들어진 ‘집값 허들’을 뚫기 시작했다.
집값 상승은 준공 10년 이하인 신축 아파트가 주도한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2015년 입주) 전용 84㎡는 최근 32억원에 팔렸다. 지난 2월 28억2000만원으로 내렸던 가격이 최고가(33억원)를 1억원 차이로 따라잡았다. 지난 4월 18억2000만원에 거래됐던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2019년 입주) 전용 84㎡는 지난 6월 22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런 분위기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6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속한 서울 동남권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지난해 말보다 14% 올랐다. 2006년 통계 집계 이후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하락분(-22.9%)의 61%를 반년 만에 회복했다. 같은 기간 노원·도봉·강북구가 포함된 동북권은 8.1% 상승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일단 부동산 규제 완화와 ‘집값 바닥론’ 확산, 여기에 뜨거운 청약 열기가 더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77.6대 1로, 지난해(10.9대 1)의 7배로 치솟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분양가 논란이 일던 일부 단지가 청약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미 지어진 아파트 중 가격 경쟁력이 있는 물건을 사려는 수요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전셋값 반등도 집값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5주 연속 올랐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매매시장은 무주택자보단 좀 더 좋은 집으로 갈아타려는 1주택자가 이끄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까지 집값을 자극하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1105가구로, 올해(3만312가구)보다 63% 줄었다. 여기다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착공 물량도 1년 전보다 68% 감소한 9944가구에 그쳤다(국토교통부 조사). 통상 아파트는 착공 이후 2~4년 뒤 입주한다.
하지만 거래량은 여전히 저조하다.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 7월 기준 3804건으로 전월(4136건)보다 8% 줄었다. 전년 동월보다는 270% 늘었지만, 지난 5년 평균치보다는 44.9% 적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서울에서도 오를 곳은 더 오르는 등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신용위험 확대 등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역전세난 확산 탓에 하반기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며 “서울의 경우 실수요자는 내년 6월 이후 매수하는 게 적정하다”고 했다.
정부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8일 “대출 규제가 여전하고, 소득 상승이 동반하지 않아 추격 매수가 대거 따라붙진 않은 상태”라며 “심리적 요인과 시장 수급만 안정적으로 유지하면 집값은 관리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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