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분기 성장 2.4→2.1%로 떨어졌는데, 시장 반색하는 까닭은
미 2분기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 분기 대비)이 2.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표된 속보치(2.4%)보다 0.3%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시장은 “배드(bad) 뉴스가 곧 굿(good) 뉴스”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상무부는 “기업 재고와 비거주용 고정투자가 하향 조정됐다”며 2분기 GDP 성장률 잠정치가 속보치·전망치(2.4%)에서 소폭 떨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분기별 GDP 성장률은 속보치와 잠정치, 확정치로 세 차례 나눠 발표된다. 이번 잠정치(2.1%)는 2%대로 낮지 않은 수치지만, 시장은 ‘감소’에 방점을 두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경기 연착륙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용지표도 이런 기대를 뒷받침했다. 이날 민간 고용정보업체 ADP 집계에 따르면 8월 민간고용은 17만7000건 늘어 7월(37만1000건)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최근 5개월래 가장 낮다. 전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7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도 구인건수가 882만7000건을 기록해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900만 건을 밑돌았다. 신규 일자리 수가 줄어들면 임금 상승 압력이 줄어들어 인플레이션 둔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인플레이션 목표치(2%)에 도달하기 위해선 ‘추세를 하회하는 경제성장률’,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시장이 이번 지표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영국 주택금융회사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헤켓 투자 리서치 수석은 블룸버그 통신에 “투자자들은 경기 둔화가 Fed의 덜 공격적인 기조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나쁜 뉴스가 곧 좋은 뉴스’라는 접근법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열기가 식고 성장세가 둔화하는 현상이 Fed의 긴축 종료를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31일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9월 19~20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88.5%로 내다봤다.
다만 하반기 변수는 남아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등 영향으로 유가가 올라 인플레이션 불씨를 당길 수 있어서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고차 가격과 의료 물가도 변수로 꼽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2분기 신용카드 연체율이 10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고금리에 부채 비용이 늘어나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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