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한 점령훈련 참관…“초기부터 기 꺾어야” 위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훈련지휘소를 방문해 전군지휘훈련을 점검했고, 전쟁 발발 시 격퇴 후 남한을 점령하겠다는 최종 목표를 분명히 했다. 한·미가 지난 21일부터 시작한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북한의 선제공격 격퇴와 반격을 통한 북한지역 점령으로 짜인 것을 역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이번 훈련이 지난달 29일 시작됐고, 김 위원장이 훈련 상황과 시나리오 등을 보고받았다고 31일 전했다. 매체들은 이번 훈련에 대해 “원수들의 불의적인 무력 침공을 격퇴하고 전면적인 반(反)공격으로 이행해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하는 데 총체적 목표를 두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례적으로 작전계획의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된 남한 점령 작전계획을 보면 작전 초기 전쟁지휘부와 지휘통신(C4I) 시설을 먼저 타격하겠다면서 김 위원장이 대형 작전지도 앞에서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부근을 지휘봉으로 짚는 사진을 내보냈다. 이어 핵심 군사지휘 거점과 군항, 공군비행장을 비롯해 사회·정치·경제적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시설을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하겠다고 주장했다.
또 김 위원장이 “해외무력 개입파탄계획 등 총참모부의 실제적인 작전계획 문건들을 검토했다”고 언급,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군 증원군에 대한 타격 계획도 마련해뒀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현대전은 두뇌전의 대결”이라며 “전쟁에서의 승패 여부는 싸움에 앞서 지휘관의 두뇌에 의해 먼저 결정되며, 전쟁마당에서 임기응변하는 만능 싸움꾼, 당당한 실력가들로 철저히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초기부터 기를 꺾어놓고 전투 행동에 혼란을 줘야 한다”고도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전쟁준비 태세와 군사적 대응방안을 상세하게 언급한 것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전쟁준비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보도’에서 한·미가 지난달 30일 서해 상공에서 B-1B 전략폭격기(일명 ‘죽음의 백조’)가 참여한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한 것을 거론하면서 “30일 밤 ‘대한민국’ 군사깡패들의 중요 지휘거점과 작전비행장들을 초토화해 버리는 것을 가상한 전술핵 타격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30일 밤 11시40분부터 11시50분까지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것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탄도미사일 2발은 각각 360여㎞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떨어졌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계룡대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350㎞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러시아와 무기거래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이른바 전승절(7월 27일) 때 북한을 방문해 포병 탄약을 판매하도록 설득했고,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한을 교환했다”며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새 정보에 따르면 협상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북·러가 협상 중인 무기는 포탄을 비롯해 러시아 방위산업 기반을 지원하는 원자재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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