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관심은 모두 '李 농성장'에…묻혀버린 민생 현안 [이재명 단식 ②]

고수정 2023. 9.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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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野대표 단식으로 尹정부 압박한다지만
가뜩이나 '1특검 4국조'도 지지부진한 상황서
정기국회 하루 전 동력 약화하는 '블랙홀' 자초
"뭘 해도 묻힐 것" "리스크만 늘어" 한탄 나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앞에서 무기한 단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 투쟁' 의도가 무엇이든 당내에서는 당력을 집중했거나 할 예정이었던 민생 현안을 다 묻히게 만들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뜩이나 당 지도부가 '1특별검사 4국정조사'를 추진한다고 했을 때도 대여(對與) 투쟁 전선만 늘려놓고 성과는 내기 힘든 상황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이 대표의 단식이 대여 공세 동력은 물론 여론의 관심을 다 앗아갔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31일 오후 1시께 국회본청 앞에 설치된 천막 농성장에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1박2일 2차 비상행동' 긴급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싸우는 것 외에는 더 이상 길이 없다고 생각하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이 이 길이어서 그 길을 선택했다"고 단식 투쟁 취지를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단식을 고리로 대정부 투쟁 공세를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사즉생의 각오로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라며 △대국민 사과와 국정방향 전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국정쇄신과 개각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 대표의 단식 투쟁에 발맞춰 당 차원에서는 향후 주말 장외 집회 등으로 여론전을 강화할 예정이다. 당장 오는 2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시민사회 단체 및 환경단체와 공동으로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또한 정기국회에서 국민 안전을 위한 입법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단식을 시작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지만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모두 이 대표의 단식 자체에만 쏠리는 형국이다. 이 대표의 과거 언급처럼 단식 투쟁은 '약자들의 최후의 저항 수단'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데다, 그가 제1야당의 대표이자 유력 대권주자라는 점에서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때문에 실제 언론 보도도 단식 의도 등 파생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당 지도부가 최근 '1특검 4국조' 추진을 천명했을 때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성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었다.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사안을 병렬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다 당력도 흩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1특검·4국조'는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노선 변경 의혹, 방송 장악, 새만금 잼버리 파행,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모두 포기할 수 없을 중요한 사안"이라며 강행 수순에 돌입한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1박2일 2차 비상행동' 긴급 의원총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제1야당 대표가 현 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단식에 돌입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 만큼, 1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는 역대 그 어느 정기국회보다 여야간 파열음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민주당이 추진하는 민생 현안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앞으로 뭘해도 이 대표 단식만 부각될 게 뻔하다"라며 "안 그래도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실정을 거론해도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때문에 다 묻히는 실정인데, 민생 행보를 아무리 한다고 해도 누가 주목하겠나. 리스크가 하나 더 늘었다"라고 한탄했다.

당 밖에서도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게 정치 지도자다. 지금은 단식할 때가 아니라 수산물 드실 때"(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오히려 대여 공세 효과가 더 커질 거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의 단식을 모두 지지할 수는 없다. 조롱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당연히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면서도 "그럼에도 이 대표가 사즉생의 각오로 단식에 나선 것인 만큼 이에 맞춰 당도 전면 투쟁 모드로 전환해 전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도 야당 지도자 시절 단식으로 민주주의를 지켰다"며 "대통령께서 싸우자 하시는데, 국가재난시대로 이끄는 대통령,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 외교를 파탄내는 윤석열 정권을 향한 최상의 투쟁"이라고 이 대표의 결단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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