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中왕이 80분 통화…"한·일·중 협의체 조속 재가동할 것"
박진 외교부 장관이 31일 오후 왕이(王毅)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1시간 20분 동안 통화하며 한ㆍ일ㆍ중 협의체의 재가동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또한 외교 장관 간 '셔틀 외교' 방식의 상호 방문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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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급 교류 적극 추진"
외교부는 이날 박 장관과 왕 위원의 통화 사실을 알리며 "양측은 다양한 수준에서 고위급 교류와 소통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장관 간 셔틀외교 차원의 상호 방문과 외교안보대화, 인문교류촉진위, 1.5트랙 대화 등의 협의체가 조기 개최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외교 장관 간 '셔틀 외교' 논의는 왕 위원의 방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풀이된다. 또한 정부·민간 인사가 함께 참여하는 '반관반민'(半官半民) 형태의 1.5트랙 대화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제안했지만 아직 한ㆍ중 간에 성사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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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정상회의 긴밀 협의
외교부는 또 이날 통화에서 양측이 "한ㆍ일ㆍ중 3국 정부 간 협의체의 조속한 재가동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ㆍ일ㆍ중 정상회의는 올해 말 의장국인 한국에서 약 4년 만에 재개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3국은 다음 달 말 차관보급 고위급회의(SOM)를 서울에서 여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다만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방류 개시 여파에 따른 중ㆍ일 갈등 양상이 변수라는 지적이다.
독립운동 사적지 협조 요청
이날 통화에선 최근 중국이 뤼순 감옥 박물관 내 안중근 전시실과 윤동주 시인의 생가를 폐쇄한 데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이 "중국 내 우리 독립 운동 사적지 보존‧관리를 위해 협조해달라"고 요청하자, 왕 위원은 "독립 운동 사적지는 내부 수리가 완료 되는 대로 정상화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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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교류 확대 노력"
이외에도 양측은 "최근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재개 조치 등을 계기로 양국 간 인적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며 "문화‧인적교류가 상호 우호 증진의 기초가 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며 고 외교부가 밝혔다.
박 장관은 게임‧K-POP‧드라마 등 문화콘텐트 교류 확대를 위한 협조를 구했는데, 이는 여전히 지속되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의 여파를 염두에 둔 요청으로 풀이된다.
또한 왕 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다음달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과 관련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편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관련해 박 장관은 "중국 측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한 왕 위원의 반응은 외교부 보도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공급망 관리 논의도
앞서 지난 29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한ㆍ중 경제공동위가 3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됐다. 오영주 외교부 2차관과 리페이(李飛) 중국 상무부 부부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는데 1993년 첫 회의 개최 이후 처음으로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양국 간 주요 의제로 다뤘다.
이외에도 당시 회의에선 중국이 이달부터 반도체 제조 등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한 데 대한 논의도 이뤄졌는데, 중국 측은 "절차에 맞게 한국 기업이 허가 신청을 하면 수출 허용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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