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말 위기일까, 전문가 11人에게 물어보니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3. 8. 3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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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위기’ 가능성 낮아…‘느린 회복’ 수준
한국 ‘脫중국 이미 진행’…의존 더 낮춰야

중국 경제 지표가 악화 일로를 걸으며 “중국 경제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WSJ, 뉴욕타임스 등 서구권 외신에서는 ‘잃어버린 30년’ ‘중국판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이라고 표현하며 현재 위기를 심각하게 바라본다. 국내에서도 중국 경제가 심상찮다는 전망이 속속 등장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중국 경제의 대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본다. 성장률 둔화 등의 변화를 겪는 과정일 뿐, 중국 경제 전체가 무너진다고 보기에는 과하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의 장기적인 움직임을 보려면 국가보단 ‘공산당’의 움직임을 보라는 조언이 나온다. 사진은 전국인민대표회의에 참석해 기립해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中 경제 붕괴는 과한 우려

시진핑 정부 극복 역량 갖춰

현재 중국 경제 위기설이 불거진 원인은 2가지다.

첫째, 객관적 지표의 하락세다. 투자·소비·수출 부진 등 주요 지표가 모두 좋지 않다. 둘째는 부동산 부실이다. 불황을 겪는 와중에, 부동산 시장에서 대규모 부실이 터졌다. 두 악재가 겹치면서 중국 경제가 급격히 무너질 것이라는 붕괴론이 등장했다. 실제로 중국 경제 3대 동력으로 손꼽히는 ‘투자·소비·수출’이 모두 부진하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소비 부진과 부동산 위기가 겹친 중국 경제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공포로 신음하고 있다.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각종 외신과 분석기관에서 중국 경제의 붕괴를 거론하는 이유다.

국내 중국 전문가들은 위기가 부풀려진 측면이 강하다고 내다본다. 우선 성장률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23년 5%대로 전망된다. 최근 주요 투자은행들이 예상치를 줄지어 낮추고 있지만 여전히 4%대다. 2023년 7월 IMF의 예측 수치에 따르면 2023년 주요국 경제성장률에서 세계 평균이 3%고 4% 이상 성장하는 나라는 인도(6.1%) 빼고는 중국이 유일하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일본과 미국 GDP가 현재 중국 수준이었을 때와 비교해보면, 중국 성장률은 당시 미국과 일본 대비 2.4배, 2배가 높은 상황이다. 시장 전망치보다 낮을 뿐 경제 규모 대비 중국은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현재 상황은 위기라기보다는 느린 경기 회복이라는 표현이 맞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성장률 수치가 떨어졌다고 중국 경제가 휘청거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부동산 부실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부실로 주택 시장이 붕괴하는 톈진, 타이위안, 시안, 충칭 등은 이른바 ‘2선 도시’다. 우리나라로 치면 지방 부동산 시장이다. 핵심 도시인 베이징, 상하이 부동산 시장은 붕괴 조짐이 없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 전체 부동산 시장 거품이 빠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 집값은 여전히 높은 게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부실이 전반적인 경제 문제가 되려면 부동산이 금융 시장과 연결된 상태여야 한다. 부동산 자금이 금융에서 빠져나가야 부실이 연쇄적으로 옮겨붙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 사이에 연관이 적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은 자본 시장을 개방하지 않았고, 사회주의 체제기 때문에 금융 위기나 외환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없다”며 “중국 정부나 공산당 역시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대책을 서두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서두르지 않을 뿐, 위기를 극복할 역량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당국은 위기를 극복할 역량이 있다. 현재 중앙정부 부채비율이 GDP의 20% 수준이다. (재정 부담이 적은) 중앙정부가 특별국채를 발행해 투자하거나, 가계에 재난지원금을 발행하면 가계 소비를 개선시킬 수 있다. 다만 중앙정부가 레버리지 정책을 사용할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피크 차이나’ 징조 있지만…

중국은 국가보단 ‘당’을 봐라

중국 경제가 고점을 찍은 뒤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피크 차이나’론에 대해서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피크 차이나는 미국 정치학자 힐 브랜즈와 마이클 베일리가 제시한 개념이다. 이들은 인구·생산성·가격 등 3가지 요소를 근거로 중국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중국이 빠르게 고속 성장을 이어오다,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다고 전망한 것이다. 다만 지금 당장 중국 경제가 꺾였다고 보기에는 섣부르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본부장은 “중진국 함정이란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같은 상당한 수준의 경제 규모를 지녔음에도 자국 제조업 기반이 부실한 국가에나 해당하는 이야기다. 중국은 이미 제조 강국이며 튼튼한 산업 기반을 가진 나라”라고 강조했다.

최근 반도체, 배터리 등 차세대 혁신 기술 분야에 대한 중국의 경쟁력 상승 기세를 볼 때, 중진국 함정에 깊이 빠지지 않으려는 중국 당국의 노력은 확연하게 보인다. 중진국 함정은 최근 총요소생산성(TFP) 추이를 보면 대략적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 생산성, 근로자의 능력, 자본 투자 금액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생산 효율성 수치다. 총요소생산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났다고 본다.

최근 7월 ‘중국거시경제논단(CMF)’ 발간 자료를 살펴보면, 2020~2022년 중국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러나 경제 성장에 대한 자본(K) 기여율은 약 110%로 지난 32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다. 기술 혁신 등에 이뤄지는 자금 투자가 역대 최고치라는 뜻이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은 중진국 함정에 근접하고 있지만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다. 중국은 향후 R&D 등에 적극 투자해 경제성장률 3~5%대를 유지시키려 하고 있다. 기술 혁신에 대한 대응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의 장기적인 움직임을 보려면 국가보다는 ‘공산당’의 움직임에 대한 조언을 귀담아들을 만하다. 박승찬 교수는 “중국 당국 움직임을 보면 청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상당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청년 실업률이 중국 공산당 지지율의 ‘바로미터’여서다. 빅테크, 첨단 산업 업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채용을 늘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국민의 당을 향한 충성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당을 위해서라면 국가 경제 정책도 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중국은 시장 경제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자 공산주의 체제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최근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이 공유 경제(공동 부유)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중국 당국은 공산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저성장과 경기 침체 등을 감수할 의향이 있다.” 김정식 교수의 분석은 눈길을 끈다.

지난 8월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경제수석(왼쪽부터)이 모여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갖고, 최근 글로벌 경제·금융 주요 현안과 그에 따른 영향을 집중 점검했다. (연합뉴스)
휘청거리는 중국 경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며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걱정이 상당하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전망하는 우리 경제 ‘상저하고’ 흐름에 중국발 위기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중국의 경기 악화에 따른 타격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크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우리나라의 총수출액(3575억달러)에서 중국 비중은 19.6%에 달한다.

다만, 이미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는 등 ‘탈(脫)중국’이 어느 정도 진행돼 타격이 적을 것이라는 의견이 강세였다. 지난해 말, 중국의 전체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4%였지만 올해 6월 말 기준 6.1%까지 떨어졌다. 김경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기 침체는 이미 대중국 수출이나 관련 기업 피해로 반영됐다”며 “추가적인 구조적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대체 시장과의 협력 관계 강화도 중국 경제 위기 타격을 완충하는 요인이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최근 미국, EU, 동남아 시장이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어 중국 경제 위기 여파가 어느 정도 완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종별로는 온도차가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김동수 본부장은 “자동차 산업은 이미 해외 경쟁이 심화해 중국 경제 위기와 상관없이 어려움을 겪지만, 반도체의 경우 반도체 수요 시장이라 할 수 있는 가전, 컴퓨터, 노트북, 휴대전화 등의 글로벌 수요와 중국 내수 수요 정도에 따라 피해의 정도와 기간이 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평가받는 ‘부동산 리스크’는 우리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현안이다. 중국의 부동산 리스크에 정부는 최근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내 ‘중국 경제 상황반’을 설치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거래 수수료 인하, 대출 확대 등 자체적인 대응에 나서며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병서 소장은 “중국 부동산 위기는 중국 은행이 대출을 늘리면 되고, 공적 자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중국 은행은 국유 시스템으로 국가 부도가 나지 않으면 부도가 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신 위안화 환율 등 국내 금융 시장에 영향을 줄 요인들을 살펴보라는 조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위안화 초약세 현상으로 원화 가치 급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중국 부채 리스크가 확산해 신용 리스크로 전이되면 이는 국내 부채 리스크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에 의존하는 수출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중국 위기와 별개로 현재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

은종학 국민대 중국학부 교수는 “한국은 대기업의 자본재 대중 수출에 크게 기대는 현실이고, 그 유지 개선을 위해 해당 자본재 산업 관련 과학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만 관심을 기울였다”고 꼬집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는 순수출에서 수출 분야를 다변화하고, 주력 산업을 여러 방향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기사에 도움 주신 분들(가나다순)

김경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김동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본부장,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은종학 국민대 중국학부 교수,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 최설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4호 (2023.08.30~2023.09.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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