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과 폐암·후두암 인과관계 확인…"담배는 죽음의 상품"(종합)

임혜선 2023. 8. 3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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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후두암 진단을 받은 정 모 씨는 군대에서 화랑 담배를 지급받아 흡연을 시작했다.

김 교수는 "대상자들은 담배의 위해성과 중독성에 대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정보의 제공없이 온전히 자발적이라 할 수 없는 요인들의 영향 아래 30년 이상 흡연을 지속해왔다"면서 "이들의 암 발병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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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후두암 진단을 받은 정 모 씨는 군대에서 화랑 담배를 지급받아 흡연을 시작했다. 당시 직장에서 담배를 안 피우면 따돌림을 당했고, 연기가 가득할 정도로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웠다. 정 모 씨는 "군대에서 담배 배워서 중독된 거라 국가를 원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담배가 몸에 나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폐암과 후두암 진단을 받은 환자 가운데 30년 이상 흡연한 30명을 심층 조사한 결과 흡연과 암 발병 간 인과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강숙 한국금연운동운동협의회장(가톨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은 31일 건보공단이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 '2023년 담배소송 세미나'에서 폐암·후두암 환자의 흡인력 심층 추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4월 28일부터 올 1월 30일까지 담배소송 대상자 30명을 심층 면담했다. 흡연 시작 연령은 20대가 15명, 10대 14명, 30대가 1명이었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9명, 직업상 유해 물질 노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금연 시도 동기는 암 수술이 57%였다. 금연이 어려운 이유에는 중독 금단현상이라는 답변이 63%였다.

이강숙 회장은 "집단에 속한 개인의 위험인자에 노출된 시기, 노출 정도, 발병시기, 위험인자에 노출되기 전의 건강상태, 생활습관, 질병상태의 변화를 심층 분석한 결과 흡연과 암의 인과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김관욱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과거 흡연자들이 온전히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에 의해 흡연을 시작하고 지속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가 발표한 '흡연에 영향을 미친 사회문화적 요인'을 보면 30명 중 5명은 군대에서 '화랑' 담배로 흡연을 시작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평균 1963년에 흡연을 시작했다. 담배갑에 경고문구가 처음 들어간 건 1976년이지만, 문구를 기억하는 대상자들은 거의 없었다. 당시 사회적으로 담배의 유해성·중독성에 대한 정보 전달이 부족했다. 김 교수는 "대상자들은 담배의 위해성과 중독성에 대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정보의 제공없이 온전히 자발적이라 할 수 없는 요인들의 영향 아래 30년 이상 흡연을 지속해왔다"면서 "이들의 암 발병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건보공단이 이런 심층 조사를 실시한 건 2020년 11월 담배소송 1심에서 패소한 당시 재판부가 지적한 '개인의 흡연이 질병을 유발했을 때 개연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건보공단은 2014년 흡연이 암을 유발했다며 암 환자 3465명에게 공단이 부담한 533억 원을 담배회사(KT&G, 필립모리스, BAT코리아)가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6년간 법정 공방 끝에 담배회사 손을 들어줬다. 공단은 항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소송 제기 당시 1조7000억이었던 관련 진료비는 2021년 3조5000억원까지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의대생들을 가르칠 때 폐암, 췌장암 등 담배가 일으키는 암을 시험에 냈다"면서 "틀리면 의사가 되지 못할 정도로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리적인 부분에 대해 새로운 근거를 마련해 철저히 2심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도 "담배는 매년 전 세계에서 800만명, 우리나라에서만 6만2000명을 사망하게 만드는 죽음의 상품"이라며 "KT&G는 이를 통해 1년에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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