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칼춤' 윤 정부의 비겁한 통일부 죽이기
[정일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지난 8월 23일 윤석열 정부가 통일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통일부 죽이기'에 돌입했다. 통일부의 남북 교류·협력 부서를 대폭 축소·통폐합하고 대북, 대민 '선전선동' 부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전에 없던 통일부 개악은 내년도 예산에도 그대로 반영된 상태다. 이는 우리 법률에 규정한 통일부의 지위와 역할에서 멀어도 한참 먼 조직개편으로 이전에 없었던 '정권의 폭거'다. 이 기사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 조직개편을 분석하고 그 부당함을 분석한다.
윤석열 통일부 2기, 권영세는 잊어라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 손보기는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는 통일부 폐지를 공개적으로 주장했었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부정하며 대북 강경정책을 주장한 윤석열 당시 후보의 입장에서 통일부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장관으로 권영세 장관이 취임하면서 통일부를 손보려던 정부의 계획은 틀어졌다.
▲ 2023년 7월 13일 권영세 당시 통일부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남소연 |
그러나 보수의 포용정책을 꿈꾼 권영세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미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대화의 명분과 기회를 찾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늑대의 시간'이 다가왔다. 그 첫 번째 작업은 극우 인사 김영호를 통일부장관에 임명하고 외교부 출신 차관을 지명하며 시작됐다. 통일부의 정체성을 이해하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 극우적이며 통일부 업무를 경험해보지 못한 장·차관이 동시에 지명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관련 기사: 대통령은 통일부를 없애고 싶은 건가 https://omn.kr/24mah ).
통일부 조직개편은 '늑대의 성찬'을 의미한다. 권영세라는 인물에 막혀 미뤄온 통일부 손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전에 없었던 비겁하고 잔인한 '통일부 죽이기'다.
통일부 조직개편... '선전선동부'로 개조하나
우리 정부조직법(제31조)에서 통일부장관은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통일부 조직을 개편하며 남북대화와 교류·협력 지우기에 나섰다. 그리고 북한의 '통일전선부', 아니 '선전선동부'와 같이 통일부를 개조하려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통일부 조직개편의 1차 목표는 통일부의 교류협력 조직, 즉 교류협력국과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회담본부, 남북출입사무소 등을 축소 통폐합하는 작업이다. 기존의 1국, 1단, 2기관에 소속돼 있던 13개 과가 1단 4과 1팀으로 통폐합된다. 이 과정에서 통일부 정원 81명이 감축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통일부에 대북, 대민 심리전을 수행할 부서들이 확대된다. 정부는 통일부에 메시지기획팀과 통일인식확산팀, 정보조사협력과를 추가해 통일부의 정체성 개조에 나섰다. 관련해서 지난 4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북한의 통일전선부와 같이 "우리 통일부도 국민들이 거기에 넘어가지 않도록 홍보라든지 대응 심리전 같은 것들은 준비를 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과거 안기부나 지금의 국정원이 수행하는 대북, 대민 '심리전'을 통일부의 업무로 부여한 것이다.
▲ 7월 28일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간판 아래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대북지원부' 지적을 받은 통일부가 정원 약 15%를 구조조정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한다. 문승현 통일부 차관은 이날 통일부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80명이 좀 넘는 선에서 인력 재편(축소)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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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조직의 개편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개방형 직위의 확대다. 정부는 통일부에 있던 기존의 5개 개방형 직위를 11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확대되는 개방형 직위 6개는 통일협력국장과 북한인권기록센터장 등 고위공무원단 직위와 참여소통과, 북한인식확산팀, 북한인권증진과, 북한인권증진과장 등 과(팀)장급 직위들이다.
우려되는 것은 새롭게 신설된 통일협력국장과 산하 2개 조직의 책임자가 개방형 직위로 지정된 점이다. 정부의 말대로 "민간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한 직위를 선정하여 개방함으로써 공직사회의 활력과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극우 인사를 통일부 수장에 앉힌 것과 같이, 통일협력국을 중심으로 극우 인사들이 '개방형 직위'를 명분으로 통일부를 점령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통일협력국이 "객관적인 북한 실상을 국내외에 적극 알림으로써 균형된 통일관·북한관을 심어주는 한편, 그 실상이 국제사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북한주민에게까지 알려지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분석협력 업무를 위해 국정원 직원도 파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가 우리 국민의 통일관과 북한관을 "심어주겠다"는 인식 자체가 충격적이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나 가능했던 대국민 심리전과 무엇이 다른가?
▲ 2022년 7월 19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3초소에서 개성공단이 보이고 있다. |
ⓒ 사진공동취재단 |
통일부의 조직개편과 함께 보이지 않는 '잔인한' 조직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바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을 해산하기 위한 작업이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제19조)에 의거 설립, 운영되고 있는 법정기관이다.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지원하며 공단 재개를 준비해 왔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협력, 아니 남북관계의 상징이다. 우리는 개성공단에서 한국의 중소기업과 북한의 노동자들이 함께 일하며 서로 상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은 2003년 건설이 시작되면서 판문점 인근 북한 군부대를 후방으로 이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개성공단은 한반도 평화와 상생의 아이콘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김영호 통일부장관 체제가 출범한 이후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을 해산하기 위한 작업을 노골적으로 진행해 왔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법률에 의해 설립, 운영되고 있는 만큼 직접적인 조직 폐쇄가 아닌 예산과 인력 감축을 통해 '고사(枯死)'시키는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최근 서호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사임하면서 인력 감축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그야말로 비겁하고 잔인한 개성공단 지우기다.
무엇을 위한 통일부 조직개편인가?
▲ 2023년 5월 2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남측 대성동 마을 태극기와 북측 기정동 마을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
ⓒ 연합뉴스 |
통일부와 유관 조직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칼춤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조사를 받던 통일부 직원이 실신했다는 뉴스도 들린다.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조직개편인가?
언제부터인가 통일부는 정권 교체의 정치적 희생양이 돼왔다. 이 위험천만한 악순환을 멈춰야 한다. 한반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군사 분쟁지역 중 하나로 남아 있다. 통일부는 다른 어느 부처보다도 정권 교체로부터 흔들리지 않고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남북관계에 일희일비하며 떼었다, 붙였다 하는 조직이 아니란 말이다.
윤석열 정부는 명분도, 이익도 없는 '통일부 죽이기'를 멈춰야 한다. 국회 또한 법률이 부여한 권한을 통해 정부의 통일부 죽이기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남북관계에서 정부의 '독점'을 막고, 국회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관련 기사: 정부의 남북관계 '독점', 과연 정당할까 https://omn.kr/1zc5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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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오디세이>, <한반도 스케치北>,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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