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홍범도 해명 천박해 걱정 많아" "윤석열 정부 이념전쟁 무슨 득있나"
[조혜지 기자]
▲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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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논란을 보면, 간단히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에 관한 것이 아니라 국군 더 나아가 대한민국 정체성의 문제가 긴밀히 결합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홍범도 장군의 일생을 연구해온 반병률 한국외대 명예교수(사학과)는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을 바라보는 심경을 이렇게 요약했다. 일본군의 추격을 뚫고 봉오동·청산리 전투를 치른 대한독립군총사령관. 반 교수는 손을 크게 움직이면서 청산리전투 당시 일본군의 포위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국방부 해명 보니 파장 예상 못 한듯... 어떻게 이렇게 하나"
반병률 교수는 31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가 주관한 '홍범도vs백선엽' 토론회에서 홍 장군의 흉상이 설치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여러 우여곡절이 있지만, 우리가 쌓아올린 제도와 규정들이 있다. 그것은 보수주의적 전통이다. (그에 따라) 합의해서 설치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게 설치된 흉상을 치우는 것은 "한 차원 다른 이야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범도 장군의 묘역을 지켜낸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의 노력도 함께 언급했다. 반 교수는 "고려인들이 민족주의를 금지하던 소련 체제에서도 각고의 견제를 받아가며 (홍 장군 묘역을) 지켜왔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모셔온 건데, 그럼 잘 모셔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반 교수는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근거로 제시한 자유시 참변 이후 과정 연루 의혹과 1927년 소련 공산당 가입 문제 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관련 기사 : "홍범도, 자유시 사변 '독립군 몰살' 가담" 주장은 '거짓' https://omn.kr/25fcr).
반 교수는 "국방부 해명을 보니 (흉상 문제가 이렇게)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리라 보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국방부 공식 문서에 나온 해명이라는 것이 천박하기가 짝이 없어 걱정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는 "한 사건, 한 인물을 해석할 때 엄청난 고민을 늘어놓고 다각도로 노력하며 힘든 과정을 거쳐 자료들을 모아 크로스체크(확인) 하는데, 이렇게 한칼에 휘두를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반 교수는 특히 자유시 참변 이후 홍 장군을 포함한 20여 명의 독립군 장교들이 1921년 12월 "참변의 진상을 밝혀 달라고 탄원서"를 낸 사실을 언급했다. 1922년 2월에도 "홍범도, 최진동, 김동한 명의로 자유시 참변에 관한 상황을 보고하면서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원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같은 동포에게 총을 쏘는데 홍범도 장군이 이를 동의했겠나. 말이 안 맞고, 자유시 참변 이후 '홍범도는 장교들과 솔밭에 모여 땅을치며 통곡했다' 이런 기록들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과 함께 떠오른 '백선엽 친일 전력 지우기 논란'에 대해선 민간인학살 전공자의 쓴 소리가 이어졌다. 최태육 한반도통일문화연구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 등 정부 문서들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1941년부터 1945년 일본 패전 시까지 일제의 실질적 식민지였던 만주국군 장교로서 침략전쟁에 협력했고 특히 1943년부터 1945년까지 항일세력을 무력 탄압하는 조선인 특수부대인 간도 특설대 장교로서 일제의 침략 전쟁에 적극 협력함."
최 소장은 해당 진상규명 결정 사실을 인용하면서 "이 결정 사실은 사회적 합의이고, 정부 차원에서 규명한 것으로 (관련 이력을) 파기하려고 한다면 다시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이를 하지 않으면 독재고 독단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부터 우당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까지 민주당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가 소위 이념 전쟁, 역사 전쟁을 해서 무슨 득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생각 없이 가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면서 "이념 전쟁을 하면 누가 득이 되나, 아무도 득 볼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유기홍 의원은 이념 논쟁의 프레임에 갇혀선 안 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홍범도 장군 문제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이념 논쟁으로 끌고 가면 안 되고, 친일과 민족, 친일과 애국의 문제로 가야 한다"면서 "이념 논쟁으로 끌고가는 것이 저쪽이 원하는 프레임이다"라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홍범도 장군, 동포 도우려고 소련공산당 입당" https://omn.kr/25eyn
- 육사 출신 예비역 장군의 일갈 "백선엽은 가짜 영웅" https://omn.kr/25f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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